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금
원고 주식회사 A가 피고 주식회사 B에 친환경 보냉 종이상자를 공급한 후 물품대금과 재고물품대금 청구를 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새로운 견적서에 따른 단가 인하 합의가 없었다고 판단하여 기존 단가에 따라 물품대금을 인정했고 재고물품에 대한 대금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변제된 금액에 대해서는 법정변제충당 순서를 적용하여 피고는 원고에게 51,008,682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 주식회사 A는 2018년 10월부터 피고 주식회사 B와 친환경 보냉 종이상자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습니다. 2019년 8월부터 9월까지 원고는 피고에게 상자를 납품했고 기존 합의된 단가(C 3호 2,120원 등)를 기준으로 물품대금을 산정해왔습니다. 그러나 피고는 경쟁사로부터 저렴한 가격 제안을 받은 후 원고에게 단가 조정을 요청했고 이에 원고는 2019년 8월 12일과 8월 19일에 걸쳐 단가가 인하된 1, 2차 견적서를 송부했습니다. 이후 원고는 납품한 물품대금(기존 단가 기준)과 피고의 요청으로 제작한 재고물품대금 합계 133,526,745원을 청구했으나 피고가 78,580,155원을 변제하여 남은 64,944,454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는 원고가 제시한 인하된 견적서에 따라 물품을 발주했으므로 새로운 단가가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재고물량 제작 요청을 한 사실도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원고와 피고 사이에 새로운 견적서에 기재된 인하된 제작 단가로 물품대금을 정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는지 여부, 피고가 원고에게 재고물량을 제작해 달라고 요청하거나 발주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 피고가 변제한 금액을 어떠한 방식으로 물품대금 채무에 충당할 것인지 여부
법원은 피고가 원고에게 51,008,682원 및 이에 대해 2020년 7월 23일부터 2021년 10월 20일까지는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고 소송비용 중 1/6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제시한 1, 2차 견적서가 피고의 요청에 따라 기존 방식이 아닌 새로운 저가 제작 방식을 제안하는 취지로 보았으며 이를 기존 납품대금을 정하기로 하는 합의로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기존 단가에 따라 물품대금을 산정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재고물량 제작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는 증거도 없다고 보아 재고물품대금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피고가 이미 변제한 78,580,155원은 민법에 따른 법정변제충당 순서(지연이자, 원본 순)에 따라 충당되어 최종적으로 남은 원금 51,008,682원이 피고에게 지급할 물품대금으로 인정되었습니다.
민법 제479조(비용, 이자, 원본에 대한 변제충당의 순서): 채무자가 1개 또는 수 개의 채무를 부담하는 경우 변제할 금액이 그 채무 전부를 소멸시키기에 부족할 때 어떤 채무에 변제 효과를 적용할지 정하는 원칙을 변제충당이라고 합니다. 민법 제479조는 특별한 약정이 없다면 변제의 순서가 비용, 이자, 원본 순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빌려준 돈(원본)에 대해 이자와 소송비용 등이 발생했다면 갚은 돈은 우선 소송비용에 충당되고 그 다음 이자 마지막으로 원본에 충당됩니다. 본 사건에서는 피고가 변제한 78,580,155원에 대해 변제충당의 합의나 지정이 없었으므로 법원은 이 규정에 따라 이자와 원본 순서로 금액을 충당했습니다. 민법 제477조(법정변제충당의 순서): 동일한 당사자 사이에 같은 종류의 목적을 가진 여러 개의 채무가 있고 변제할 금액이 그 전부를 소멸시키기에 부족하며 채무자나 채권자가 변제충당의 지정을 하지 않았을 경우 민법 제477조에 따라 변제충당의 순서가 결정됩니다. 이 조항은 채무의 이행기가 도래한 것과 도래하지 않은 것 중 먼저 이행기가 도래한 채무에 충당하고 이행기가 동일하다면 채무자에게 변제의 이익이 많은 채무에 충당하며 변제의 이익이 동일하다면 이행기가 먼저 도래한 채무 그리고 모두 동일하다면 채무액에 비례하여 충당하도록 합니다. 본 사건에서는 피고가 변제한 금액이 물품대금 채무에 대해 어떠한 지정도 없었기에 제479조와 함께 제477조의 원칙에 따라 법원이 변제충당의 순서를 결정하게 됩니다.
계약 내용의 명확화: 물품 공급 계약 시 단가 조정이나 새로운 견적서에 대한 합의는 반드시 명확하게 문서로 남겨야 합니다. 구두 합의나 단순 견적서 송부만으로는 새로운 단가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특히 기존 계약 단가와 다른 새로운 단가가 적용될 경우 그 합의 시점, 내용, 적용 방식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합니다. 발주 요청의 증거 확보: 재고 물량 제작과 같이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는 요청 사항은 반드시 서면이나 전자 기록(메시지, 이메일 등)으로 남겨야 합니다. 명확한 발주 내역이 없으면 나중에 대금을 청구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견적서의 법적 효력: 견적서는 일반적으로 계약 체결을 위한 제안의 의미를 가집니다. 견적서 내용을 바탕으로 실제 계약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쌍방의 합의가 필요하며 견적서 내용이 곧바로 계약 내용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단가가 기존과 다르게 제시된 경우 그 단가에 대해 명시적인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변제 충당 순서의 이해: 채무자가 여러 채무를 지고 있고 일부만 변제했을 때 어떤 채무에 변제된 금액을 충당할지 지정하지 않으면 민법에서 정한 법정 변제 충당 순서(비용, 이자, 원금 순)에 따라 자동으로 충당됩니다. 이는 채무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으므로 변제 시에는 어떤 채무에 대해 변제하는 것인지 명확히 지정하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