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주택 건설업체 A 주식회사가 아파트 단지 조성 중 인접한 근린공원 지하에 지중정착장치(어스앵커)를 설치하자, 인천광역시계양공원사업소장이 공원 점용허가를 거부하고 원상회복 명령을 내린 사건입니다. 법원은 해당 원상회복 명령이 행정절차법상 사전 통지 및 의견 제출 기회 제공 절차를 지키지 않았고, 또한 공익과 사익을 비교했을 때 재량권을 남용하여 비례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판단하여 원상회복 명령을 취소했습니다.
A 주식회사는 2017년 인천 서구 H지구 택지개발사업 공동주택용지를 매수하여 아파트 건설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2018년 인천광역시 건축위원회 심의에서 아파트 단지 내 소방차량 진입 동선을 확보하라는 조건이 붙었고, 이를 충족하기 위해 A 주식회사는 인접한 I 근린공원과의 경계에 접하는 토사면을 절토하고 옹벽과 지중정착장치를 설치하기로 계획했습니다. 이 계획은 2019년 인천 서구청장의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 및 2021년 안전관리계획서 변경 승인에 반영되었습니다. 공사를 진행하던 중, 2022년 1월 인천도시공사가 A 주식회사에게 공원을 불법 점용하여 지중정착장치를 시공하고 있다며 공사 중지 및 원상복구를 요청했습니다. A 주식회사는 필요성을 설명하고 협의를 시도했지만, 인천도시공사는 피고인 인천광역시계양공원사업소장과 점용허가를 협의하라고 안내했습니다. 이에 A 주식회사가 2022년 5월 4일 점용허가를 신청했지만, 피고는 2022년 5월 11일 이미 시공된 지중정착장치를 이유로 점용허가 신청을 거부하고,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제25조 제2항에 따라 2022년 5월 26일까지 원상회복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A 주식회사는 이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피고의 원상회복 명령이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피고가 원고에게 원상회복 명령을 내릴 때 행정절차법상 사전 통지 및 의견 제출 기회를 제공하지 않은 절차적 하자가 있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피고의 원상회복 명령이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으로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피고가 2022년 5월 11일 원고에게 내린 원상회복 명령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소송 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원상회복 명령이 행정처분으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된다고 보았습니다. 이어서, 피고가 해당 명령을 내릴 때 원고에게 사전 통지나 의견 제출의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은 행정절차법을 위반한 절차적 하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법원은 이 사건 원상회복 명령이 재량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지중정착장치 제거 시 발생할 수 있는 아파트 주민들의 안전 문제와 공원 훼손 위험이 원상회복으로 달성하려는 공익보다 현저히 크다고 보아 비례의 원칙을 위반한 재량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따라서 피고의 원상회복 명령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행정절차법과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이하 '공원녹지법') 그리고 행정법의 일반 원칙인 비례의 원칙에 따라 판단되었습니다.
행정처분 개념 (항고소송의 대상): 행정청의 행위가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경우, 이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합니다. 피고의 원상회복 명령은 단순히 요청이 아니라 공원녹지법 제25조 제2항에 근거하여 A 주식회사에게 지중정착장치를 제거할 의무를 부과하는 행위이므로 행정처분으로 인정되었습니다.
행정절차법상 사전 통지 및 의견 제출 기회: 행정절차법 제21조 및 제22조는 행정청이 당사자에게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할 때, 사전에 처분하려는 내용을 통지하고 당사자에게 의견을 제출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행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필수 절차입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는 A 주식회사에게 사전 통지나 의견 제출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고, 그 예외 사유(공공의 안전을 위한 긴급성, 의견 청취의 현저한 곤란성 또는 불필요성 등)도 인정되지 않아 절차상 하자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공원녹지법 제25조 제2항 (원상회복 명령): 이 조항은 점용허가 없이 도시공원에 공원시설 외의 공작물을 설치한 자에게 지체 없이 원상회복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명령은 행정청의 재량에 속하는 '재량행위'로 보지만, 그 재량을 행사할 때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습니다.
비례의 원칙 (재량권 일탈·남용): 행정청이 재량권을 행사할 때에는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 목적과 그로 인해 개인이 입게 될 불이익을 객관적으로 비교·형량하여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지중정착장치 제거 시 아파트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에 막대한 피해가 초래될 수 있고 공원 지반의 안정성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 원고가 의도적으로 법령을 무시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점, 그리고 점용료 징수와 같은 다른 대안으로 공익을 보전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원상회복 명령이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공원녹지법 제53조 제2항 (벌칙): 점용허가 없이 공작물 등을 설치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이는 위법 행위에 대한 형사적 제재로, 행정처분과는 별개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건축 사업자는 사업 계획 단계부터 인접한 공원, 녹지, 국유지 등 다른 토지에 영향을 미치거나 이를 점용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해당 토지의 관리 주체와 미리 충분히 협의하고 정식 허가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특히 지하 부분에 설치되는 시설물이라 하더라도 타인의 토지를 침범하는 경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행정기관은 국민에게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할 때에는 반드시 행정절차법에 따라 사전 통지를 하고 의견 제출의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비록 위법 행위가 발생했더라도, 행정처분은 그로 인해 달성하려는 공익과 침해되는 사익을 면밀히 비교하여 비례의 원칙에 맞게 이루어져야 하며, 대안이 있는지, 제거가 불가능하거나 지나치게 위험한 상황은 아닌지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 이미 건설이 완료되어 많은 주민이 거주하는 상황에서 구조물 제거가 주민들의 안전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면, 점용료 징수 등 다른 방법으로 공익을 보전할 수 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