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환경부장관에게 용산 미군기지 내부 지하수 오염 조사 결과 정보의 공개를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환경부장관은 해당 정보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2호(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 및 제5호(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정보)에 해당하여 비공개 대상 정보라고 판단하고 비공개 결정을 통지했습니다. 이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환경부장관의 비공개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2003년부터 서울 용산 미군기지 주변 지하수에서 허용 기준치 이상의 석유계 총 탄화수소가 지속적으로 검출되어 용산 미군기지가 오염원으로 의심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서울시는 주변 지하수 정화에 약 70억 원을 투입했음에도 오염이 계속되자, 환경부는 주한 미군과 SOFA 환경분과위원회 및 실무협의체를 구성하여 2015년 5월 용산 미군기지 내부에서 지하수 채취 및 성분 분석을 실시했습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이 조사 결과의 공개를 청구했으나, 환경부는 한미 합의 및 업무수행의 공정성을 이유로 공개를 거부했고, 이에 변호사모임이 소송을 제기하여 정보 공개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용산 미군기지 인근 주민들도 자신들의 생명과 안전에 관련된 문제라며 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용산 미군기지 내부 지하수 오염 조사 결과 정보가 정보공개법상 '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 또는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피고인 환경부장관이 원고에 대하여 2015년 7월 31일 내린 정보 비공개 처분을 취소한다는 판결입니다. 즉, 용산 미군기지 내부의 지하수 오염 조사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결정했습니다.
법원은 용산 미군기지 내부 지하수 오염 조사 결과 정보가 한미 양국 간 협의를 통해 이루어진 '외교관계에 관한 사항'에는 포함되지만, 이는 용산 미군기지 내부의 지하수 오염도를 측정한 '객관적 지표'에 불과하며 이를 공개한다고 해서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해당 정보가 미완성된 1차 조사 결과여서 공개 시 오해나 비난 여론이 발생할 가능성은 있지만, 피고가 그 특성을 설명하고 다른 조사 결과를 함께 공개하는 등의 전향적 조치를 통해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으므로, 공개가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고도의 개연성'으로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인용했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에 따라 판단되었습니다.
정보공개법 제3조(정보공개의 원칙):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는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국정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원칙적으로 공개되어야 합니다. 이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에 포함되는 '알권리'를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중요한 조항입니다.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2호(비공개 대상 정보): '국가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는 비공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용산 미군기지 지하수 오염 조사 정보가 한미 양국 간 협의 결과와 관련된 '외교관계에 관한 사항'에는 포함된다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해당 정보가 오염도를 측정한 '객관적 지표'에 불과하며 공개한다고 해서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주한 미군 측의 공개 반대 의견만으로 한미 간 신뢰 관계가 훼손된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며, 오히려 비공개가 국민의 불신을 초래하고 불필요한 외교적 마찰을 야기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5호(비공개 대상 정보): '감사·감독·검사·시험·규제·입찰계약·기술개발·인사관리·의사결정 과정 또는 내부검토 과정에 있는 사항 등으로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도 비공개할 수 있도록 합니다. 법원은 이 사건 정보가 3차례 예정된 검사 중 1차 검사 결과에 불과하고 다른 검사 결과와 상이한 점이 있어, 공개 시 용산 미군기지 내부 환경조사의 방법이나 시기 등에 대한 비난 여론이 생겨 조사 일정에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환경부는 이러한 정보의 특성을 설명하고 다른 검사 결과까지 함께 공개하는 등 전향적인 조치를 통해 충분히 우려를 해소할 수 있으며, 공개가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고도의 개연성'으로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나아가 이러한 사안이 공론의 장에서 논의되는 과정 자체가 국익에 도움이 되는 생산적인 결론을 이끌어내는 데 기여할 수도 있다고 보았습니다.
공공기관이 보유한 정보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국정 운영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원칙적으로 공개되어야 합니다. 특정 정보가 국가 안보, 국방, 외교 관계 등에 관한 사항이라고 하더라도, 그 공개가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 구체적이고 객관적으로 증명되어야 비공개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외교 관계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추상적인 주장만으로는 비공개 사유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특히 지하수 오염도 측정 수치와 같이 객관적인 사실 정보는 가치 판단이나 왜곡의 가능성이 적으므로, 비공개 사유로 인정될 가능성이 낮습니다.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정보 공개를 거부하려면, 공개될 경우 업무 수행이 '객관적으로 현저하게 지장을 받을 것이라는 고도의 개연성'이 증명되어야 합니다. 미완성된 조사 결과나 진행 중인 정보일지라도, 공공기관은 그 한계나 추가 조사의 필요성을 명확히 설명하고 다른 관련 정보를 함께 공개하는 등의 전향적인 조치를 통해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불필요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환경오염 등 공익적 사안에 대한 정보는 공개의 필요성이 더욱 크게 인정되며, 이러한 정보가 공론의 장에서 논의되는 과정 자체가 국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 미칠 수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