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기 · 공무방해/뇌물
피고인 A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현금 수거책으로 활동하며 사기,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되어 원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습니다. 피고인은 형량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고 검사는 형량이 너무 가볍고 피고인의 무매체 입금거래 행위가 업무방해에 해당한다며 항소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피고인의 업무방해 혐의에 대한 검사의 주장을 기각하고 원심의 징역 4년형이 다소 무겁다고 판단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습니다.
피고인 A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지시에 따라 피해자들로부터 약 6억 3천만 원 상당의 현금을 직접 전달받아 다른 조직원들에게 전달하는 현금 수거책 역할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공문서를 위조하고 위조된 공문서를 사용하여 범행을 은폐하려 했습니다. 또한 자동화기기에서 제3자의 이름과 정보를 입력하여 현금을 분할 입금하는 무매체 입금거래를 진행했습니다. 이러한 행위들로 인해 사기,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업무방해 등 여러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피고인이 자동화기기를 이용한 무매체 입금거래 시 제3자의 이름 등을 입력한 행위가 은행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원심에서 선고된 징역 4년의 형량이 피고인에게 적정한지 여부입니다.
항소심 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 A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습니다. 원심판결 중 무죄로 판단되었던 업무방해 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는 기각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이 자동화기기 무매체 입금거래를 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업무가 관여되거나 오인, 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킨 상대방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원심의 판단을 유지했습니다. 양형에 대해서는 보이스피싱 범죄의 사회적 폐해와 피고인의 현금수거책 역할, 공문서 위조 및 행사, 12명의 피해자 및 약 6억 3천만 원의 피해액 등을 고려할 때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피고인이 항소심에서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고 피해자 일부와 합의하여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점, 보이스피싱 범행 구조를 명확히 인식하지 못했을 가능성, 직접 취득한 이익이 전체 편취액과 차이가 있는 점, 전과가 없는 점, 부양해야 할 어린 자녀가 있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하여 원심의 징역 4년형이 다소 무겁다고 판단해 징역 3년으로 감경했습니다.
이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형법 제347조 제1항 (사기):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을 편취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를 처벌하는 조항입니다.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피해자들로부터 현금을 편취한 행위에 적용되었습니다.
형법 제225조 (공문서위조), 제229조 (위조공문서행사): 행사할 목적으로 공문서 등을 위조하거나 변조하는 행위, 그리고 위조 또는 변조된 공문서 등을 사용하는 행위를 처벌합니다. 피고인이 범행 수단으로 공문서를 위조하고 사용한 행위에 적용되었습니다.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제1호 (범죄수익 가장): 범죄수익의 취득이나 처분 사실을 가장하거나, 해당 재산이 범죄수익이라는 사실을 가장하는 행위를 처벌합니다. 피고인이 보이스피싱으로 얻은 돈의 출처를 숨기려 한 행위에 적용되었습니다.
형법 제30조 (공동정범): 2인 이상이 공동으로 범죄를 실행한 경우 각자를 정범으로 처벌하는 조항입니다.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조직의 일원으로서 다른 조직원들과 함께 범죄를 실행했기 때문에 적용되었습니다.
형법 제37조 (경합범): 여러 개의 죄를 저질렀을 때 그 죄들을 하나로 묶어 처벌하는 방식에 대한 규정으로, 형을 가중할 수 있습니다. 피고인이 여러 종류의 범죄를 동시에 저질렀으므로 적용되었습니다.
업무방해죄에서의 '위계' (형법 제314조 관련 법리): 업무방해죄는 허위 사실을 유포하거나 기타 '위계' 또는 '위력'으로 사람의 업무를 방해할 때 성립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검사가 피고인의 자동화기기 무매체 입금거래 행위를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로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위계'란 상대방의 오인, 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키는 행위를 의미하는데, 자동화기기 거래처럼 사람의 업무가 직접적으로 관여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오인 등을 일으킨 상대방이 없으므로 '위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대법원 판례(2022. 2. 11. 선고 2021도15246 판결)의 법리에 따른 것입니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그 가담 정도가 아무리 경미해 보여도 사회적 폐해가 매우 커서 엄중하게 처벌될 수 있습니다. 현금 수거책과 같은 중간 역할이라도 조직적인 범죄의 중요한 부분으로 간주되어 중형을 받을 수 있으니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범행을 저지른 후에는 사실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며,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피해자와 합의하는 것은 양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범죄에 가담하게 된 경위나 범죄 구조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부족했다고 주장하는 것이 일부 참작될 여지는 있으나, 범죄 행위 자체를 면책받기는 어렵습니다. 자동화기기를 이용한 무매체 입금거래의 경우, 단순히 타인의 이름 등을 입력했다고 해서 바로 은행의 업무를 방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법원의 판단이 있으니 관련 상황에서 참고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