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37세 산모가 피고 병원에서 출산 중 사망하고, 신생아는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 진단을 받았습니다. 산모의 가족들은 의료진이 분만 경과 관찰을 소홀히 하고, 태아 곤란증 진단을 지연했으며, 산모에게 발생한 양수색전증에 대한 적절한 조치와 응급 제왕절개술을 지연하여 발생한 의료 과실이라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의료진에게 과실이 없거나, 과실이 있었더라도 망인의 사망이나 신생아의 상태와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37세의 경산부인 망인 H는 피고 병원에서 정기적으로 산전 진찰을 받던 중 2013년 10월 21일 통증을 호소하며 내원하여 분만을 위해 입원했습니다. 22시경 분만실로 이동 후 양막 파수와 함께 태변 착색이 확인되었습니다. 22시 15분경 망인이 강한 진통과 함께 호흡곤란을 호소하고 태아 심박수가 6080회/분으로 감소하자, 의료진은 산소 공급 및 자세 변경 등의 조치를 취하고 응급 제왕절개술을 준비했으나, 22시 28분경 산모의 증상이 호전되고 제왕절개술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여 자연분만 과정을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22시 50분경 망인이 다시 호흡곤란과 청색증을 호소하고 태아 심박수도 6070회/분으로 감소하자 의료진은 즉시 응급 제왕절개술을 결정했습니다. 23시 33분경 마취 후 기관내삽관을 시행하고 23시 38분경 신생아 D이 출생했으나, 심박수가 낮고 청색증을 보였습니다. 망인은 출산 직후 혈압이 급격히 하강하고 산소포화도가 계속 감소하여 다음 날 0시 22분경 분당서울대학교병원으로 전원 조치되었으나, 앰뷸런스 내에서 심실세동이 발생하고 근거리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01시 41분경 사망했습니다. 부검 결과 망인의 사인은 양수색전증으로 판단되었습니다. 신생아 D은 저산소성 허혈성 뇌병증으로 진단받아 인지능력 저하 및 사지부전마비 상태에 이르게 되자, 가족들은 의료진의 과실을 주장하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분만 진행 경과 관찰을 소홀히 했는지, 태아 곤란증 진단 및 조치가 지연되었는지, 양수색전증에 대한 기관내삽관 등 응급 조치가 지연되었는지, 응급 제왕절개술 시행이 지연되었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원고들이 피고에게 청구한 모든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한다.
법원은 의료기관의 태아 심박수, 내진, 활력 징후 측정 간격은 권고사항이며 산모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담당 산부인과 의사의 판단이 적절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태아 곤란증 징후가 명확하지 않았고, 산모의 상태 호전과 제왕절개술 거부 의사를 고려할 때 자연분만을 진행한 것이 부적절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양수색전증에 대한 기관내삽관 조치 또한 환자 의식 상태와 마취 필요성 등을 고려할 때 지연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설령 지연이 있었더라도 망인의 사망이나 신생아의 상태와 인과관계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응급 제왕절개술 역시 마취과 의사의 도착 및 수술 준비 시간을 고려할 때 지연된 과실로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의료인은 의료 행위를 수행할 때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당시의 의학 수준에 비추어 요구되는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해야 합니다. 본 사건에서는 산부인과 의사가 분만 진행 상황 관찰, 태아 곤란증 진단 및 대처, 양수색전증에 대한 응급 조치, 응급 제왕절개술 시행 등에 있어 이러한 주의의무를 다했는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의료인의 과실로 인해 환자에게 손해가 발생하면 민법상 채무불이행(진료 계약 위반) 또는 불법행위(민법 제750조)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의료 과실을 판단할 때, 당시의 의학 수준, 의료기관의 종류와 현실적인 의료 환경(예: 마취과 의사 상주 여부), 의료 행위의 특성, 환자의 상태 및 진행 상황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특히 이 사건에서는 산모의 급변하는 상태, 태아 심박수 측정의 어려움, 기관내삽관 및 제왕절개술 결정 시점의 의료적 판단, 그리고 마취과 의사 호출 및 도착 시간 등 병원의 현실적 여건과 의료 전문가의 감정 의견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었습니다.
의료기관의 종류와 환경은 의료 행위의 적절성 판단에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마취과 의사가 상주하지 않는 개인병원에서는 응급 상황 발생 시 전문 의료진 호출 및 수술 준비 과정에서 일정 시간이 소요될 수 있음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태아 심박수, 내진, 활력 징후 측정 등 분만 진행 경과 관찰 기준은 권고사항이며 산모의 개별 상태에 따라 의료진의 전문적인 판단에 따라 간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모든 권고 사항을 기계적으로 준수하지 않았다고 해서 반드시 의료 과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응급 상황에서 산모가 특정 의료 행위를 거부하고 일시적으로 상태가 호전된 경우, 의료진이 산모의 의사를 존중하여 자연분만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이후 상태가 재악화되었을 때 의료진의 대처가 적절했는지 종합적으로 평가됩니다. 양수색전증과 같이 예측하기 어렵고 급작스럽게 발생하는 질병은 발생 기전이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경우도 있으며, 최선의 조치를 취하더라도 예후가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의료 과실 여부를 판단할 때는 이러한 질병의 특성 및 치료의 한계 또한 고려됩니다. 소송에서는 진료 기록부, 의료 전문가의 감정 결과 등 객관적인 의학적 증거와 전문가 의견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관련 자료들을 면밀히 검토하고 제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