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협박/감금 · 성폭행/강제추행 · 디지털 성범죄
채팅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만난 남성과 여성이 술을 마신 뒤 모텔에 가게 되었습니다. 여성은 남성이 자신을 강간하고 나체를 불법 촬영한 뒤 촬영물을 이용해 협박했다고 주장하며 고소했으나, 남성은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가졌을 뿐 다른 혐의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고소인의 진술이 사건 경위, 성관계 경위, 성관계 이후 상황, 신고 경위 등 핵심적인 부분에서 일관성이 부족하고 객관적 상황과 부합하지 않는 점이 많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에게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고인 A와 고소인 C는 2020년 8월 24일 채팅 어플리케이션 '위피'를 통해 처음 만나 함께 술을 마셨습니다. 이후 피고인은 고소인에게 늦은 시간 귀가가 위험하다며 모텔에서 자고 가라고 권유했고, 둘은 서울 구로구의 한 모텔 객실로 이동했습니다. 고소인은 모텔 객실에서 피고인이 자신을 침대에 밀쳐 넘어뜨리고 입을 막고 목을 조르며 강제로 성관계를 하고, 직후 나체 사진을 촬영한 뒤 이를 이용해 협박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피고인은 고소인과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가졌으며 불법 촬영이나 협박은 없었다고 반박하면서 사건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피고인과 고소인 간의 성관계가 고소인의 동의 하에 이루어진 것인지, 피고인이 고소인의 나체를 동의 없이 촬영하고 그 촬영물을 이용하여 협박했는지 여부였습니다. 특히,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직접적인 증거가 사실상 고소인의 진술뿐인 상황에서, 고소인 진술의 신빙성을 어떻게 판단할지가 중요한 쟁점이 되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고소인을 강간하고 카메라등이용촬영 및 촬영물등이용협박을 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또한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고 밝혔습니다.
법원은 고소인의 진술이 사건 발생 경위, 강간 경위, 성관계 이후 상황, 그리고 경찰에 신고하게 된 경위 등 여러 면에서 일관성이 부족하고 서로 모순되는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경찰 조사와 법정 진술 사이에 큰 차이가 있어 단순히 기억력의 한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강간 피해자가 보이기 어려운 행동들(가해자가 씻고 나온 뒤 욕실 사용, 가해자가 떠난 모텔에서 혼자 밤을 보낸 뒤 퇴실, 5개월 지연된 신고 등)도 진술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보았습니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고소인의 진술만으로는 피고인의 혐의를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에는 다음과 같은 법률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25조 (무죄판결): 이 조항은 피고인의 공소사실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는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에서는 고소인의 진술 신빙성이 부족하여 피고인의 혐의가 합리적인 의심을 넘어설 정도로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되어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형법 제58조 제2항 (판결의 공시): 무죄가 선고된 경우, 피고인의 명예회복을 위해 법원의 결정에 따라 판결의 요지를 공시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입니다. 이번 판결에서도 무죄 선고와 함께 판결 요지를 공시하도록 명령했습니다. 관련 법리 (대법원 판례): 대법원은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일관되게 부인하고,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직접적인 증거가 사실상 고소인(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경우, 오직 고소인의 진술에만 의존하여 유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 진술의 진실성과 정확성에 거의 의심을 품을 만한 여지가 없을 정도로 '높은 증명력'이 요구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증명력을 판단할 때는 고소인 진술 자체의 합리성, 일관성, 객관적 상황과의 부합 여부, 그리고 고소인의 성품 등 인격적 요소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고소인의 진술이 이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되어 무죄 판결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성범죄 사건에서는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인 경우가 많아, 진술의 신빙성 판단이 매우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법원은 피해자 진술의 합리성, 일관성, 객관적인 사실과의 부합 여부뿐만 아니라 진술하는 사람의 성품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합니다. 유사한 상황에서는 피해를 주장하는 당사자가 사건 경위를 초기부터 상세하고 일관성 있게 진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시간 경과로 기억이 흐려질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빨리 기록하거나 진술하여 오해의 소지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성폭력 피해 직후의 반응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지만, 사회 통념상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보였다면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가해자와의 불필요한 접촉을 지속하거나 피해 발생 후 신고까지의 지연 기간이 길고 그 이유가 불분명할 경우 진술의 신빙성이 약화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