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직원들의 직장 내 괴롭힘 징계 부당 판결

재단법인 A 소속 L박물관 근로자들이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되어 해고 및 정직 처분을 받자, 이에 불복하여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에서 기각되었습니다. 이에 재단법인이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된 일부 행위는 징계사유가 되지 않거나, 인정된 징계사유에 비해서 징계 수위(해고, 정직 3개월, 정직 1개월)가 과도하여 징계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재단법인의 청구를 기각하며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재단법인 A: 문화예술진흥법에 따라 지역 문화예술 진흥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으로, 이 사건 박물관 근로자들에게 징계를 내린 사용자 측입니다.
•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 징계 대상 근로자들의 구제신청에 대한 재심판정을 내린 행정기관의 대표입니다.
• B, C, D, E, F, G (징계 대상 근로자들): L박물관에서 근무하며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되어 해고 또는 정직 처분을 받은 자들입니다.
• M (직장 내 괴롭힘 피해 신고자): 이 사건 박물관의 미화 운영직으로 근무하며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근로자입니다.

분쟁 상황

이 사건은 L박물관에서 근무하던 미화 운영직 M이 다른 근로자들(B, C, D, E, F, G)을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신고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재단법인 A는 신고를 접수한 후 직장 내 괴롭힘 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조사 결과에 따라 2021년 4월 23일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B와 F에게는 해고, D에게는 정직 3개월, C, E, G에게는 각 정직 1개월의 징계 처분을 내렸습니다. 징계 대상 근로자들은 이에 불복하여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및 부당정직 구제신청을 제기하였고, 지방노동위원회는 징계사유 불인정 또는 징계양정 과중을 이유로 구제신청을 인용했습니다. 재단법인은 이 결정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지만, 중앙노동위원회 역시 지방노동위원회와 동일한 이유로 재단법인의 재심신청을 기각했습니다. 이에 재단법인은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이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재단법인이 주장하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가 실제로 있었고 정당한 징계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징계사유가 인정되더라도 재단법인이 내린 해고, 정직 3개월, 정직 1개월의 징계가 징계권자의 재량 범위를 넘어선 부당한 징계인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서울행정법원은 재단법인 A의 중앙노동위원회 재심판정 취소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는 중앙노동위원회가 근로자들에 대한 징계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단한 것이 정당하다는 결론입니다.

결론

법원은 징계 대상 근로자 E에 대한 '제6행위' 및 F, D에 대한 '제5행위'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징계사유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나머지 근로자들(B, C, D, F, G)에 대해 인정된 징계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이유로 징계의 정도가 과도하다고 보았습니다.

1. B, F의 해고: 과거 징계 전력이 없고, 재단법인이 이들에게 개선의 기회를 주려는 노력을 기울였다고 볼 자료가 없으며, 재단법인과 근로자들 간의 신뢰관계가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해임'이 통상적인 해고보다 더 중한 징계임을 고려할 때, 해고는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2. D의 정직 3개월: M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에 두 차례 가담하기는 했으나 주도했다고 보기 어렵고, 비난의 정도도 심하지 않으며 과거 징계 전력도 없었습니다. 정직 3개월이 취업규칙상 가능한 정직의 최대한도이며 부가적인 불이익까지 고려할 때 과중하다고 판단했습니다.
3. C의 정직 1개월: M에 대한 괴롭힘에 두 차례 가담했으나 소극적인 정도에 그쳤고, 발언 내용이나 횟수를 볼 때 괴롭힘의 정도가 심하다고 보기 어렵고 고의적인 악의도 없었으며 과거 징계 전력도 없으므로 과중하다고 판단했습니다.
4. G의 정직 1개월: 직장 내 괴롭힘 가담 행위가 한 번뿐이고 소극적이었으며, 과거 징계 전력도 없음을 고려할 때 정직 1개월은 과중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법원은 E에 대한 징계는 징계사유가 없어 부당하고, 나머지 근로자들에 대한 징계는 인정되는 징계사유에 비해 징계양정이 과중하여 모두 부당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법령 및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1.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근로기준법): 직접적으로 근로기준법 조항이 언급되지는 않았으나,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개념 자체가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 및 제76조의3(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에 의해 규율됩니다. 이 사건에서는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는 지시가 아니었으므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된 부분이 있습니다.
2. 징계권 재량권의 법리: 대법원 판례는 사용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지는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고 봅니다. 다만, 징계권자의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합니다 (대법원 2002. 8. 23. 선고 2000다60890, 60906 판결 등). 이 사건에서는 인정된 징계사유에 비해 해고 및 정직 처분의 수위가 과도하여 징계 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3. 해고의 정당성 법리: 해고처분은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정당성이 인정됩니다. 정당성 여부를 판단할 때는 사용자의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의 여건, 근로자의 지위와 담당직무의 내용, 비위행위의 동기와 경위, 근로자의 행위로 기업의 위계질서가 문란하게 될 위험성 등 기업질서에 미칠 영향, 과거의 근무태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대법원 2002. 5. 28. 선고 2001두10455 판결 등). 이 사건에서 B, F에 대한 해고 처분은 이러한 기준에 비추어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4. 여러 징계사유 중 일부 징계사유만으로 징계 유지 법리: 여러 개의 징계사유 중 일부 징계사유만으로 근로자에 대한 해당 징계처분의 타당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한지는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인정되는 일부 징계사유만으로 해당 징계처분의 타당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한지에 대한 증명책임은 사용자가 부담합니다 (대법원 2019. 11. 28. 선고 2017두57318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는 일부 징계사유가 인정되지 않았고, 인정된 사유만으로는 당초의 징계 처분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직장 내 괴롭힘 및 징계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하실 수 있습니다.

1. 직장 내 괴롭힘 판단의 기준: 업무 지시가 직장 내 괴롭힘이 되는지 여부는 단순히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업무를 지시했다는 사실만으로는 판단되지 않습니다. 업무 분장, 과거 업무 관행, 지시 내용의 합리성, 지시의 목적, 지시받은 근로자의 심리적 고통 유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되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2. 징계 사유와 징계 수위의 균형: 회사는 근로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을 때 징계를 내릴 수 있지만, 징계의 종류와 수위는 해당 근로자의 비위행위의 내용, 동기, 경위, 결과, 반복성, 과거 징계 전력, 근속 기간, 회사의 징계 기준 및 관행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상 합리적이고 타당한 수준이어야 합니다.
3. 해고의 정당성 기준: 해고는 근로자의 고용 관계를 완전히 종료시키는 가장 중대한 징계이므로, 근로자에게 고용관계를 계속하기 어려울 정도의 중대한 책임 있는 사유가 있을 때에만 정당성이 인정됩니다. 회사는 해고에 앞서 근로자에게 비위행위를 개선할 기회를 충분히 주었는지, 그 밖에 해고 외의 다른 수단은 없었는지 등도 중요하게 고려될 수 있습니다.
4. 징계 재량권 남용 여부: 법원은 회사의 징계권이 재량의 영역에 속한다고 보지만, 그 재량권 행사가 사회통념상 현저히 타당성을 잃었다고 판단되면 위법하다고 봅니다. 따라서 인정되는 징계사유가 있다 하더라도 징계의 정도가 지나치게 과도하다고 판단되면 부당한 징계로 취소될 수 있습니다.
5. 일부 징계사유만으로 징계 유지 여부: 여러 징계사유 중 일부만 인정될 경우, 인정된 사유만으로도 당초의 징계 처분을 유지할 수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가 증명해야 하며, 근로자에게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이 되지 않도록 매우 신중하게 판단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