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대상 성범죄 · 양육
16세 동갑내기인 피고인 남성과 피해자 여성이 친구의 소개로 만나 사귀기로 한 후 룸카페에서 단둘이 있게 되었습니다. 피고인이 피해자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성관계를 가졌고 이에 피해자 측은 피고인이 '위력'을 사용하여 간음했다고 주장하여 기소되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피고인이 사용한 언행과 신체 접촉이 피해자의 자유로운 의사를 제압할 정도의 '위력'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고인과 피해자는 2020년 8월 16일 친구 C의 소개로 만나 사귀기로 했습니다. 같은 날 룸카페에 C과 함께 갔다가 피고인이 C에게 다른 방으로 옮겨줄 수 있는지 물었고 피해자도 이에 동의하여 C이 나간 후 둘만 남게 되었습니다.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키스하고 몸을 만지자 피해자는 '아, 왜 그래'라고 싫은 내색을 했습니다. 피고인이 삐진 척을 하자 피해자가 '왜 그러냐'고 물었고, 피고인은 다시 키스를 시도했습니다. 피고인이 '급하니 빨리 벗으라'고 짜증을 내면서 바지를 벗으라고 하자, 피해자는 무서워서 바지를 무릎까지 내리는 시늉을 했고 피고인이 피해자의 바지를 마저 벗겼습니다. 피해자가 '콘돔도 없고 경험이 없어 불안하다,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니냐'고 말했지만 피고인은 자신이 조절할 수 있다며 성관계를 했습니다. 성관계 중 피고인은 피해자의 양손을 누르기도 했으며, C의 전화로 성관계가 중단되었습니다. 룸카페를 나온 후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모해', '나 죽전임ㅋㅎㅋㅎㅎㅋㅎㅋㅎㅋ', '심심해', '이제 집간다' 등의 친밀한 메시지를 여러 차례 보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피고인이 16세 청소년인 피해자를 간음하는 과정에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는 '위력'을 행사했는지 여부입니다. 피고인은 성관계를 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위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합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빨리 옷을 벗어라, 급하다'고 말하고 짜증 섞인 표정을 지었으며, 피해자가 바지를 무릎까지 내린 후 피고인이 마저 벗긴 점, 성관계 중 피고인이 피해자의 손을 몇 차례 누른 점 등은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행위들이 피해자의 자유로운 의사를 완전히 제압할 정도의 '위력'에 해당하거나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여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인과 피해자의 나이가 같았고, 사귀기로 했던 관계였던 점, 피해자가 C이 나가는 것에 동의하여 둘만 남게 된 점, 룸카페의 구조상 잠금장치가 없고 직원이 가까이 있었던 점, 피해자가 성관계 후 피고인에게 친밀한 메시지를 보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위력을 행사하여 간음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위계등간음)' 혐의로 기소되었는데, 여기서 핵심은 '위력'의 의미입니다. 대법원 판례는 '위력'이란 피해자의 자유로운 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힘이나 세력을 의미하며, 이는 유형적인 폭행·협박뿐만 아니라 행위자의 사회적·경제적·정치적인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무형적인 영향력까지도 포함한다고 설명합니다. 법원은 위력 행사 여부를 판단할 때, 사용된 힘의 내용과 정도, 행위자의 지위나 권세 종류, 피해자의 나이, 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 사건이 발생한 경위, 구체적인 행동 방식, 범행 당시의 여러 정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의 말과 행동, 피해자와의 관계, 룸카페의 구조 등이 '위력'을 구성할 정도로 피해자의 자유 의사를 제압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되어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성관계에 있어서는 상대방의 명확하고 자발적인 동의가 가장 중요합니다. 말이나 행동으로 거부 의사를 표현하거나 불안감을 나타낼 때에는 즉시 중단해야 합니다. 특히 미성년자 간의 성관계의 경우,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성관계 자체가 죄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관계의 특수성과 성적 자기결정권 행사의 제한 가능성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위력'은 폭행이나 협박처럼 물리적인 힘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지위, 나이, 관계, 상황 등을 이용해 자유로운 의사를 제압하는 심리적 압박까지도 포함할 수 있습니다. 성관계 전후 당사자 간의 대화 내용, 메시지 교환, 행동 변화 등 모든 정황이 동의 여부와 위력 행사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아니요'나 부정적인 반응은 반드시 존중되어야 하며, 침묵이나 모호한 반응을 긍정의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