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 노동
피고 종교단체 사무국 직원인 원고가 동료 직원을 성추행하여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았으나, 이후 피해자가 형사 고소를 통해 원고의 유죄가 확정되자 피고가 돌연 이전 감봉 징계를 취소하고 원고를 해고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이미 유효하게 확정되고 집행된 선행 징계를 사용자가 취소하고 동일 사유로 더 중한 해고 징계를 내린 것은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반하여 위법하다고 보아 원고의 해고가 무효임을 확인했습니다.
원고 A는 2022년 1월 24일 피고 사무실에서 동료 직원(피해자)을 성추행했습니다. 피해자가 2022년 2월 11일 사직서를 제출하고 피고에게 신고/고소를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피고는 2022년 3월 10일 원고에게 3개월 감봉 징계를 내렸습니다(이 사건 선행처분). 그러나 피해자는 이후 형사 고소를 진행했고, 원고는 2023년 4월 20일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고 2023년 4월 28일 확정되었습니다. 이에 피고는 2023년 11월 8일 원고에게 이전 감봉 징계를 취소하고 감봉액 3,400,000원에 이자 5%를 더해 지급했습니다. 그리고 2023년 11월 14일, 피고는 다시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동료 직원 성추행을 이유로 원고를 해고하는 이 사건 징계처분을 통보했습니다. 원고는 재심의를 요청했으나 기각되자, 이 해고가 무효임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회사가 이미 확정된 징계처분을 취소하고 동일한 사유로 더 중한 징계를 내리는 것이 법적으로 유효한지 여부 및 이중처벌금지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피고 B종교단체 C연합회가 2023년 11월 14일 원고 A에 대하여 한 해고가 무효임을 확인하고, 소송 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피고가 원고에게 3개월 감봉이라는 선행 징계를 내리고 약 1년 8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아무런 근거 규정 없이 이 선행 징계를 취소하고 동일한 성추행 사유로 더 중한 면직(해고) 징계를 내린 것은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반하여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미 유효하게 확정되고 집행된 선행 징계에 대한 근로자의 신뢰가 형성되었으므로, 회사가 이를 일방적으로 취소하고 더 무거운 징계를 부과하는 것은 근로자의 신분상 불안정성을 초래하여 허용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피고의 인사관리규정에 징계처분 취소 후 재징계에 대한 명문 규정이 없다는 점과 피해자의 입장 변화만으로는 선행 징계 취소 및 재징계가 정당화될 특별한 사정으로 볼 수 없다는 점 등을 근거로 삼았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주로 '일사부재리의 원칙' 또는 '이중처벌금지의 원칙'과 관련된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이중 징계를 한 경우 해당 징계처분은 무효가 될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선행 징계처분과 후행 징계처분이 모두 법적 성질상 징계처분이어야 하며, 선행 징계처분이 취소됨이 없이 유효하게 확정되어야 하고, 두 징계처분의 징계 혐의 사실이 동일해야 합니다(대법원 2000. 9. 29. 선고 99두10902 판결 등). 또한, 사용자는 징계처분에 절차상 또는 실체상 하자가 있어 효력이 없을 때 스스로 징계처분을 취소할 수 있으나(대법원 2010. 6. 10. 선고 2009다97611 판결 등), 이미 근로자에게 통보되고 집행까지 완료되어 객관적으로 특별한 하자가 없어 유효하게 확정된 징계처분을 사용자가 새로운 징계처분을 위해 사후적으로 취소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습니다. 이는 근로자가 징계처분을 통해 형성된 사업장 내 신분적·경제적 규범 상황에 대한 신뢰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명확한 근거 규정이 있거나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당하다고 보아야 합니다. 이와 달리 본다면 근로자는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는 불안정한 지위에 놓이게 됩니다.
회사가 근로자에게 징계처분을 내린 후 이를 취소하고 다시 징계할 때에는 명확한 내부 규정이 있어야 하며, 기존 징계가 절차적 또는 실체적 하자로 인해 무효인 경우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아닌 한, 이미 유효하게 확정되고 집행된 징계를 번복하여 더 무거운 징계를 부과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근로자는 회사의 일방적인 징계 취소 및 재징계 처분이 '이중처벌금지 원칙'에 위배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부당함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징계 결정 과정에서 관련 규정(회칙, 인사관리규정, 상벌규정 등)이 적절하게 적용되었는지, 어떤 위원회에서 징계를 결정했는지 등을 면밀히 살펴봐야 합니다. 성범죄와 같은 중대 비위 사실이 있더라도, 징계 절차의 적법성은 별개의 문제로 다루어질 수 있으므로 회사는 비위 사실과 별개로 징계 절차상의 정당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일단 징계가 확정되고 집행되었다면, 그에 대한 근로자의 신뢰가 형성되므로 회사가 이를 번복하려면 강력한 정당화 사유와 명확한 내부 규정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