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지역주택조합 조합원들이 조합장의 직무집행정지를 신청했으나, 법원이 조합장이 아직 형사사건으로 기소되지 않아 규약상 직무정지 사유가 부족하고, 총회 결의 무효확인 청구는 조합장 직무집행정지의 직접적인 피보전권리가 될 수 없다는 이유로 신청을 모두 기각한 사건입니다.
J지역주택조합은 공동주택 신축사업을 추진하던 중 F건설로부터 공사 기간 3개월 연장 및 이에 따른 간접비 4억 8천1백만 원과 설계변경 추가금 4억 6천1백6십5만 원의 증액 요청을 받았습니다.
이 사건 조합의 이사회에서는 공사 기간 연장은 가결했으나 간접비는 조율하기로 했고, PHC파일 추가공사비 3억 3천3백3십6만 원을 가결했습니다. 이후 2022년 11월 22일 임시총회에서 F건설의 공사 기간 연장 안건이 상정되어 의결되었습니다.
조합원 A는 2023년 2월과 4월에 주택법 제12조 제3항에 따라 조합 관련 서류의 열람·등사를 요청했으나 조합장 D 등이 불응하자, D를 주택법 위반 혐의로 형사 고발했습니다. 현재 이 사건은 검찰에서 수사 중입니다.
채권자들(조합원 A, B)은 조합장 D가 형사 처벌될 것이 예상되며, 이 사건 총회에서 공사 기간 연장 및 간접비 추가 부담 안건이 주택법 시행령이 정한 의결 정족수(조합원 100분의 20 이상 직접 출석)를 충족하지 못했거나, 추가 공사비에 대한 조합 규약상 총회 추인 절차를 거치지 않아 무효이므로, D의 조합장 직무집행을 정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습니다.
조합장이 직무 관련 형사사건으로 고발되어 수사 중인 상황이 조합 규약에 따른 직무정지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조합 총회에서 의결된 공사 기간 연장 및 추가 비용 부담 안건이 주택법 및 조합 규약을 위반하여 무효인지 여부, 그리고 이러한 총회 결의 무효 확인 청구권이 조합장의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의 피보전권리가 될 수 있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주요 쟁점입니다.
법원은 채권자들이 제기한 조합장 직무집행정지 신청을 모두 기각했으며, 소송비용은 채권자들이 부담하도록 결정했습니다.
법원은 채권자들의 주장을 다음 두 가지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첫째, 조합 규약 제18조 제2항에 따르면 임원의 직무정지 사유는 '직무와 관련한 형사사건으로 기소될 경우'인데, 채무자인 조합장은 주택법 위반 혐의로 고발되어 수사 중일 뿐 아직 기소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직무정지의 피보전권리(권리가 보전될 필요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둘째, 채권자들이 주장한 이 사건 총회결의 무효확인청구권은 채무자를 조합장으로 선출한 결의가 아니므로, 조합장의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의 피보전권리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은 본안 소송을 전제로 하는데, 해당 본안 소송의 내용이 조합장 직무집행정지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는다고 본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가 적용되거나 주요 쟁점이 되었습니다.
주택법 제12조 제3항 (서류의 작성·보관 및 공개): 이 조항은 지역주택조합의 임원이 조합원의 요청에 따라 조합 운영에 관한 서류와 자료를 열람·등사하게 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조합원 A는 조합장 D가 이 조항에 따른 자료 열람·등사 요청에 불응했다며 형사 고발의 근거로 삼았고, 이는 조합장 직무정지 주장의 한 원인이 되었습니다. 이는 조합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조합원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법적 장치입니다.
주택법 시행령 제20조 제4항 및 주택법 시행규칙 제7조 제5항 제3호 (총회 의결 정족수): 이 법령들은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에게 부담이 될 계약의 체결'에 관한 사항을 의결하는 총회의 경우, 전체 조합원의 100분의 20 이상이 직접 출석해야 한다는 특별 의결 정족수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채권자들은 이 사건 총회에서 공사 기간 연장에 따른 간접비 추가 부담이 조합원에게 부담이 되는 계약임에도 이 특별 의결 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총회 결의의 무효를 주장했습니다. 이는 조합원의 재산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결정에 대해 더욱 엄격한 의사 결정 절차를 요구하여 조합원을 보호하려는 취지입니다.
조합 규약의 효력과 해석 (조합 규약 제18조 제2항, 제23조 제1항 제3호): 조합 규약은 조합의 내부적인 운영과 구성원 간의 권리 의무 관계를 규율하는 중요한 자치법규입니다. 이 사건에서 채권자들은 조합 규약 제18조 제2항에 따라 조합장이 직무 관련 형사사건으로 기소될 경우 직무수행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기소될 경우'라는 규약의 문언을 엄격하게 해석하여, 단순히 고발되어 수사 중인 단계에서는 직무정지 사유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규약 제23조 제1항 제3호는 특정 금액 이상의 계약 체결 시 경쟁 입찰을 통해 이사회 결의로 선정하고 차기 총회에서 추인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채권자들은 PHC파일 추가공사비에 대한 이사회 결의 후 총회 추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이 규약 위반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조합의 재정 운영에 대한 투명성과 조합원들의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내부 절차 규정의 중요성을 보여줍니다.
가처분의 피보전권리 및 보전의 필요성: 가처분은 본안 소송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채권자가 가진 권리를 임시적으로 보전하는 제도입니다. 가처분을 신청하려면 본안 소송에서 다투는 권리(피보전권리)가 존재하고, 그 권리를 미리 보전하지 않으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보전의 필요성)가 있다는 점을 소명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채권자들이 주장하는 '조합장의 형사 처벌 가능성'과 '총회 결의 무효확인청구권'이 조합장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의 피보전권리로 인정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가처분 제도의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본안 소송의 청구권과 가처분으로 보전하고자 하는 내용 사이에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어야 함을 강조하는 법리입니다.
조합 임원의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고려할 때는 다음 사항들을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피보전권리의 명확성: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은 본안 소송에서 다툴 권리를 임시로 보전하는 조치입니다. 따라서 본안 소송에서 주장할 권리(예: 임원 해임 청구권, 임원 선임 결의 무효 확인 청구권)가 명확하고, 그 권리가 직무집행정지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이 사건처럼 총회 결의 무효 확인 청구가 조합장 선출 결의와 관련이 없다면 직무집행정지의 피보전권리가 될 수 없습니다.
조합 규약의 준수: 조합 규약은 임원의 자격, 직무정지, 자격상실 요건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으므로, 해당 규약의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 요건이 충족되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단순히 임원이 형사 고발되어 수사 중인 것만으로는 규약상 직무정지 사유가 되지 않을 수 있으며, '기소'나 '확정판결' 등 명시된 조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총회 결의의 적법성 확인: 조합 총회에서 조합원에게 금전적 부담을 주거나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안건의 경우, 주택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등 관련 법령과 조합 규약이 정하는 특별 의결 정족수와 절차를 반드시 준수해야 합니다. 특히 조합원에게 부담이 되는 계약의 체결에 관한 사항은 까다로운 직접 출석 요건이 요구될 수 있으므로, 총회 개최 전후로 해당 요건 충족 여부를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자료 열람·등사 요청 절차: 주택법 제12조 제3항은 조합원의 자료 열람·등사 요청에 대한 조합 임원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만약 임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이에 불응할 경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으나, 이러한 고발 사실만으로 직무정지 사유가 바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므로 유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