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권/채무 · 행정
원고 A는 전 배우자 D과 이혼 전 D의 퇴직금 전액을 지급받기로 공증 합의했습니다. D이 퇴직을 앞두고 원고로부터 퇴직금 지급 요구 내용증명을 받자, D은 자신의 딸인 피고 B에게 아파트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었습니다. 이후 D은 아파트를 피고 C에게 매도했고, 피고 B의 근저당권은 말소되었으나, 피고 B는 피고 C로부터 2억 원을 지급받았습니다. 원고는 D에게 약정금 소송을 제기하여 조정이 성립되었으나 D은 이를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원고는 D의 아파트 처분 행위들이 채권자를 해하는 사해행위라며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B와의 근저당권 설정 계약을 취소하고 피고 B에게 1억 6천5백만 원과 이자를 지급하도록 명령했으며, 피고 C에 대한 매매계약 취소 청구는 피고 C가 선의의 매수인이라고 판단하여 기각했습니다.
1995년, 원고 A는 전 배우자 D과 이혼하면서 D이 직장에서 퇴직할 때 퇴직금 전액을 원고에게 지급하기로 합의하고 공증까지 받았습니다. 2018년 10월 23일, D이 정년 퇴직을 앞두자 원고는 내용증명 우편으로 합의서에 따른 퇴직연금 일시금 지급 의사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D은 이 내용증명을 받은 지 불과 며칠 뒤인 2018년 10월 29일, 현 배우자의 딸인 피고 B에게 자신이 소유한 아파트에 채권최고액 2억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해주었습니다. 당시 아파트에는 이미 다른 은행의 선순위 근저당권도 설정되어 있었습니다. 이후 D은 2018년 12월 4일, 이 아파트를 피고 C에게 3억 2천1백만 원에 매도하고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쳤습니다. 피고 B의 근저당권은 이후 말소되었지만, 피고 C는 피고 B 명의의 전세계약서를 작성해 주고 2억 원을 지급했습니다. 한편, 원고 A는 D을 상대로 약정금 지급 소송을 제기하여 2019년 3월 25일 조정이 성립되었는데, D은 원고에게 1억 6천만 원을 분할 지급하되 불이행 시 1억 9천만 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기로 했으나, D은 약정금을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원고 A는 D의 아파트 근저당권 설정 및 매도 행위가 자신의 채권을 해치는 사해행위이므로 이를 취소하고 원상회복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이혼 합의에 따른 퇴직금 채무를 회피하기 위해 채무자가 자신의 딸에게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제3자에게 매도한 행위가 채권자를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이미 말소된 근저당권 설정 계약에 대한 사해행위 취소 청구의 권리보호 이익이 있는지 여부, 장래 발생할 채권이 사해행위 취소의 피보전채권이 될 수 있는지 여부, 그리고 부동산을 취득한 자들이 채무자의 사해의사를 알았는지(악의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 B와 D 사이에 체결된 근저당권설정계약을 1억 6천5백만 원의 한도 내에서 취소하고, 피고 B는 원고에게 1억 6천5백만 원과 이에 대한 이자(판결확정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5%)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반면 원고의 피고 C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소송비용은 원고와 피고 B 사이에 생긴 부분은 피고 B가, 원고와 피고 C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재판부는 D이 채무초과 상태에서 원고 A의 채무를 피하고자 현 배우자의 딸인 피고 B에게 아파트에 근저당권을 설정한 행위를 사해행위로 인정했습니다. 피고 B가 D의 사정을 잘 알 수 있는 친족 관계에 있었으므로 악의가 추정되고, 이를 뒤집을 증거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비록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말소되었으나, 후속 부동산 처분 행위의 사해성 및 배상 범위 판단에 영향을 미치므로 취소 청구의 권리보호 이익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원물 반환이 불가능하여 피고 B가 취득한 이익 범위 내에서 가액 배상을 명했습니다. 그러나 피고 C의 경우 D이나 피고 B와는 무관한 제3자로서 정상적인 거래를 통해 아파트를 매수하였고, D의 사해의사를 알았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피고 C에 대한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할 목적으로 자신의 재산을 처분했을 때 채권자가 그 처분 행위를 취소하고 원상회복을 청구할 수 있는 채권자취소권(민법 제406조)에 관한 판례입니다.
채권자취소권의 피보전채권: 원칙적으로 사해행위가 있기 전에 발생한 채권이어야 하지만, 이 판례에서는 사해행위 당시에 이미 채권 성립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D과 A의 이혼 합의서 작성)가 있었고, 가까운 장래에 채권이 성립될 고도의 개연성(D의 퇴직 임박 및 내용증명 송달)이 있으며, 실제로 가까운 장래에 채권이 성립된 경우(조정 성립)에도 채권자취소권의 피보전채권이 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 2013. 12. 26. 선고 2012다41915 판결 등 참조). 즉, 미래에 발생할 채권이라도 그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면 보호받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사해행위의 성립 및 채무자의 사해의사: 채무자가 빚을 갚을 능력이 없는 상태(채무초과 상태)에서 자신의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을 특정 채권자에게 담보로 제공하거나 매각하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른 채권자들에 대한 사해행위에 해당하며, 채무자의 사해의사는 추정됩니다 (대법원 2018. 12. 28. 선고 2018다272261 판결 등 참조). D의 경우 아파트 외 다른 적극재산이 없었고, 연금은 강제집행이 어렵다고 판단되어 사실상 무자력 상태로 보았습니다.
수익자의 악의 추정 및 번복: 사해행위로 이득을 본 수익자(재산을 넘겨받은 자)가 채무자의 사해의사를 알았다고 추정됩니다. 특히 채무자와 수익자 사이에 친족 관계 등 특수 관계가 있는 경우 악의가 더욱 강하게 추정됩니다 (대법원 2006. 4. 14. 선고 2006다5710 판결 등 참조). 피고 B는 D의 현 배우자의 딸이므로 악의가 인정되었고, 이를 뒤집을 만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권리보호의 이익: 근저당권설정계약이 이미 해지되어 등기가 말소되었더라도, 해당 행위의 사해성 여부가 다른 처분 행위의 효력이나 원상회복 범위에 영향을 미친다면 그 근저당권설정계약에 대한 사해행위취소 청구는 여전히 권리보호의 이익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 2013. 5. 9. 선고 2011다75232 판결 등 참조).
원상회복의 방법: 사해행위가 취소되면 원칙적으로 원물을 반환해야 하지만, 원물 반환이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려운 경우에는 그 가액을 금전으로 배상해야 합니다 (대법원 2019. 4. 11. 선고 2018다203715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는 근저당권 등기가 말소된 상태였으므로 피고 B에게 가액 배상을 명했습니다.
공무원연금의 압류 금지: 공무원연금법 제39조 제1항, 제2항 및 민사집행법 제195조 제3호, 민사집행법 시행령 제2조에 따라 공무원연금 수급권은 압류가 금지됩니다. 이 판례에서는 D이 수령하게 될 퇴직연금이 강제집행이 쉽지 않아 채무자의 적극재산으로 보기에 어렵다고 판단하는 근거가 되었습니다.
채무자가 재산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채권자(특히 친인척 등 특수 관계인)에게 자신의 유일한 재산을 처분하는 것은 다른 채권자들의 채권을 침해하는 ‘사해행위’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채권자는 법원에 사해행위 취소 소송을 제기하여 해당 재산 처분 행위를 무효로 돌리고 원상회복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사해행위 취소 소송에서 채권자는 채무자가 재산을 처분하기 전에 이미 채권이 존재했음을 입증해야 하지만, 당시 채권 성립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가 형성되어 있었고 가까운 시일 내에 채권이 발생할 것이라는 고도의 개연성이 있었으며 실제로 채권이 성립되었다면, 해당 채권도 피보전채권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사해행위로 설정된 담보권(예: 근저당권)이 이미 말소되었다 하더라도, 그 행위가 채무자의 다른 재산 처분 행위의 사해성이나 원상회복 범위에 영향을 미친다면 취소 청구의 권리보호 이익이 여전히 인정될 수 있습니다. 사해행위 취소 시, 재산을 취득한 수익자(받은 사람)가 채무자의 사해의사(채권자를 해하려는 의도)를 알았는지 여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친인척 관계 등 특수 관계에서는 수익자의 악의가 추정되므로, 이를 뒤집기 위해서는 사해행위가 아니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부동산을 매수한 사람이 채무자의 사해의사를 알지 못했음(선의)을 입증하면 매매계약 취소를 면할 수 있습니다. 이는 채무자와의 관계, 거래의 정상성, 시세 준수 여부, 매수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 사해행위가 취소되면 원칙적으로 재산 자체를 돌려받아야 하지만, 원물 반환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재산 가액에 해당하는 금전을 배상받을 수 있습니다. 배상액은 채권자의 채권액, 공동 담보 재산의 가액, 수익자가 취득한 이익 등을 종합하여 결정됩니다. 공무원연금과 같이 법률로 압류가 금지되거나 제한되는 재산은 채무자의 재산 목록에서 실질적인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는 채무자의 무자력 여부를 판단할 때 고려되는 요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