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원고는 주식회사 B 경산공장에서 약 두 달간 PCB 조립 업무를 수행하던 중 화재 연기를 흡입하고 유해물질에 노출되었다고 주장하며 퇴사 후 진단받은 만성 골수성 백혈병이 업무상 재해이므로 요양급여 불승인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원고의 근무 기간이 짧고 유해물질 노출 농도가 낮았으며 화재 규모도 경미했던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간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 A는 2017년 9월 28일부터 2017년 11월 6일까지 주식회사 B 경산공장에서 PCB 조립 업무를 했고, 근무 기간 중인 2017년 10월 24일 공장에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이후 원고는 2018년 4월 10일 만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자, 이 사건 사업장에서의 유해물질 노출과 화재 연기 흡입이 질병의 원인이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원고의 짧은 근무 기간, 유해물질 노출 가능성 및 양의 미미함, 질병 잠복기 등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의 연관성이 없다고 판단하여 2022년 8월 19일 요양 불승인 처분을 내렸고, 이에 원고는 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의 만성 골수성 백혈병 발병이 이 사건 사업장에서의 PCB 조립 업무 중 유해물질 노출 및 화재 연기 흡입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결정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주장하는 유해물질 노출과 화재 연기 흡입만으로는 만성 골수성 백혈병 발병과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근거로는 작업환경측정 결과가 유해물질 노출 기준을 초과하지 않았고, 코팅 공정이 자동화로 이루어졌으며, 원고의 실제 작업 내용과 유해물질 관련성이 낮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또한 화재 규모가 작고 원고의 연기 흡입이 일회성으로 경미했을 것이며,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소견상 저농도 노출이나 일회성 노출로 만성 골수성 백혈병이 발병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점 등이 참작되어 요양불승인 처분이 적법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업무상의 재해의 정의)는 '업무상의 재해'를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한다고 규정합니다. 이는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는 법률 원칙을 포함합니다. 여기서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점은 이를 주장하는 측, 즉 이 사건의 원고가 증명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상당인과관계는 반드시 직접 증거에 의해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해당 근로자의 건강 상태, 기존 질병 유무, 업무의 성질, 근무환경 등 간접 사실에 의해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추단될 정도로는 증명되어야 합니다(대법원 2016. 8. 30. 선고 2014두12185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가 PCB 조립 업무 과정에서 납, 포름알데히드, 벤젠 등 유해물질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은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작업환경측정 결과가 유해물질 노출 기준을 초과하지 않았고, 코팅 공정이 자동화 설비로 이루어졌으며, 원고의 실제 작업 내용과 유해물질 관련성이 낮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또한 화재 규모가 작았고 원고가 연기를 흡입한 상황도 일회성이고 경미했을 것으로 보았으며, 전문의 소견 또한 저농도 노출이나 일회성 노출로 만성 골수성 백혈병이 발병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진술했습니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여 법원은 원고의 업무와 만성 골수성 백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추단될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업무와 질병 간의 '상당인과관계'를 명확하게 증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유해물질을 취급하는 사업장에서 근무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작업환경측정보고서와 같은 객관적인 자료가 유해물질 노출 수준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가 되므로, 만약 해당 보고서의 신뢰성에 의문이 있다면 측정 방법 등의 한계를 구체적으로 입증하고 실제 노출이 더 심각했음을 다른 증거로 뒷받침해야 합니다. 질병의 발병 시점, 유해물질 노출 시점, 노출 기간, 노출 농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며, 관련 질병의 의학적·과학적 인과관계에 대한 전문가 소견이 재해 인정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단기간 노출로 인한 질병 발병의 가능성에 대한 의학적 견해는 신중하게 살펴보아야 합니다. 본인의 과거 건강 상태나 가족력 등 개인적인 요인도 재해 인정 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관련 정보를 잘 정리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화재와 같은 사고로 인한 유해물질 노출을 주장할 때는 사고의 규모, 발생 당시의 위치, 흡입량, 유해물질의 종류와 농도 등을 구체적으로 입증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