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방해/뇌물 · 금융
피고인 A는 B과 공모하여 실제로 사업을 운영할 의사 없이 유령법인을 설립하고, 그 명의로 개설된 계좌의 체크카드 등 접근매체를 성명불상자에게 양도한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와 법인 설립 과정에서 자본금 납입에 관한 허위 사실을 등기부에 기록하게 하고 이를 행사한 혐의(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 및 행사)로 기소되었습니다. 또한, 금융기관의 계좌 개설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도 받았습니다. 원심은 업무방해죄와 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 및 행사죄(주식회사 관련)를 유죄로, 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 및 행사죄(유한회사 관련)를 무죄로 판단했으나, 항소심에서는 업무방해죄를 무죄로 판단하고, 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 및 행사죄(주식회사 관련)는 유죄로, 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 및 행사죄(유한회사 관련)는 무죄로 유지했습니다. 최종적으로 피고인에게 징역 6개월과 징역 4개월이 선고되었습니다.
피고인 A는 B의 제안을 받아들여 실제로 사업을 운영할 의사 없이 '유령법인'을 여러 개 설립했습니다. 이후 법인 명의의 계좌를 개설하고, 개설된 계좌와 연결된 체크카드, OTP 등의 접근매체를 B 또는 성명불상자에게 넘겨주어 건당 50만 원의 대가를 받거나 대출 가능성을 약속받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피고인 A는 법인 설립 등기를 위해 실제 자본금을 납입하지 않고 일시적으로 현금을 입금하여 잔고 증명서를 발급받은 뒤 바로 인출하는 방식으로 자본금 가장 납입을 하거나, 허위의 금융거래 목적을 기재한 서류를 금융기관에 제출하여 계좌를 개설했습니다. 검사는 이러한 일련의 행위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 및 행사, 업무방해에 해당한다고 보아 피고인 A를 기소하였고, 이에 대해 피고인과 검사 모두 양형 부당 및 법리오해를 이유로 항소했습니다.
피고인 A가 유령법인을 설립하여 접근매체를 양도한 행위가 전자금융거래법을 위반하는지 여부, 금융기관에 허위 신청을 하여 계좌를 개설한 행위가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하는지 여부, 법인 설립 과정에서 자본금을 가장 납입한 것이 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 및 행사죄에 해당하는지 여부, 특히 유한회사의 출자금 가장 납입과 주식회사의 주금 가장 납입 사이에 법적 판단의 차이가 있는지 여부입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판결의 유죄 부분 중 업무방해죄 부분을 직권으로 파기하고 무죄로 판단했으며, 무죄 부분 중 주식회사 관련 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 및 행사죄는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유한회사 관련 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 및 행사죄에 대한 검사의 항소는 기각하여 원심과 같이 무죄로 유지했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인 A에게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죄 일부와 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 및 행사죄에 관하여 징역 6개월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죄 나머지 일부에 관하여 징역 4개월을 각각 선고했습니다. 업무방해죄는 금융기관 담당자의 불충분한 심사에 기인한 것으로 보아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 및 행사죄 중 유한회사 관련 부분은 피고인에게 가장 납입의 범의가 있었다는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아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반면, 주식회사 관련 부분은 피고인이 직접 가장 납입 행위에 관여하여 범의가 인정된다고 보아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은 유령법인 설립과 관련된 복합적인 금융범죄 사건으로, 법인 설립을 위한 자본금 가장 납입 행위는 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 및 행사죄에 해당할 수 있으며, 접근매체 양도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엄중히 처벌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다만, 금융기관의 업무방해죄 성립 여부는 신청인의 위계뿐만 아니라 업무담당자의 심사 태도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이 사건은 형법상 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 및 행사죄,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 그리고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죄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1. 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 및 불실기재공전자기록등행사죄 (형법 제228조 제1항, 제229조) 이 죄는 공무원에게 허위 신고를 하여 공전자기록에 진실과 다른 불실의 사실을 기재하거나 기록하게 한 때 성립합니다. 여기서 '불실의 사실'이란 권리 의무 관계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 사항이 진실에 반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주식회사의 '주금 가장납입'이 문제 되었습니다. 대법원 판례(2004도7645 전원합의체 판결)는 당초부터 진실한 주금납입으로 회사의 자금을 확보할 의사 없이 형식적으로만 납입하고 바로 인출한 경우 실질적으로 회사의 자본이 늘어난 것이 아니므로 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죄 및 행사죄가 성립한다고 보았습니다. 피고인 A는 주식회사 설립 시 현금을 일시적으로 입금하여 잔고 증명서를 발급받은 후 즉시 인출하는 방식으로 자본금 1,000만 원을 가장 납입했습니다. 이는 상업등기부 전산정보시스템에 자본금에 관한 허위의 사실을 기록하게 한 것이므로, 주식회사 관련 부분에 대해서는 유죄가 인정되었습니다.
그러나 유한회사의 '출자금 가장납입'에 대해서는 다른 판단이 있었습니다. 유한회사는 주식회사와 달리 출자금 납입을 '은행 기타 금융기관'에 위탁하는 것이 의무가 아니며, 설립등기 시 상법 제318조에 따른 납입금 보관 증명서 대신 '회사의 출자금 영수증'을 제출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은행 기타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도 출자금 납입 증명이 가능하여 실제 납입 없이도 설립 등기를 진행할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 A는 유한회사 설립 등기에 직접 관여하지 않고 명의만 대여한 것으로 보였으며, 유한회사의 특성상 출자금 납입의 실재 여부와 피고인의 범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아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2.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 (형법 제314조 제1항) 이 죄는 위계로써 타인의 업무를 방해했을 때 성립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 A가 금융기관에 법인 명의 계좌를 개설하면서 허위로 금융거래 목적을 기재한 것이 금융기관의 계좌 개설 업무를 방해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대법원 판례(2021도17151 판결 등)는 상대방으로부터 신청을 받아 자격 요건 등을 심사하는 업무에 관하여, 신청인이 허위 신청사유나 허위 소명자료를 제출했더라도 업무 담당자가 사실을 충분히 확인하지 않고 이를 믿어 수용했다면, 이는 업무 담당자의 불충분한 심사에 기인한 것으로 보아 신청인의 위계가 업무방해의 위험성을 발생시켰다고 할 수 없어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 A가 제출한 서류들은 법인 개설 시 필수 서류였을 뿐 진실한 금융거래 목적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아니었고, 금융기관 직원이 금융거래 목적의 진실 여부를 추가로 확인하려는 적절한 심사 절차를 진행했다고 볼 만한 정황도 없었습니다. 따라서 항소심은 피고인의 위계가 업무방해의 위험성을 발생시켰다고 볼 수 없다며 업무방해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3. 전자금융거래법위반죄 (구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1호, 제49조 제4항 제1호) 이 법률은 전자금융거래의 접근매체를 양도하거나 양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접근매체'는 체크카드, OTP, 비밀번호 등을 포함합니다. 피고인 A는 유령 법인 명의로 개설된 계좌의 체크카드와 비밀번호 등을 공범 B을 통해 성명불상자에게 전달하여 양도했습니다. 이는 전자금융거래법에서 금지하는 접근매체 양도 행위에 해당하므로 유죄가 인정되었습니다.
타인의 요청으로 법인 설립에 필요한 명의를 빌려주거나, 통장, 체크카드 등 금융 접근매체를 제공하는 행위는 심각한 범죄입니다. 대가를 받거나 대출 등의 이득을 약속받더라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으며, 이는 보이스피싱과 같은 중대한 사회적 폐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 사업 목적 없이 단순히 계좌 개설이나 대출을 위해 유령 법인을 설립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특히, 회사 설립 시 자본금을 실제로 납입하지 않고 일시적으로 돈을 빌려 납입한 것처럼 꾸미는 '가장납입'은 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 및 행사죄에 해당하여 형사처벌을 받게 됩니다. 이는 회사의 자본 건전성을 속이고 채권자들을 기만하는 행위로 간주됩니다. 금융기관에 계좌를 개설할 때는 진실한 금융거래 목적을 밝혀야 합니다. 허위로 금융거래 목적을 기재하거나 허위 서류를 제출하는 행위는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금융기관 담당자가 충분한 심사 없이 허위 신청을 그대로 받아들였다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다른 범죄가 성립할 가능성은 여전히 높습니다. 유한회사는 주식회사와 자본금 납입 증명 방식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실질적인 자본금 납입 없이 설립 등기를 진행하는 가장납입 행위는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어떤 경우든 회사의 자본금을 허위로 꾸미는 행위는 법적 위험을 초래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