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세트장 샹들리에 설치 중 추락사고 손해배상 판결

드라마 세트장에서 샹들리에 설치 작업을 하던 직원이 천장 붕괴로 3.5미터 아래로 추락하여 하반신 마비 등의 영구적인 상해를 입은 사고에 대해, 드라마 제작사를 상대로 제기된 손해배상 청구 소송입니다. 법원은 드라마 제작사에게 안전 조치 의무 위반 책임을 인정하여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도록 명령했으나, 피해자 본인의 과실도 일부 인정하여 책임을 제한했습니다. 반면, 미술감독과 세트장 설치 업자에 대한 청구는 기각되었고, 피해자에게 장애연금을 지급한 국민연금공단의 대위 청구 또한 기각되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드라마 세트장에서 미술 소도구 설치 용역을 담당하던 중 추락 사고를 당하여 영구적인 중상을 입은 피해 직원입니다.
• 원고 승계참가인 국민연금공단: 원고에게 장애연금을 지급하였으며, 원고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대위하여 피고들에게 추가적인 손해배상을 청구한 기관입니다.
• 피고 주식회사 C: 드라마 제작을 총괄하며 이 사건 드라마 촬영 관련 작업을 총괄하는 사업주입니다.
• 피고 B: 피고 C에 고용된 이 사건 드라마의 미술감독입니다.
• 피고 D: 이 사건 드라마 세트장을 설치한 'H' 사업체의 운영자입니다.
• 피고보조참가인 주식회사 E: 원고를 고용한 미술용역업체로, 피고 C와 미술용역공급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분쟁 상황

원고는 2017년 12월 23일 새벽 1시 50분경, 안성시 소재 드라마 세트장에서 샹들리에 설치를 위한 전기 작업을 하던 중, 작업 중이던 J 세트장의 천장 목재와 면이 갑자기 붕괴하면서 3.5미터 높이에서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이 사고로 원고는 흉요추부 척수손상, 완전 하반신 마비, 배꼽 이하 무감각, 보행 불능, 자가 배변 및 배뇨 불능, 발기 불능 등 심각한 영구 장애를 입었습니다. 원고는 사고 발생일로부터 2020년 3월 20일까지 입원 치료를 받았으며, 그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통원 및 재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피고 B(미술감독)에게 원고의 작업 시 안전을 배려할 의무가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피고 D(세트장 설치자)가 세트장 천장을 견고하게 축조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한 과실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피고 C(드라마 제작사)가 추락 위험 방지 조치 및 안전에 관한 정보 제공 의무를 위반하여 원고의 손해 발생에 책임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넷째, 원고에게도 사고 발생 및 손해 확대에 대한 과실이 있어 손해배상액을 제한할 필요가 있는지 여부입니다. 다섯째, 원고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받은 휴업급여와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받은 장애연금이 손해배상액 산정 시 어떻게 공제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국민연금공단의 원고 대위 청구가 유효한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1. 피고 주식회사 C는 원고에게 749,709,825원 및 이에 대하여 2024년 2월 22일부터 2024년 4월 18일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이자를 지급해야 합니다.
2. 원고의 피고 주식회사 C에 대한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3. 원고의 피고 B와 D에 대한 모든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4. 원고 승계참가인 국민연금공단의 모든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5. 소송 비용은 원고와 피고 주식회사 C 사이에 발생한 부분 중 5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 주식회사 C가 부담합니다.
6. 원고와 피고 B, D 사이에 발생한 부분은 원고가 부담하며, 원고 승계참가인과 피고들 사이에 발생한 부분은 원고 승계참가인이 부담합니다.
7. 피고 주식회사 C에게 명령된 손해배상금은 가집행할 수 있습니다.

결론

이 사건은 드라마 제작 총괄사인 피고 C가 작업 현장에서의 안전 관리 의무를 소홀히 하여 발생한 사고에 대한 책임을 인정한 판결입니다. 법원은 피고 C가 추락 위험 방지 조치 및 안전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할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아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원고 본인도 임시 세트장 천장 작업 시 스스로 안전을 도모할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점이 인정되어 피고 C의 책임이 손해액의 60%로 제한되었습니다. 반면, 미술감독 피고 B는 원고에 대한 구체적인 지휘·감독권이나 안전보건조치 업무를 위임받은 사실이 없다고 보아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세트장 설치자 피고 D 역시 임시 구조물의 특성상 견고한 축조 의무 위반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책임이 기각되었습니다. 또한, 국민연금공단의 대위 청구는 원고가 이미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휴업급여 및 장애연금을 지급받아 해당 기간의 일실수입 손해액이 모두 공제되었기 때문에, 추가로 대위할 잔액이 없다고 판단하여 기각되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의 의무: 사업주(피고 C)는 근로자가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추락 위험 방지 조치를 하고 안전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 C는 이러한 의무를 위반하여 원고가 추락사고를 당했으므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었습니다. 실제로 피고 C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약식기소되어 3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습니다.
2. 불법행위 책임 (민법 제750조)​: 고의 또는 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피고 C의 안전 관리 의무 위반이 원고의 손해 발생에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으므로 불법행위 책임이 성립합니다.
3. 과실상계 (민법 제763조, 제396조)​: 피해자에게도 손해 발생이나 확대에 과실이 있는 경우, 법원은 이를 참작하여 손해배상액을 감액할 수 있습니다. 원고가 임시 세트장 천장에서 작업할 때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잘못이 인정되어, 피고 C의 손해배상 책임은 손해액의 60%로 제한되었습니다.
4. 신의칙상 안전배려의무: 특정 관계에서 서로의 안전을 배려해야 할 의무를 의미합니다. 법원은 피고 B(미술감독)가 원고(하청업체 직원)의 구체적인 작업 내용과 방법을 지휘·감독할 지위에 있었다거나, 피고 C가 피고 B에게 안전관리책임자 업무를 위임했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판단하여 피고 B에게는 신의칙상 안전배려의무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5. 국민연금법상 장애연금 및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휴업급여 공제 (국민연금법 제114조 제1항, 제67조 제1항,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7조 제3항)​:
   • 공제 후 과실상계 원칙: 재해 근로자가 보험급여를 받은 경우, 손해배상 청구액은 보험급여와 같은 성질의 손해액(일실수입)에서 먼저 보험급여를 공제한 다음 과실상계를 하는 방식으로 산정해야 합니다 (대법원 2022다241618 전원합의체 판결).
   • 공제 범위: 휴업급여나 장애연금은 휴업 기간 중 또는 장애로 인한 일실수입에 대응하므로, 해당 기간의 일실수입 상당 손해액에서만 공제됩니다.
   • 국민연금공단의 대위권 제한: 국민연금공단이 제3자의 불법행위로 인해 장애연금을 지급하고 수급권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하는 경우, 그 범위는 제3자의 책임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제한됩니다. 즉, 수급권자의 과실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공단이 대위할 수 없습니다. 또한, 이미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급여를 공제하고 남은 일실수입 잔액이 있는 경우에만 대위 청구가 가능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가 지급받은 휴업급여 및 장애연금 합계액이 해당 기간의 일실수입 손해액을 초과하였으므로, 국민연금공단이 대위 청구할 수 있는 금액이 없다고 판단되어 국민연금공단의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참고 사항

1. 작업 현장 안전 수칙 준수: 세트장과 같은 임시 구조물에서의 작업은 일반적인 건설 현장보다 위험할 수 있으므로, 안전 발판 설치, 안전띠 착용 등 기본적인 안전 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현장 안전 관리자 또는 사업주가 제공하는 안전 교육 및 정보를 반드시 숙지해야 합니다.
2. 위험 요소 인지 및 보고: 작업 중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상황(예: 구조물의 불안정성, 미흡한 안전 시설)이 발생하면 즉시 작업을 중단하고 관리자에게 보고하여 적절한 조치를 요구해야 합니다. 전문가가 아닌 경우 무리하게 작업을 강행하지 않아야 합니다.
3. 사고 발생 시 증거 확보: 사고 발생 즉시 현장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 목격자 진술 확보, 병원 진단서 및 치료 기록, 영수증 등 관련 증거를 최대한 상세히 수집하고 보관해야 합니다. 이는 손해배상 청구 시 객관적인 증거로 활용됩니다.
4. 손해액 청구 범위 확인: 부상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시에는 일실수입(사고로 인해 벌지 못하게 된 돈), 치료비(기왕 치료비 및 향후 치료비), 개호비(돌봄 비용), 보조구 비용 등을 모두 고려하여 산정해야 합니다. 특히 개호비나 보조구 비용은 실제 지출 여부가 중요하므로 관련 자료를 철저히 보관해야 합니다.
5. 보험금 등 공제 이해: 산업재해보상보험 휴업급여나 국민연금 장애연금 등 공적 보험 급여를 이미 받았다면, 손해배상액 산정 시 이 금액이 공제될 수 있습니다. 이때 공제 방식(예: 공제 후 과실상계)이 복잡할 수 있으므로, 관련 법리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6. 책임 주체 명확화: 하청업체 직원이 사고를 당한 경우, 원청 사업주에게도 안전 관리 책임이 있을 수 있으므로, 원청과 하청 사업주 모두를 대상으로 손해배상 가능성을 검토해야 합니다. 현장 지휘·감독 관계가 누구에게 있었는지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