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A 전 국회의원인 원고가 주식회사 C가 발행하고 피고 D, E, F, G이 공동 집필한 책자에 자신의 명예를 훼손하고 모욕하는 내용이 포함되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으나, 법원은 책의 내용이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사실 적시 또는 모욕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 사건입니다.
원고 A는 피고들이 공동 집필하고 발행한 책자 'O'에 자신의 글씨 가치, 과거 대통령 탄핵 당시 역할, 공직 임명 여부, 재산 형성 과정, 인품 등에 대한 내용이 기술된 것을 문제 삼았습니다. 원고는 이러한 내용들이 자신의 명예를 훼손하고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렸다고 주장하며 피고들에게 200,000,000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으로 2023년 12월 21일부터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금액을 지급하라고 요구했습니다.
피고들이 발행하고 집필한 책자에 기재된 내용이 원고 A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하여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켰는지 여부 및 그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 A가 피고들에게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하며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들이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인 판단 또는 경멸적 감정을 표현함으로써 원고를 모욕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책자의 내용들이 현판 글씨 가격에 대한 일반적인 언급이거나, 주관적인 의견 표현에 해당하며, 혹은 원고의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한 추측에 불과하여 사실로 단정하기 어렵고, 전체적인 맥락상 원고를 비방할 목적이나 명예를 훼손할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민법 제750조, 제751조)과 관련된 명예훼손 및 모욕의 법리가 적용됩니다.
1. 명예훼손의 성립 요건: 민법상 명예훼손은 타인의 명예를 침해하는 사실을 공연히 적시하거나 허위 사실을 유포함으로써 발생하며, 이로 인해 피해자에게 정신적 손해가 발생한 경우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사실의 적시'란 시간과 공간적으로 구체화된 과거 또는 현재의 구체적인 사건에 관한 보고나 진술을 의미하며, 이는 증거에 의해 그 진위 여부를 가릴 수 있는 것을 말합니다. 단순한 의견이나 평가, 추측은 사실의 적시로 보기 어렵습니다.
2. 모욕의 성립 요건: 모욕은 공연히 사람을 모욕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으로,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하지 않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인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말합니다.
3. 이 사건의 법리 적용: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는 표현의 자유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 법원이 매우 신중하게 판단합니다. 어떤 표현이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때는 해당 표현의 전체적인 맥락, 사용된 단어의 의미, 그리고 표현 당시의 사회적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특히 공인에 대한 비판적 평가는 일반인에 대한 평가보다 폭넓게 허용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한 비판적 의견 표명이나 평가, 풍자 등은 명예훼손이나 모욕으로 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사실을 적시하여 명예를 훼손한 경우 진실한 사실이라도 명예훼손이 될 수 있지만, 그것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는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습니다. 단순히 특정 정보가 허위라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그 허위 정보가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명백하게 저하시킬 만한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합니다.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한 추측이나 단순한 오해의 소지가 있는 표현이라도 전체적인 문맥상 비방의 목적이 명확하지 않다면 명예훼손으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특정 사실관계가 정확하지 않더라도 전체적인 취지가 비방이나 명예훼손이 아닌 다른 목적(예: 인물에 대한 평가, 풍자)이라면 법적으로 문제 삼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