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B대학교 A 교수는 국가 연구 개발 사업에 참여하여 연구비를 지급받았으나 연구비 중 일부를 용도 외로 사용하였습니다. 이에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은 A 교수의 국가 연구 개발 사업 참여를 제한하고 B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연구비 환수를 명령하는 선행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후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A 교수에게 총 3억 3천만 원이 넘는 제재부가금을 부과하였습니다. A 교수는 이러한 제재부가금 부과 처분에 대해 절차상 하자, 처분 사유 부존재, 재량권 일탈 및 남용을 주장하며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A 교수의 주장을 모두 기각하고 제재부가금 부과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결했습니다.
B대학교 교수 A는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공고한 국가 핵심 기술 개발 사업의 두 가지 과제인 'E 평가 기술 개발 사업'과 'G 설계 기술 개발 사업'에서 B대학교 산학협력단의 수행 책임자로서 참여했습니다. 사업 수행 기간 중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연구비 사용 현장 실태 조사 결과, A 교수가 연구 개발비를 연구 용도 외로 사용한 사실이 적발되었습니다. 이에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은 2020년 9월 11일 A 교수에게 각 사업별로 3년 및 1년의 국가 연구 개발 사업 참여 제한 처분을 내리고 B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총 288,528,436원의 사업비 환수 처분을 했습니다. 이 선행 처분들은 이후 행정 소송을 거쳐 2022년 11월 18일 적법하다는 기각 판결로 확정되었습니다. 선행 처분 확정 이후,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2022년 7월 6일 A 교수에게 'E 사업'과 관련하여 318,093,650원, 'G 사업'과 관련하여 13,233,000원, 총 331,326,650원의 제재부가금 부과 처분을 했습니다. A 교수는 이 제재부가금 부과 처분이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제재부가금 부과 처분에 앞서 이루어진 제재 처분 평가단의 심의 과정에 절차적 하자가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연구비를 용도 외로 사용했다는 제재부가금 부과 처분 사유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부과된 제재부가금의 액수 및 처분이 피고의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위법한 처분인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 A 교수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피고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A 교수에게 부과한 제재부가금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제재 처분 평가단 심의의 공정성 침해 여부가 불분명하고,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A 교수의 연구비 용도 외 사용 사실은 관련 선행 처분(참여 제한 및 환수)의 확정 판결을 통해 이미 인정된 사실이므로 제재부가금 부과 사유가 존재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용도 외로 사용된 연구 개발비의 액수가 크고 정부 출연금 사용의 적정성 확보라는 공익이 중요하므로 제재부가금 부과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원고 A 교수의 청구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고, 원고가 소송 비용을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이 사건에는 주로 구 산업기술혁신 촉진법 및 그 시행령, 그리고 국가 연구 개발 혁신법 및 그 시행령이 적용되었습니다.
첫째, 구 산업기술혁신 촉진법 제11조의2 제1항 제5호와 구 산업기술혁신 촉진법 시행령 제14조의3 제3항, 제4항은 국가 연구 개발 사업의 참여 제한 및 사업비 환수 처분의 근거 법령으로, A 교수에 대한 선행 처분의 적법성 판단에 사용되었습니다.
둘째, 구 산업기술혁신 촉진법 제11조의3 제1항과 구 산업기술혁신 촉진법 시행령 제14조의4 제1항([별표3] 제재 부가금의 부과 기준)은 연구 개발비를 용도 외로 사용한 경우 제재부가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 사건 제재부가금 부과 처분의 직접적인 근거 법령이 되었습니다. 시행령의 별표3은 제재부가금의 구체적인 부과 기준을 명시하고 있어, 부과된 금액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셋째, 국가 연구 개발 혁신법 제33조 제8항 및 같은 법 시행령 제60조 제4호는 제재 처분 평가단 구성 시 공정성을 중대하게 해칠 우려가 있는 사람을 배제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원고가 주장한 절차상 하자의 적법성 여부를 판단하는 데 적용되었으나, 법원은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해당 규정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행정 소송의 일반 원칙에 따라 행정 처분의 사유 존재 여부나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는 처분의 효력을 다투는 원고가 주장하고 증명해야 합니다. 또한, 관련 행정 소송에서 이미 확정된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현 행정 소송에서도 유력한 증거 자료가 되어 법원의 사실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법리(대법원 2019. 7. 4. 선고 2018두66869 판결 등)가 적용되었습니다.
국가 연구 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연구자는 연구비 사용 목적과 용도를 철저히 준수해야 합니다. 연구 개발비의 용도 외 사용은 단순한 금전적 불이익을 넘어 국가 연구 개발 사업 참여 제한, 환수 명령, 그리고 거액의 제재부가금 부과 등 중대한 제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연구비 집행 관련 문제는 선행 처분(참여 제한, 환수 등)이 확정될 경우 후행하는 다른 제재 처분(제재부가금 등)의 근거 자료로 강력하게 작용할 수 있으므로, 동일한 사실 관계에 대한 판결이 확정되었다면 이를 뒤집기 매우 어려워집니다. 행정 처분의 절차상 하자를 주장할 경우, 단순히 심의 위원의 경력이나 소속만으로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기보다는 관련 법령이 정한 배제 사유에 명확하게 해당하거나 공정성이 중대하게 훼손되었다는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해야 합니다. 또한 재량권 일탈 및 남용을 주장하려면 처분으로 인한 개인의 불이익이 공익보다 현저히 크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데, 연구비 부정 사용과 같이 공공 자원의 적정성 확보라는 공익이 매우 중요한 사안에서는 인정되기 쉽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