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
피고 Z공사의 정보통신시설 유지관리 업무를 수행해온 외주업체 소속 근로자 25명이 Z공사에 직접 고용을 요구했으나, 법원은 원고들과 Z공사 사이에 근로자 파견 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 사건입니다.
Z공사는 1996년부터 100% 출자 자회사인 AE(이후 AC으로 사명 변경)를 설립하여 고속도로 정보통신시설 유지관리 업무를 위탁해왔습니다. 2002년 AE가 민영화된 이후에도 AC과 그 자회사 AJ 등 외주업체들은 Z공사로부터 해당 업무를 용역 받아 수행했습니다. 원고들은 이들 외주업체에 고용된 근로자들이었으나 실질적으로는 Z공사의 지휘·명령을 받아 업무를 수행했다고 주장하며 Z공사에 직접 고용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들은 Z공사와 외주업체가 근로자 파견 사업 허가를 받지 않았으므로 파견법에 따라 자신들이 Z공사의 근로자 지위를 가지고 있거나 Z공사가 자신들을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피고 Z공사의 고속도로 정보통신시설 유지관리 용역계약이 실질적인 근로자 파견에 해당하는지 여부, 즉 원고들이 Z공사의 지휘·명령을 받아 근로에 종사하는 Z공사의 근로자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입니다.
법원은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Z공사의 과업지시서 내용, 피고 감독원의 업무 지시 방식, 원고들의 피고 사업에의 실질적 편입 여부, 외주업체의 근로자 선발 및 인사 결정권 행사 여부, 그리고 업무의 특정성 및 전문성·기술성, 외주업체의 독립적 기업조직 및 설비 구비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했습니다. 그 결과 원고들이 피고 Z공사의 상당한 지휘·명령을 받고 피고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는 근로자 파견 관계에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근로자파견 정의): '근로자파견이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파견계약의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들이 외주업체에 고용되었으므로 Z공사가 '사용사업주'로서 원고들에게 직접적인 지휘·명령을 했는지 여부가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법원은 Z공사의 과업지시서가 공공기관의 계약 절차상 필요한 문서일 뿐 원고들의 구체적인 업무 수행 방법에 대한 상세한 지시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판례 (근로자파견 판단 기준): 대법원은 근로자 파견 여부를 판단할 때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사용사업주(Z공사)가 근로자(원고들)에게 업무수행 자체에 관해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했는지 △근로자가 사용사업주의 다른 근로자들과 함께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공동작업을 하는 등 사용사업주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는지 △원래 고용한 회사(외주업체)가 작업 투입 근로자의 선발, 수, 교육,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했는지 △계약 목적이 구체적으로 한정된 업무 이행으로 확정되고 해당 업무가 사용사업주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원래 고용한 회사가 계약 목적 달성에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 법원은 위 대법원 판례의 기준에 따라 각 요소를 면밀히 검토했습니다. 특히 Z공사가 해당 네트워크 유지관리 업무를 직접 수행할 전문인력이나 장비를 보유하지 않았고 외주업체가 자체적인 매뉴얼을 제작하여 업무를 수행했으며 높은 시공능력평가액을 갖춘 독립적인 기업이라는 점 등이 중요하게 고려되었습니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국가계약법) 제11조 제1항, 동 시행령 제48조 제1항, 동 시행규칙 제49조 제1항 등: 공공기관인 피고가 사인과 계약 체결 시 계약 목적, 금액, 이행기간 등 필요한 사항을 명백히 기재한 표준계약서에 과업내용서 등을 첨부해야 하는 의무를 규정합니다. 법원은 Z공사가 작성한 과업지시서가 이 법률에 따라 공공기관으로서 준수해야 할 요건과 절차에 따른 것이므로 이것만으로 원고들에 대한 구체적인 업무 지시를 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보통신공사업법 제27조 제2항 (시공능력평가액): 정보통신공사업자의 시공능력평가액은 공사실적, 자본금, 기술력 및 공사품질의 신뢰도와 품질관리수준 등을 금액으로 환산한 수치입니다. 외주업체들의 높은 시공능력평가액은 이들이 독립적인 기업조직과 충분한 설비를 갖추고 있다는 판단의 근거 중 하나로 활용되었습니다.
어떤 업무가 도급(용역)계약 형태를 띠고 있더라도 실제로는 파견근로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보다는 실질적인 근로 관계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주요 판단 기준으로는 일하는 사람이 사용 사업주(여기서는 Z공사)로부터 직접 업무 지시를 받는지, 사용 사업주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포함되어 함께 일하는지, 원래 고용한 회사(여기서는 외주업체)가 근로자 선발이나 인사 관리를 독자적으로 하는지, 업무 자체가 전문적이거나 기술적이고 그 범위가 명확한지, 그리고 원래 고용한 회사가 독립적인 기업 조직과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이 있습니다. 용역 계약에서 사용 사업주가 과업 지시서를 구체적으로 작성하고 업무 수행에 대한 보고서를 받는 것은 공공기관의 경우 국가계약법 등 관련 법규를 준수하기 위한 것일 수 있으며 이것만으로 직접적인 지휘·명령으로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업무 특성상 사용 사업주가 용역 업체의 업무 수행 여부나 완료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보고를 받거나 긴급 상황 발생 시 정보 제공 차원에서 연락하는 것은 용역 계약의 내용상 필요한 범위 내의 행위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일하는 회사가 자체적인 채용 절차를 통해 인력을 선발하고 인사 관리(휴가, 근무태도 등)를 독자적으로 수행하며 전문적인 기술력과 설비를 갖추고 있다면 해당 업무가 파견근로가 아닌 도급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업무의 경우 해당 업무를 위탁받은 회사가 전문 인력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면 이는 파견근로 전환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습니다.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서도 민간의 고도의 전문 인력 활용이 불가피한 업무는 전환 예외 사유로 명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