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금
전자부품 도매업자가 반도체용 기판 제조업체에 와이어 프로브를 공급해오던 중, 오랫동안 보유한 재고품 전량을 피고가 구매하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하며 대금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그러한 합의가 있었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사건입니다.
원고는 2018년부터 피고에게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와이어 프로브'를 공급해왔습니다. 원고는 피고와 일정 수량의 와이어 프로브 재고를 꾸준히 보유하고 피고가 이를 모두 납품받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이에 따라 약 30,000개 정도의 재고를 유지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2021년 11월 11일, 원고는 피고 측에 '와이어 프로브 재고 보유까지 만 3년이 경과하였으나 귀사는 15,000핀 정도씩만 소진하고 있어 이에 대응할 수가 없으므로 12월에는 재고를 모두 납품하겠다'는 협조문을 발송했습니다. 이후 원고는 재고품 대금 상당액 47,905,000원을 피고에게 청구했으나, 피고는 그러한 합의가 없었으며 필요에 따라 물품을 공급받았을 뿐이라며 지급을 거부하여 소송이 제기되었습니다.
원고와 피고 사이에 원고가 보유한 와이어 프로브 재고 전량을 피고가 구매하기로 하는 내용의 계약이 성립되었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즉, 피고가 원고가 보유한 와이어 프로브 재고 전량을 구매할 의무가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원고가 피고 측에 재고 확보 및 전부 매수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는 취지로 밝혀왔고 재고 확보에 관한 이메일이 오고 갔던 사실은 인정했지만, 피고가 확보된 재고품을 모두 구매한다는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원고가 주장하는 계약 내용은 피고에게 불리한 약정임에도 이를 체결할 이유를 찾기 어렵고 관련 증인의 증언 또한 원고의 주장과 달랐던 점 등을 고려하여, 원고가 피고에게 와이어 프로브 대금 47,905,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청구한 것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은 '계약의 성립' 여부입니다. 민법 제563조(매매의 의의)는 '매매는 당사자 일방이 재산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대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계약이 성립하려면 당사자 간에 계약의 주요 내용에 대해 합의, 즉 '청약'과 '승낙'의 의사표시가 일치해야 합니다. 특히, 이 사건에서 원고는 피고가 일정 수량의 재고를 모두 매수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일반적인 거래 관행에서 구매자에게 불리할 수 있는 중요한 내용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법원은 이러한 중요한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이고 명확한 증거가 필요하다고 본 것입니다. 단순히 재고 확보에 대한 이메일이 오고 간 사실만으로는 피고가 재고 전량을 매수하겠다는 명시적인 약정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유사한 상황에 대비하여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