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금전문제 · 노동
원고 주식회사 A는 피고 주식회사 B와 물류센터 개발 사업권 양수도계약 및 업무용역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양수도계약에는 사업권 양도대금 30억 원을 'PF(프로젝트 파이낸스) 시'에 지급하기로 했고, 업무용역협약은 원고가 설계 및 컨설팅 용역을 제공하고 별도 용역계약을 체결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 사업은 피고가 사업부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좌초되었습니다. 이에 원고는 'PF 시'라는 조건이 도래했거나 피고의 귀책으로 사업이 무산되었다며 사업권 양도대금 30억 원과 용역대금 13억 8천여만 원의 지급을 피고에게 청구했으나,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C 주식회사는 안성시에 E산업단지 개발 사업시행자로 지정되었고, 원고는 2020년 9월 29일 이 산업단지 내 물류센터 신축을 위해 C와 부동산매매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후 2021년 4월 12일 산업단지계획이 변경되어 일부 토지가 물류시설용지로 지정되자, 원고와 피고는 2021년 5월 17일 이 물류시설용지 개발 사업권 양수도계약과 업무용역협약을 맺었습니다. 양수도계약에는 사업권 양도대금 30억 원을 'PF 시' 지급하기로 했고, 업무용역협약은 원고가 설계, 컨설팅 등의 용역을 제공하고 별도의 구체적인 용역계약을 체결하기로 했습니다. 피고는 2021년 5월 25일 C와 사업부지 분양계약을 체결했지만, 안성시가 물류시설용지에 대해 수의계약이 아닌 일반공급을 지시하면서 입주협약 체결이 무산되었습니다. 이에 피고의 실질 대표가 설립한 V 주식회사가 일반공급 입주신청을 했으나, 다른 업체인 W 주식회사에 밀려 입주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했습니다. 결국 피고는 사업부지를 확보하지 못했고, C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패소했습니다. 사업이 좌초되자 원고는 피고에게 약정한 사업권 양도대금과 수행한 용역에 대한 대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 사건 양수도계약에서 'PF 시'라는 사업권 양도대금 지급 시점을 PF 대출이 불가능하게 확정된 경우에도 지급 의무가 발생하는 불확정기한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PF 대출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 조건으로 볼 것인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또한 피고가 사업부지 소유권 확보 의무를 불이행하거나 V 명의로 입주신청을 한 행위가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그리고 이 사건 업무용역협약만으로 구체적인 용역대금 지급 의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가 다뤄졌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사업권 양도대금 청구에 대해서는 'PF 시' 조항을 PF 대출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것을 전제로 하는 '조건'으로 해석하여, PF 대출이 불가능해진 이상 피고의 양도대금 지급 의무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채무불이행 및 불법행위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서는 피고에게 사업부지 소유권 확보 의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V 명의로 입주신청한 행위 역시 양도대금 지급을 회피하려는 위법 행위로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업무용역대금 청구에 대해서는 이 사건 업무용역협약이 별도의 구체적인 용역계약 체결을 전제하고 있었고, 구체적인 용역 범위, 대가 산정 기준, 지불 방법 등이 명확히 합의되지 않았으므로, 협약만으로 구체적인 용역대금 지급 의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또한 원고가 수행했다고 주장하는 업무들도 협약에 따라 수행되었다고 보기 부족하고, 그 대가 역시 원고 주장과 같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사업권 양도대금 청구 및 업무용역대금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하였습니다. 이는 계약 조항 해석의 문제, 채무불이행 및 불법행위 주장의 불인정, 그리고 용역계약의 구체적인 합의 부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이 사건 판결은 법률행위의 부관이 '조건'인지 '기한'인지 불분명할 때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에 대한 법리를 적용했습니다. 대법원 판례(2018다201702 등)에 따르면, 부관에 표시된 사실이 발생하지 않으면 채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면 '조건'으로,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일정한 시점에 이행해야 한다면 '불확정 기한'으로 해석합니다. 이 사건에서 'PF 시'는 실제 PF 대출이 이루어지는 것을 전제로 하는 '조건'으로 해석되어, PF 대출이 불가능해진 이상 양도대금 지급 의무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판단되었습니다. 또한, '구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42조의3'은 산업단지 내 토지 공급 방법을 규정하는데, 원칙은 분양공고를 통한 일반공급이고, 예외적으로 지정권자와 입주협약을 체결한 기업에 대해서만 수의계약이 가능합니다. 피고가 사업부지를 확보하지 못한 주된 이유는 안성시가 물류시설에 대해 입주협약을 통한 우선공급을 허용하지 않았고, 일반공급 입찰에서도 다른 업체에 밀렸기 때문입니다. 이는 법령에서 정한 수의계약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을 의미합니다. 더불어, 계약의 성립 및 효력과 관련하여, 계약이 유효하려면 본질적 사항이나 중요 사항에 대한 구체적인 의사의 합치가 필요합니다. 포괄적인 협약만으로 구체적인 권리·의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려우며, 특히 도급 성격의 용역 계약은 업무 완성이나 구체적 수행 내용을 전제로 대금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 업무용역협약은 별도 구체적 용역계약 체결을 예정하고 있었으므로, 협약 자체만으로 개별 용역 계약과 같은 효력을 부여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계약서에 'PF 시'와 같이 불확실한 시점을 명시할 때는 해당 시점이 도래하지 않거나 불가능하게 확정되었을 때의 권리, 의무 관계를 명확히 규정해야 합니다. 이는 법적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매우 중요합니다. 단순히 지급 시점 유예인지, 계약의 이행 자체를 조건으로 하는 것인지 분명히 해야 합니다. 또한 포괄적인 업무용역협약만으로는 구체적인 용역의 범위, 대가 산정 기준, 지급 시기 등이 불분명할 수 있으므로, 업무용역협약 체결 후에는 각 용역별로 구체적인 내용(업무 범위, 수행 단계, 산정 방식, 지급 시기 등)을 명시한 개별 용역계약을 반드시 별도로 체결해야 합니다. 용역 대금 청구 시에는 해당 용역이 계약에 따라 수행되었음을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빙 자료(계약서, 작업 일지, 결과물, 메일 송수신 내역 등)를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