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환자가 복통으로 응급실에 이송되어 심폐소생술 후 의식을 회복했으나, 이후 심정지로 사망하자 유족들이 의료진의 과실을 주장하며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유족들은 관상동맥조영술 미시행, 항혈소판제 투여 후 경과관찰 태만, 기관내삽관 및 응급처치 지연 등을 의료과실로 지적했습니다. 또한, 국민연금공단은 유족연금 지급액에 대해 승계참가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의료진에게 과실이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들과 승계참가인의 모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환자 E는 2016년 1월 18일 복통을 호소하며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응급실로 이송되었고, 심폐소생술 후 의식을 회복했습니다. 의료진은 변이성 협심증을 의심하여 중환자실에 입원시키고 관련 치료를 진행했으나, 환자는 1월 20일 04시 52분경 흑색변을 보이고 05시 48분경 심정지가 발생하여 결국 사망했습니다. 이에 유족들은 병원 의료진이 △심정지 원인 파악을 위한 관상동맥조영술을 제때 시행하지 않았고 △아스피린과 클로피도그렐 등 항혈소판제 투여 후 위장관 출혈 여부 및 혈압 변화를 제대로 관찰하지 않았으며 △심정지 발생 시 기관내삽관 등 응급처치를 지연했다고 주장하며 병원을 상대로 총 1,542,523,106원 중 일부(A에게 3억 원, B, C, D에게 각 2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국민연금공단은 원고 A에게 지급한 유족연금 23,111,200원에 대해 병원에 대위 청구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법원은 원고들과 원고 A의 승계참가인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소송비용 중 승계참가로 인한 부분은 원고 A의 승계참가인이 부담하고, 나머지는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의료진이 환자의 상황과 당시의 의료 수준을 고려하여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진료 방법을 선택했다고 보았으며, 원고들이 주장하는 의료과실이 존재한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설령 그러한 행위가 있었더라도 망인의 사망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모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의료과실 판단 기준: 의사의 진료 행위가 '합리적인 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니라면 과실로 볼 수 없다는 법리가 적용됩니다 (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7다203763 판결 등 참조). 이는 의료진이 환자 상태, 당시 의료 수준, 자신의 전문적 지식·경험에 따라 선택한 진료 방법이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기준을 벗어나지 않았다면, 비록 결과적으로 환자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더라도 이를 과실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본 사건에서는 병원 의료진이 망인의 진료 과정에서 보인 판단과 조치들이 이 합리적인 재량 범위 내에 있었다고 법원이 판단했습니다. 의료과실과 인과관계 추정의 한계: 의료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때, 의료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을 증명함으로써 추정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들'만을 가지고 막연하게 의료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책임을 지우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대법원 2018. 11. 15. 선고 2016다244491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 원고들은 의료진의 여러 과실을 주장했지만, 법원은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러한 과실이 망인의 사망을 초래했다고 추정할 만한 충분한 개연성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국민연금법 제114조 제1항 (제3자에 대한 구상권): 이 조항은 공단이 수급권자에게 급여를 지급한 경우, 그 사유가 제3자의 행위로 발생한 것이라면, 해당 급여액 범위에서 제3자에 대한 수급권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신 행사할 수 있음을 규정합니다. 이는 국민연금공단이 유족연금을 지급한 경우, 만약 그 사망이 제3자(이 경우 피고 병원)의 불법행위로 인한 것이라면, 공단이 해당 금액만큼 유족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신 행사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본 사건에서는 의료과실 자체가 인정되지 않았으므로, 국민연금공단의 대위청구 또한 이유 없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의료분쟁 시 과실 입증의 어려움을 인지해야 합니다.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므로, 의사의 과실과 환자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일반인이 직접 증명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간접사실을 통한 의료과실 추정은 가능하지만, 명확한 개연성이 없는 막연한 추정은 인정되지 않습니다. 의사에게 무과실 입증 책임을 지우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의료진의 진료 선택은 당시 의료 수준, 환자 상태, 의사의 전문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합리적인 재량 범위 내에 있다면,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과실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법상 유족연금 수급권자가 손해배상 청구권이 있다면, 국민연금공단이 지급한 연금액 범위 내에서 해당 청구권을 대위 행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의료과실 자체가 인정되지 않으면 유족연금 대위 청구도 함께 기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