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 의료
군의관으로 복무하던 의사 A가 무자격 의무병에게 의료행위를 지시하고 진료기록부를 제대로 작성하지 않아 벌금 700만 원의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후 보건복지부장관은 A에게 3개월 7일간의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고, A는 이 처분이 신뢰보호원칙과 비례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A의 주장을 기각하고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원고 A는 군의관으로 복무하던 중 2014년 12월 17일, 제50보병사단 보통군사법원에서 무자격 의무병에게 의료행위를 하게 하고 진료기록부를 기록하지 않은 혐의로 벌금 700만 원의 유죄 판결을 받았고 이 판결은 확정되었습니다. 이후 피고인 보건복지부장관은 2015년 4월 21일 원고 A에게 '진료기록부 등을 기록하지 않고 의료인이 아닌 자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하게 하였다'는 이유로 의료법 제22조 제1항, 제27조 제1항, 제66조 제1항 제5호, 제10호 및 관련 행정처분 기준에 따라 3개월 7일간(2015년 5월 1일 ~ 2015년 8월 7일)의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습니다. 원고 A는 이 처분이 군대 내 오랜 관행으로 인해 형성된 신뢰를 저버린 것이며, 처분 기간이 지나치게 가혹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주장하며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무자격 의무병에게 의료행위를 지시하고 진료기록부를 미작성한 행위에 대한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이 신뢰보호원칙 및 비례의 원칙을 위반한 재량권 일탈 또는 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
원고 A의 청구를 기각하고, 보건복지부장관이 내린 3개월 7일간의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결했습니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군대 내 오랜 관행이 무자격 의무병의 의료행위를 허용하는 공적인 견해표명으로 볼 수 없으므로 원고가 신뢰보호원칙을 주장할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의료인의 준법의식과 국민 건강 보호라는 중대한 공익 목적을 고려할 때, 3개월 7일간의 자격정지 처분은 위반 행위의 내용과 경위에 비추어 과도하다고 볼 수 없으며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은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들이 적용되었습니다.
의료법 제22조 제1항 (진료기록부 등): 의료인은 환자의 주된 증상, 진단 및 치료 내용 등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의료행위에 관한 사항과 의견을 상세히 기록하고 서명해야 합니다. 이 규정을 위반할 경우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의료법 제27조 제1항 (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습니다. 이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핵심 규정으로, 무자격자에게 의료행위를 지시하는 것은 이 조항을 위반하는 중대한 행위입니다.
의료법 제66조 제1항 (자격정지 등): 보건복지부장관은 의료인이 의료법을 위반한 경우 1년의 범위에서 면허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습니다. 특히 제5호는 제27조 제1항을 위반하여 의료인이 아닌 자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하게 한 때를, 제10호는 이 법 또는 이 법에 따른 명령을 위반한 때를 자격정지 사유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 제4조 및 [별표] 행정처분기준: 의료법 위반에 대한 행정처분의 세부 기준을 정하며, 여러 위반사항이 동시에 있는 경우 처분 기준을 가중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 사건 처분은 해당 규칙의 기준에 따라 이루어졌습니다.
신뢰보호의 원칙: 행정청이 개인에게 어떤 공적인 견해표명을 하였고, 그에 대한 개인의 신뢰가 정당하며 그 신뢰에 기초하여 어떤 행위를 하였는데, 행정청이 그 견해표명에 반하는 처분을 함으로써 개인의 이익이 침해될 때 적용되는 원칙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군대 내 오랜 관행이 피고 보건복지부장관의 공적인 견해표명으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실효의 원칙: 권리자가 권리행사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장기간 권리를 행사하지 않아 상대방이 권리를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을 만한 정당한 사유가 발생했을 때 더 이상 권리행사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입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가 권리를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비례의 원칙: 제재적 행정처분이 달성하려는 공익 목적과 그로 인해 개인이 입게 될 불이익을 비교하여, 처분이 위반행위의 내용과 경위에 비해 지나치게 과도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입니다. 법원은 의료인의 엄격한 준법의식 요구와 국민 건강 보호라는 공익이 개인이 입는 불이익보다 크다고 보아 처분이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의료인이라면 의료법에 명시된 진료기록부 작성 의무와 무면허 의료행위 금지 규정을 철저히 준수해야 합니다. 설령 특정 조직이나 단체 내에서 오랜 기간 비공식적인 관행이 있었다 하더라도, 이는 법률상의 의무를 대체하거나 행정처분에 대한 정당한 신뢰를 형성하는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의료인이 아닌 사람에게 의료행위를 지시하는 것은 환자의 생명과 건강에 직접적인 위협을 초래할 수 있고 국민의 의료계에 대한 불신을 심화시킬 수 있는 중대한 위법 행위로 간주됩니다. 따라서 어떠한 경우에도 면허 없는 사람에게 의료행위를 맡기거나 필수적인 진료기록부 작성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행정처분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공익적 목적이 크기 때문에, 개인의 불이익보다는 공익 보호의 필요성이 더 중요하게 고려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