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대차
임차인이 아파트를 임차한 후, 임차인 측 공인중개사가 임대인의 동의 없이 임대차계약서 특약사항에 시설 하자 보수 내용을 임의로 추가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에 임대인은 계약서 위조를 주장하며 임차인의 입주를 막았고, 임차인은 계약 해지와 보증금 반환 및 손해배상을 요구했습니다. 법원은 공인중개사의 행위가 공인중개사법 위반이며 임대인의 귀책사유가 중대하다고 볼 수 없지만, 양측이 더 이상 계약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보아 계약 해지를 인정했습니다. 그 결과,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임대차보증금 1억 6,000만 원을 반환하되, 임차인의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원고와 피고는 2019년 7월 3일 보증금 1억 6,000만 원에 2년간 임대차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잔금일인 2019년 7월 31일, 원고는 잔금을 지급하고 피고로부터 현관 비밀번호를 받았으며, 공인중개사 사무실에서 임대차계약서가 재작성되었습니다. 잔금 수수 직후, 원고 측 공인중개사 F은 원고와 함께 임대 목적물 내부를 확인하며 하자를 촬영한 뒤, 같은 날 오후 임대인의 동의나 확인 없이 임대차계약서 특약사항 여백에 총 19개의 하자 내용을 손글씨로 추가 기재했습니다. 이후 F은 해당 계약서 사진을 피고에게 전송했고, 피고는 계약 내용의 일방적인 수정이라며 강력히 항의했습니다. 피고는 원고에게 이사 보류를 요청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원고가 이에 응하지 않자 다음 날인 2019년 8월 1일 임대 목적물의 현관 도어락에 나사못을 박아 임차인의 출입을 막고 경고문을 부착했습니다. 원고는 2019년 8월 14일 피고에게 임대인의 사용·수익 제공 의무 위반 및 이행 거절을 이유로 임대차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보증금 1억 6,000만 원 및 손해배상 1,600만 원을 청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습니다. 피고는 2019년 9월 9일 원고에게 보증금 반환을 위한 통장 사본을 요청했고, 원고 측은 9월 17일 계좌번호를 전송했으나 변론 종결일까지 보증금 반환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에 원고는 2019년 9월 11일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공인중개사가 임대인의 동의 없이 계약서 내용을 임의로 수정한 행위가 정당한지, 그리고 이러한 행위가 공인중개사법을 위반한 것인지 여부입니다. 둘째, 공인중개사의 수정 행위로 인해 발생한 분쟁 상황에서 임대인이 임차인의 입주를 막은 행위가 임대차계약 해지를 정당화하는 중대한 채무불이행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임대차계약이 유효하게 해지되었는지, 만약 해지되었다면 그 사유가 누구의 귀책사유에 의한 것인지, 그리고 임차인이 임대차보증금 외에 손해배상까지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피고(임대인)는 원고(임차인)에게 1억 6,000만 원과 이에 대해 2019년 9월 18일부터 2020년 2월 20일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의 나머지 청구(손해배상 등)는 기각되었으며,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임차인 측 공인중개사 F이 임대인의 동의 없이 임대차계약서 특약사항을 임의로 추가한 행위는 공인중개사법에서 금지하는 '서로 다른 2 이상의 거래계약서 작성'에 해당하며, 이는 계약서 보존 의무 위반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임대인이 이를 문제 삼아 임차인의 입주를 일시적으로 보류 요청하고 나아가 출입을 금한 행위는 임대인의 중대한 귀책사유로 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원고가 보증금 반환을 요청하고 피고 역시 이를 수긍하여 반환 의사를 표명함으로써, 양측 사이에 더 이상 임대차계약을 계속 유지하기 어렵다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보아 계약은 해지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임대차보증금 1억 6,000만 원을 반환해야 하지만, 계약 해지가 임대인의 일방적인 잘못으로 인한 것이 아니므로 임차인의 손해배상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령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공인중개사법 제26조 (거래계약서의 작성 등): 개업공인중개사는 중개가 완성된 때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거래계약서를 작성하여 거래당사자에게 교부하고 일정 기간 그 원본, 사본 또는 전자문서를 보존해야 합니다. 또한, 중개대상물에 관하여 중개가 완성된 후에는 계약의 중요한 내용이 확정되어 더 이상 내용 보충이나 변경이 필요 없을 때이므로, 이후에는 계약서 내용을 임의로 수정할 수 없습니다. 본 사건에서 공인중개사 F이 잔금 수수 및 비밀번호 교환 후 중개가 완성된 시점 이후에 임의로 특약사항을 추가 기재한 것은 이 조항의 취지에 위배됩니다.
공인중개사법 제26조 제3항 (거래내용 거짓 기재 등 금지): 개업공인중개사는 거래계약서를 작성할 때 거래금액 등 거래내용을 거짓으로 기재하거나 서로 다른 2 이상의 거래계약서를 작성해서는 안 됩니다. 본 판례에서는 F이 임대인의 동의 없이 특약사항을 추가한 행위를 '서로 다른 2 이상의 거래계약서를 작성한 것'에 포함된다고 해석하여 이 조항 위반으로 보았습니다.
공인중개사법 제38조 제2항 (등록취소) 및 제39조 (업무정지): 제26조 제3항을 위반하여 서로 다른 2 이상의 거래계약서를 작성한 경우, 등록관청은 개업공인중개사의 중개사무소 개설등록을 취소할 수 있고(제38조 제2항 제7호), 6개월 범위 내에서 업무정지를 명할 수 있습니다(제39조 제11호). 이는 공인중개사의 계약서 위반 행위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규정하고 있어, 계약서의 공정성과 신뢰성 유지를 강조하는 것입니다.
민법상 채권적 법률관계의 상호 신뢰: 임대차계약과 같은 채권적 법률관계에서는 당사자 간의 원활한 이행을 위해 상호 신뢰가 매우 중요합니다. 한쪽 당사자 또는 그 대리인의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는 계약의 원만한 이행을 어렵게 만들 수 있으며, 이는 곧 계약 해지의 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 임차인 측 공인중개사의 일방적인 계약서 수정과 그에 대한 임차인의 소극적인 대응이 임대인과의 신뢰 관계를 훼손한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계약 해지 및 합의 해지: 계약은 당사자 일방의 중대한 채무불이행이 있을 경우 해지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본 사건의 경우 법원은 임대인의 임차인 출입 저지 행위가 중대한 귀책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고가 보증금 반환을 요청하고 피고가 이를 수용하면서 보증금 반환 의사를 표명한 것은, 양 당사자가 더 이상 계약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의사의 합치에 이르러 계약이 '합의 해지'된 것으로 보았습니다.
지연손해금: 금전채무의 이행을 지체할 경우, 채무자는 지연된 기간에 대한 손해배상(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 이율은 일반적으로 민법에서 정한 연 5%가 적용되며, 소송이 제기된 경우에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법원의 판결 선고 다음 날부터 연 12%의 이율이 적용됩니다. 본 사건에서는 원고가 보증금 반환을 명확히 요청한 시점의 다음 날부터 지연손해금이 계산되었습니다.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