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 · 금융
피고인은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성명불상자의 제안을 받아들여 자신의 은행 계좌와 연결된 체크카드를 대여하고 비밀번호를 알려주어 전자금융거래법을 위반했습니다. 이후 피해자가 성명불상자의 보이스피싱에 속아 피고인 명의 계좌로 송금한 810만 원을 피고인이 개인 채무 변제에 임의로 사용하여 횡령했습니다.
피고인 A는 2020년 7월경 성명불상자로부터 '피고인 명의의 계좌와 연결된 체크카드를 보내주면 회사 자금으로 해외 콘도를 매입하는 것처럼 허위 서류를 작성하여 5천만 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도와주겠다'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피고인은 이를 승낙하고 자신의 체크카드 1장을 택배로 성명불상자에게 전달했으며, 카카오톡 메시지로 계좌번호와 체크카드 비밀번호를 알려주었습니다. 이후 2020년 7월 28일 피해자 E가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속아 피고인 명의의 B은행 계좌로 810만 원을 송금했습니다. 피고인은 이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피해자를 위해 보관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기업은행 계좌로 이체하여 개인 채무 변제에 임의로 사용했습니다.
무형의 기대이익을 대가로 접근매체(체크카드)를 대여하는 행위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임의로 사용한 행위가 횡령죄에 해당하는지 여부
피고인에게 징역 8월을 선고합니다. 다만, 이 판결이 확정된 날부터 2년간 형의 집행을 유예하며, 피고인에게 20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합니다.
법원은 피고인이 대출을 받을 기대이익을 대가로 접근매체를 대여한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와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임의로 사용한 횡령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사회적 폐해가 크고 피해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 등 불리한 양형 요소를 고려하면서도, 피고인이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며 대출 목적이었다는 유리한 양형 요소를 참작하여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및 사회봉사 200시간을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은 크게 두 가지 법률 위반으로 구성됩니다. 첫째,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입니다. 구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2호는 대가를 주고받거나 약속하면서 금융 접근매체를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같은 법 제49조 제4항 제2호는 이를 위반할 경우 징역형 또는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대가'에는 돈과 같은 유형의 이익은 물론,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무형의 기대이익'도 포함됩니다. 피고인이 대출을 기대하고 체크카드와 비밀번호를 넘겨준 행위가 이에 해당합니다. 둘째, 횡령죄입니다. 형법 제355조 제1항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사람이 그 재물을 마음대로 사용하거나 반환을 거부하면 횡령죄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보이스피싱 범죄로 인해 피해자의 돈이 피고인의 계좌로 입금된 경우, 피고인은 그 돈을 피해자를 위해 보관해야 할 의무가 있는 '보관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며, 이 돈을 임의로 개인 채무 변제 등에 사용한 행위는 횡령죄에 해당합니다. 또한, 피고인의 여러 범죄 행위는 형법 제37조 전단에 따라 경합범 가중이 적용되어 가장 중한 죄에 정해진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될 수 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의 여러 양형 조건을 고려하여 형법 제62조 제1항에 따라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으며, 형법 제62조의2에 따라 사회봉사명령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대가를 약속받고 타인에게 체크카드, 계좌 비밀번호 등 금융 접근매체를 빌려주는 행위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엄격히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대가'에는 돈뿐만 아니라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 같은 무형의 이익도 포함됩니다. 본인 계좌로 정체불명의 돈이 입금된 사실을 알게 된다면 즉시 해당 금융기관에 신고하고, 해당 돈이 보이스피싱 피해금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절대 임의로 인출하거나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임의로 사용하면 횡령죄가 성립하여 추가적인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고액의 대출을 쉽고 빠르게 해준다는 비정상적인 제안은 보이스피싱 등 사기 범죄와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