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
B와 C는 H 주식회사의 여러 대리점에서 점장 또는 일반 직원으로 근무했던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실질적인 사업주가 회사 설립자이자 지배주주인 F라고 주장하며 미지급 퇴직금과 이에 대한 불법행위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B와 C가 F에게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퇴직금 지급 의무 및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피고 F는 1991년부터 개인사업으로 자동차 타이어 판매업을 하다가 2003년 10월 7일 H 주식회사를 설립했고, 현재 이 회사의 지분 약 93%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원고 B은 2005년 10월 1일부터 2014년 2월 10일까지, 원고 C은 2002년 10월 1일부터 2014년 10월 15일까지 H의 여러 대리점에서 점장 또는 일반 직원으로 근무했습니다. 원고 C은 일부 지점에 관하여 자신의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하기도 했습니다. 원고들은 피고 F가 개별 사업장의 사업자등록 명의와 무관하게 실질적으로 H 대리점들을 총괄하여 운영하였으며, 자신들은 피고 F에게 종속되어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 F에게 미지급 퇴직금(원고 B에게 25,109,589원, 원고 C에게 36,147,945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청구했습니다. 주위적 청구로는 미지급 퇴직금 지급을, 예비적 청구로는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같은 금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원고 B과 C가 H 주식회사의 설립자이자 지배주주인 피고 F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만약 근로자가 아니라면 피고 F가 원고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원고들의 항소와 당심에서 추가된 예비적 청구(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합니다. 항소 제기 이후의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원고들이 피고 F에게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가 불법행위를 저질러 원고들에게 손해를 입혔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도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피고 F에게 퇴직금 지급 의무나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법원은 계약의 형식보다는 그 실질에 주목합니다. 주요 판단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사용자가 업무 내용을 정하고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되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노무 제공자가 스스로 비품, 원자재,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이윤 창출과 손실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여부입니다. 넷째,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가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졌는지, 근로소득세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입니다. 마지막으로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 사회보장제도에서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합니다. 한편, 주식회사와 그 주주는 법률상 별개의 인격체로 취급됩니다. 따라서 특정인이 회사의 지배주주이거나 대표이사라고 하더라도, 회사의 채무가 곧 그 개인의 채무가 되는 것은 원칙적으로 아닙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 F가 H 주식회사의 지배주주라 하더라도, 원고들이 회사에 종속되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 F 개인이 원고들의 사용자로서 퇴직금 지급 의무를 부담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즉, 원고들이 근로를 제공한 대상은 H 주식회사이며, 법인과 개인은 법률적으로 구분된다는 원칙이 적용된 것입니다.
개인사업주와 법인사업주 간의 '근로자성'은 엄격히 구분됩니다. 법인이 설립된 경우, 비록 그 법인의 지배주주라 하더라도 개인사업주로서의 근로자 관계가 자동으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근로자성을 주장하려면 사용자에 대한 종속성, 지휘·감독의 정도, 근무시간 및 장소 지정 여부, 업무 수행에 대한 지시, 비품 제공 여부, 보수의 성격(기본급 또는 고정급 여부), 사회보장제도 가입 여부 등 다양한 증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합니다. 개인사업자등록을 하거나, 직원을 직접 고용하여 인건비를 부담하는 등 사업 운영에 상당한 재량을 가졌다면, 근로자보다는 독립적인 개인사업자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회사 대표나 지배주주가 전체적인 경영 관리를 하더라도, 이것이 개별 근로자에 대한 직접적인 지휘·감독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근로자성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노동청의 판단이나 다른 소송에서의 주장은 근로자성 판단에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