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
한국도로공사의 정보통신시설 유지관리 업무를 수행하던 외주업체 소속 직원들이 실제로는 한국도로공사의 지휘·명령을 받으며 업무를 수행했다고 주장하며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직접 고용 관계 확인과 미지급 임금 또는 임금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이들 직원이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의 불법파견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주장을 대부분 인용했습니다.
한국도로공사는 1996년 설립된 100% 출자 자회사인 N(이후 참가인 A으로 변경)을 통해 정보통신시설 유지관리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이후 2002년 N이 민영화된 후에도 한국도로공사는 용역계약을 통해 이 사건 각 업무를 위탁했습니다. 2009년 이후에는 공개입찰 방식으로 여러 외주업체를 선정하여 이 업무를 맡겼는데, 이때에도 한국도로공사가 작성한 과업지시서에 따라 업무가 진행되었습니다. 원고들은 이 외주업체 소속으로 한국도로공사의 지사 등에서 정보통신시설 유지관리 업무를 수행하면서, 실질적으로 한국도로공사의 지휘·감독을 받았으므로 불법적인 근로자파견 관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 용역계약이 실질적으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의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만약 그렇다면 한국도로공사가 원고들을 직접 고용해야 할 의무가 있는지 및 미지급 임금 또는 임금 상당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책임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특히, 파견법상 고용의제 또는 고용의무발생 기준 시기와 공제되어야 할 기존 수령액의 산정 방식도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한국도로공사가 원고들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업무수행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했고 원고들이 한국도로공사 소속 근로자들과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실질적으로 사업에 편입되었다고 보아 근로자파견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법원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의거하여 일부 원고들(고용의제 원고들)이 한국도로공사의 근로자 지위에 있음을 확인하고, 나머지 원고들(고용의무발생 원고들)에게는 한국도로공사가 고용 의사표시를 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또한, 한국도로공사는 원고들에게 한국도로공사의 정보통신직렬 6급 내지 7급 직원들의 근로조건을 기준으로 산정된 임금에서 기존에 외주업체로부터 지급받은 임금을 공제한 차액을 미지급 임금 또는 임금 상당의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하라고 명령했습니다.
법원은 한국도로공사의 정보통신시설 유지관리 외주업체 직원들이 한국도로공사의 실질적인 지휘·명령을 받아 근무했음을 인정하여 이들을 한국도로공사의 근로자로 간주하거나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도로공사는 원고들에게 미지급 임금 또는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원고들의 청구는 상당 부분 인용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과 관련된 중요한 판례입니다.
파견법 제2조 제1호 (근로자파견의 정의): '근로자파견이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파견계약의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합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계약의 명칭(용역계약)에 구애받지 않고, 한국도로공사가 원고들에 대해 직·간접적인 지휘·명령을 했는지, 원고들이 한국도로공사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는지, 외주업체가 독자적인 결정 권한을 행사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근로자파견 관계를 인정했습니다.
제정 파견법 제6조 제3항 (직접고용간주): 사용사업주가 2년을 초과하여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2년이 만료된 다음 날부터 파견근로자를 고용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이 규정은 고용의제 원고들에게 적용되어 한국도로공사의 근로자 지위를 인정하는 근거가 되었습니다.
구·개정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 제5호 (직접고용의무): 사용사업주가 허가받지 않은 근로자파견사업자로부터 근로자파견의 역무를 제공받은 경우, 해당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 의무는 고용의무발생 원고들에게 적용되어 한국도로공사가 이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판결한 근거가 되었습니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8조 제1항 (차별적 처우 금지):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 비하여 기간제 근로자임을 이유로 차별적 처우를 해서는 안 됩니다. 법원은 이 조항의 취지를 유추하여 직접 고용이 인정된 파견근로자의 임금은 사용사업주의 동종 또는 유사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한국도로공사의 정보통신직렬 6, 7급 직원)의 근로조건과 동일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민법 제469조 및 손익상계 법리: 파견근로자가 파견사업주로부터 지급받은 임금 명목의 돈은 사용사업주로부터 지급받아야 할 임금에서 공제하는 것이 상당하다는 원칙이 적용됩니다. 법원은 기존 수령액이 기준임금보다 많더라도 해당 월의 임금/손해배상액을 0원으로 처리하고, 특정 월에 받은 초과 금액을 다른 월의 임금에서 공제하지 않는 방식으로 손익상계를 적용했습니다.
민법 제387조 제2항 (이행지체 책임의 기산점): 이행기한의 정함이 없는 채무는 채권자로부터 이행청구를 받은 때부터 지체책임을 진다고 규정합니다. 고용의무발생 원고들의 지연손해금은 소장 송달 다음 날이 아닌,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이 피고에게 송달된 다음 날부터 발생한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외주(도급) 계약의 형태를 띠고 있더라도 실제 업무 수행 과정에서 발주처가 외주업체 소속 직원들에게 직접적인 지시와 명령을 하고, 외주업체가 독립적인 사업 운영 주체로서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하는 경우, 법원은 이를 불법적인 '근로자 파견'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해당한다고 의심된다면 다음 사항들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첫째, 발주처 관리자가 외주업체 직원에게 직접 업무 지시를 내렸는지, 둘째, 외주업체 직원이 발주처의 조직 내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어 함께 근무했는지, 셋째, 외주업체가 직원 채용, 배치, 근태 관리 등을 독자적으로 결정할 권한이 있었는지, 넷째, 수행하는 업무가 전문성이나 기술성이 특별히 요구되지 않고 발주처 직원의 업무와 본질적으로 유사한지 여부입니다. 계약서의 명칭이 '도급'이더라도 실제 업무의 실질이 파견과 같다면 직접 고용 의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업무 지시 체계와 실제 근무 환경을 명확히 기록하고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