손해배상 · 의료
허리 통증으로 병원에서 추간판탈출증 진단을 받고 미세현미경레이저수핵제거술을 받은 원고 A씨가 수술 후 수술 부위 감염으로 영구장해가 발생하자, 수술을 시행한 의사 피고 B씨를 상대로 감염방지의무 및 설명의무 위반을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의사의 의료 과실과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 추정은 그 개연성이 충분히 담보되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2016년 3월 21일, 원고 A는 극심한 허리 통증으로 D병원에 내원하여 피고 B 의사로부터 요추 4-5번 추간판탈출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같은 날 피고 B는 원고에게 미세현미경레이저수핵제거술(이 사건 수술)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수술 전 설명서를 제시했습니다. 이 설명서에는 '염증, 감염, 신경부종, 신경손상, 2차적 수술, 경막의 손상, 출혈'과 같은 합병증 및 후유증이 기재되어 있었으나, 원고가 설명을 들었음을 자필로 기재하는 란은 공란으로 남겨져 있었습니다. 수술 이후 원고의 건강이 다시 악화되었고, 2016년 4월 5일 피고는 수술 부위에 감염으로 인한 농양이 발생한 것을 확인하고 농양제거술을 시행했습니다. 원고는 2016년 5월 10일 전북대학교 병원으로 전원하였고, 이 사건 변론종결일 무렵 원고는 척추가 손상되어 허리 통증, 하지의 저린 느낌, 감각 둔화 등의 영구장해가 발생한 상태였습니다. 이에 원고는 피고가 수술 과정에서 감염방지의무를 소홀히 하고 수술 전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아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며 96,900,687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피고 의사가 수술 중 또는 수술 후 감염 방지 의무를 소홀히 하여 수술 부위 감염을 유발했는지 여부 및 수술 전 합병증과 후유증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원고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결정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의사가 감염방지의무를 위반했다고 인정할 만한 충분한 증거가 부족하고, 의료행위의 특성상 의사에게 무과실 입증책임을 지울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감염방지의무 위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또한 수술 전 설명서에 합병증과 후유증이 명시되어 있었고 원고가 설명을 들었다는 점이 명확히 부정되지 않았으므로, 설명의무 위반 주장 역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의료법 제24조의2 제1항 (설명의무): 이 조항은 의료인이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수혈·전신마취를 하는 경우 환자에게 특정 사항을 설명하고 설명을 들었다는 확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설명해야 할 사항에는 환자의 증상 진단명, 수술 등의 필요성, 방법 및 내용, 발생이 예상되는 후유증 및 부작용, 환자에게 발생 가능성이 높은 다른 치료 방법 등이 포함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 의사는 수술 전 설명서를 제시하여 합병증 가능성을 명시했으나, 원고가 설명을 들었다는 자필 기재가 공란이어서 설명의무 위반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설명서에 내용이 기재된 점을 들어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환자의 자기결정권 보호를 위해 의료기관이 설명의무를 명확히 이행했음을 증명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줍니다.
의료과실 및 인과관계 입증의 법리: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요하므로,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이나 의료 과실과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일반인이 밝혀내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판례는 의료 과실 외에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 사실들을 증명함으로써 의료 과실에 기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단순히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지는 않습니다. 즉, 의료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수술 후 감염 발생으로 영구장해를 입었으나, 법원은 피고 의사의 감염방지의무 위반과 결과 발생 사이에 의료 과실로 인한 개연성이 충분히 담보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감염방지의무 위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는 의료사고 소송에서 의사의 과실을 주장할 때 명확한 증거와 인과관계에 대한 높은 수준의 개연성 입증이 필수적임을 의미합니다.
수술 전에는 반드시 의료진으로부터 수술의 필요성, 수술 방법, 예상되는 합병증, 발생 가능한 후유증 등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듣고 완전히 이해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수술 동의서나 설명 확인서 등에 '설명을 들었음'을 자필로 기재하는 란이 있다면 빠뜨리지 않고 직접 작성하여, 만일의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분쟁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술 후 예상치 못한 증상이 나타나거나 건강 상태가 악화된다면, 즉시 의료진에게 알려 필요한 추가 검사나 조치를 요청해야 합니다. 의료과실을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의료진의 주의의무 위반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 주의의무 위반이 실제 손해 발생의 원인이 되었는지(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이는 전문적인 감정 등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의료사고는 의료 과실 외에 환자의 특성이나 다른 요인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으므로, 해당 증상이 의료 과실로 인해 발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의료사고 소송에서는 진료기록, 검사 결과 등 의학적 증거와 전문가의 감정 결과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므로, 관련 자료를 꼼꼼히 보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