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금전문제 · 노동
원고 A 주식회사는 피고 B 재개발정비사업조합과 주상복합 신축 사업에 필요한 시공사 선정 및 사업비 대출 조력 업무를 수행하기로 하는 업무대행 계약을 체결하고, 그 대가로 용역수수료 12억 원을 받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나 원고가 주선한 시공사 H이 사업비 대출 조달에 난색을 표하고 금융사 J 등과의 대출 계약도 성사되지 않자, 피고 조합은 자체적으로 새로운 시공사를 선정하고 대출을 받았습니다. 이에 원고는 위임 사무를 완료했거나 적어도 원고의 책임 없는 사유로 계약이 종료되었다며 피고들에게 용역수수료 중 일부인 3억 원 및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법원은 원고가 계약상 핵심 의무인 사업비 대출 조달을 성공시키지 못했으며 계약 종료 역시 원고의 책임으로 인한 것이라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피고 B구역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주상복합 신축사업을 추진하면서 2017년 5월 17일 원고 A 주식회사와 업무대행(PM)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계약에 따라 원고는 사업에 필요한 시공사, 금융사, 신탁사 선정 조력 및 대행 업무를 수행하고, 피고 조합은 12억 원의 용역수수료를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계약서에는 원고가 90일 이내에 금융사와 필수 사업비 조달 관련 계약을 체결하도록 조력해야 하며, 만약 금융 대출 계약이 재결 승인 공탁 결정 전후 30일까지 이루어지지 못하거나 그로부터 45일 이내에 자금 집행이 안 될 경우 원고의 권리가 반환된다는 내용 등이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원고는 H 주식회사를 시공사로 주선하여 2017년 5월 25일 피고 조합과 공사도급계약이 체결되도록 하였습니다. 그러나 H은 이후 사업비 대출 조달이 어렵다고 밝혔고, 원고가 주선한 금융사 J 등과의 대출 계약도 실제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이에 피고 조합은 2017년 8월, 10월, 12월 등 수차례에 걸쳐 원고에게 금융 업무 완료를 독촉하며 기한을 제시했고, 기한 내 대출이 확정되지 않으면 직접 대출을 진행하거나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의사를 통지했습니다. 결국 피고 조합은 2018년 1월 임시총회를 통해 H과의 공사도급계약을 해제하고 새로운 시공사를 선정하기로 결의했습니다. 이후 원고와 피고 조합은 2018년 4월 11일 용역업무 권리를 포기하고 1억 원을 지급받는 내용의 타절합의서를 작성했으나, 피고 조합이 이를 이행하지 않아 원고는 합의 해지를 통보하고 업무 복귀를 알렸습니다.
피고 조합은 원고의 조력 없이 2019년 1월 4일 주식회사 O와 새로운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고, 2019년 6월 4일 P 주식회사로부터 130억 원의 사업비 대출 약정을 체결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자신이 계약상 의무를 이행했거나 적어도 원고의 책임 없는 사유로 계약이 종료되었다며 피고들에게 용역수수료 중 일부인 3억 원과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재개발 사업비 대출 조달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업무대행 계약에서, 위임받은 용역업체가 해당 업무를 '완료'했다고 볼 수 있는지 그리고 계약이 종료된 원인이 용역업체의 책임 없는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핵심 쟁점입니다.
법원은 원고 A 주식회사의 피고 B구역재개발정비사업조합, C, D에 대한 용역수수료 3억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 계약의 주요 목적이 피고 조합이 원고의 조력으로 사업비를 대출받아 조달하는 것이었고 원고가 이를 성공시키지 못했으므로 위임사무를 완료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계약 종료는 원고가 기한 내에 금융사를 주선하지 못하여 피고 조합이 스스로 자금을 조달하게 된 것이므로 원고의 책임 없는 사유로 인한 종료로 볼 수 없다고 보아, 원고의 주위적 및 예비적 청구를 모두 배척하고 최종적으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은 민법상 위임계약에 해당하며, 특히 위임계약에서 보수 청구권에 관한 규정이 주로 적용되었습니다.
민법 제686조 제2항 (수임인의 보수청구권): 이 조항은 수임인(용역업체)은 위임사무(업무대행)를 완료한 후에야 비로소 보수(용역수수료)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다만, 보수를 기간으로 정한 경우에는 그 기간이 경과한 후에 청구할 수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 법원은 계약의 내용, 특히 제3조 제5항과 제6조 제1항을 종합하여 원고의 위임사무가 단순히 시공사와 금융사를 주선하는 것을 넘어 피고 조합이 원고의 조력을 통해 '사업비를 대출받아 조달하는 것'이라는 핵심적인 목적이 달성되어야 완료된다고 해석했습니다. 원고가 주선한 시공사 H이 PF 대출 조달에 도움을 줄 수 없었고, 금융사 I이나 J과 대출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으므로 원고가 이 핵심 위임사무를 완료했다고 볼 수 없어 주위적 청구가 기각되었습니다.
민법 제686조 제3항 (수임인의 책임 없는 사유로 인한 위임 종료 시 보수청구권): 이 조항은 수임인이 위임사무를 처리하는 중에 수임인의 책임 없는 사유로 위임이 종료된 때에는 수임인이 이미 처리한 사무의 비율에 따른 보수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합니다. 원고는 이 사건 계약이 원고의 책임 없는 사유로 종료되었다고 주장하며 예비적으로 기여도에 따른 보수를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피고 조합이 스스로 자금을 조달하여 이 사건 계약의 목적이 불가능하게 된 것은 원고가 기한 내에 자금 조달 계약을 체결할 금융사 등을 선정하여 주선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보았습니다. 즉, 계약 종료의 원인이 원고의 업무 미완료에 있다고 판단했으므로, 원고의 책임 없는 사유로 인한 종료가 아니라고 보아 예비적 청구 또한 기각되었습니다.
이 판결은 위임계약에서 수임인의 보수 청구권이 발생하기 위한 '위임사무 완료'의 의미와 '책임 없는 사유로 인한 종료'의 판단 기준이 계약의 구체적인 내용과 당사자들의 약정, 그리고 실제 업무 수행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용역 계약 시 업무 범위와 완료 기준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합니다. 특히, 수수료 지급의 전제 조건이 '특정 결과물의 달성'인지 아니면 '업무 수행 노력 그 자체'인지 명확히 해야 합니다. 이 사건처럼 자금 조달과 같이 외부 요인에 크게 좌우되는 성과를 조건으로 할 경우, 계약서에 성공 여부에 따른 보수 지급 기준을 상세히 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조력하거나 알선하는 것을 넘어, 최종 계약 체결 및 자금 집행과 같은 '완료' 여부를 수수료 지급의 조건으로 명시했다면, 그 결과가 달성되지 않으면 보수를 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계약 중 문제가 발생하여 해지 또는 변경 논의가 진행될 경우, 합의 내용은 반드시 서면으로 명확히 남기고 이행 조건을 정확히 확인해야 합니다. 일방의 불이행 시 합의 효력 해지 등 조건이 있는 경우, 해당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의 후속 조치나 원 계약 복귀 여부 등도 명확히 해두는 것이 분쟁을 예방하는 방법입니다.
또한, 위임받은 업무를 성실히 이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위임인의 '단순 변심'으로 계약이 해지되는 경우와, 용역업체의 노력 부족이나 주선한 당사자의 한계로 인해 위임 목적 달성이 어려워진 경우는 법적 책임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계약서에 이러한 상황들을 예측하고 각 경우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