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류/처분/집행
원고는 오피스텔 실내 인테리어 공사를 완료했지만 공사대금을 받지 못했습니다. 공사 발주 회사 D로부터 대금을 받지 못하자, 원고는 D의 채무를 회피하기 위해 설립되었다고 주장하는 다른 회사 B(피고회사)에게 공사대금을 청구했습니다. 또한 공사 현장인 오피스텔의 명의자 C(피고 C)가 공사의 원도급자라고 주장하며 D 대신 C에게도 대금 지급을 요구했습니다. 법원은 D과 피고회사를 동일한 회사로 볼 수 없고, 피고 C가 공사의 원도급자도 아니라고 판단하여 원고의 모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는 서울 강남구 F오피스텔 지하 1층 실내 인테리어 공사를 2억 6,700만 원에 주식회사 D로부터 도급받아 2018년 9월 중순경 공사를 완료했습니다. 하지만 공사대금을 받지 못해 2019년 1월 1일경부터 유치권을 행사했습니다. D과 두 차례 합의를 통해 공사대금을 2억 5,000만 원으로 감액하고 분할 지급하기로 했으나 D은 총 2,850만 원만 지급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D을 상대로 약정금 청구 소송을 제기하여 2억 4,650만 원의 승소 판결을 2021년 9월 1일 확정받았습니다. 그러나 D이 채무를 이행하지 않자, 원고는 D의 대표이사인 E가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2018년 11월 28일 설립했다고 주장하는 피고 주식회사 B에 대해 법인격부인론을 근거로 D의 채무 이행을 요구했습니다. 동시에, 공사 현장 부동산의 등기 명의자인 피고 C가 공사의 실제 원도급자라고 주장하며 채무자 D을 대신하여 C에게 채무 이행을 요구하는 채권자대위 청구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피고 주식회사 B가 기존 회사 D의 채무를 회피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로 볼 수 있는지, 즉 법인격부인론을 적용하여 D의 채무를 B가 대신 이행하도록 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피고 C가 이 사건 공사의 실제 원도급자이며, 채무자 D을 대신하여 원고에게 공사대금을 지급해야 할 책임이 있는지, 즉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의 피고 주식회사 B에 대한 주위적 청구와 피고 C에 대한 예비적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소송 비용은 각자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D과 피고 주식회사 B의 회사 구조가 실질적으로 다르다고 보았습니다. 피고회사는 이 사건 부동산 인수 및 활용이라는 독자적인 설립 동기가 있었으며 D의 자산이 피고회사로 부당하게 이전되었다고 볼 증거도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법인격부인론을 적용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피고 C에 대한 청구에 대해서는, 실제 공사의 원도급자는 망 I이며 피고 C는 명의 수탁자에 불과하므로, 피고 C가 원도급자임을 전제로 한 원고의 채권자대위 주장은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주로 '법인격부인론'과 '채권자대위권'이라는 두 가지 법적 원리가 다투어졌습니다.
법인격부인론은 회사가 그 자체로 법률상 별개의 인격체로 인정되지만, 특정 상황에서 그 법인격의 뒤에 숨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개인이나 다른 회사가 원래의 의도와 다르게 법인 제도를 남용하여 채무를 회피하는 등 부당한 목적을 달성하려 할 때, 법원이 예외적으로 그 법인격을 인정하지 않고 실제 지배자에게 책임을 묻는 법리입니다. 대법원은 기존 회사가 채무를 면탈하기 위해 기업의 형태나 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새로운 회사를 설립했다면, 이는 회사 제도 남용에 해당하여 채권자가 두 회사 중 어느 쪽에 대해서든 채무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이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기존 회사의 경영 상태, 자산 상황, 신설회사의 설립 시점, 기존 회사에서 신설회사로 자산이 유용되었는지, 유용되었다면 그 정당한 대가가 지급되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대법원 2016. 4. 28. 선고 2015다13690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법원은 주식회사 D과 피고회사의 회사 구조가 다르고 피고회사의 독립적인 설립 동기가 있었으며 D의 자산이 피고회사로 유출된 증거도 부족하다고 보아 법인격부인론을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채권자대위권은 민법 제404조에 근거한 것으로, 채권자가 자신의 채권을 보전하기 위해 채무자가 제3자에 대해 가지고 있는 권리를 대신 행사하는 제도입니다. 즉, 채무자가 재산이 없거나(무자력) 다른 사람에게 받아야 할 돈을 받지 않아 자신의 채권자에게 갚을 능력이 없을 때, 채권자가 채무자를 대신하여 그 제3자로부터 돈을 받게 하는 권리입니다. 채권자대위권이 인정되려면 채권자의 채권이 존재해야 하고, 채무자가 채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으며, 채무자에게 제3자에 대한 채권이 실제 존재해야 합니다. 또한 채권자가 그 채무자의 권리를 대신 행사하는 것이 채무자의 재산을 보전하는 데 필요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피고 C가 D에게 공사대금 지급 채무가 있다고 주장하며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하려 했으나, 법원은 피고 C가 실제 공사의 원도급자가 아니라고 판단하여 피고 C에 대한 채권자대위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비슷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첫째, 공사대금 채무 불이행 시, 채무를 지고 있는 원래 법인의 경영 상태와 새로 설립된 법인의 회사 구조, 자산 이전 여부 등을 면밀히 확인해야 합니다. 단순히 대표자가 동일하거나 특정 자산을 이전받았다는 사실만으로는 법인격부인론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둘째, 채무 면탈 목적의 법인격 부인 주장은 새로운 회사가 기존 회사의 채무를 고의로 회피하기 위해 설립되었고, 두 회사가 실질적으로 동일하게 운영되었다는 점을 명확히 입증해야 합니다. 기존 회사의 자산이 새로운 회사로 부당하게 유출되었는지, 새로운 회사가 독립적인 사업 목적을 가졌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셋째,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대위하려는 채무자가 실제로 채무를 이행하지 않는 상태여야 하며, 채무자에게 제3자에 대한 채권이 실제로 존재하고 그 채권이 피대위 채무를 이행하기 위한 정당한 권리임을 입증해야 합니다. 단순히 부동산 명의자라는 사실만으로 공사 원도급자라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넷째, 계약 체결 시에는 공사의 실제 발주처, 원도급자, 하도급 관계를 명확히 문서화하여 향후 분쟁 발생 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할 수 있도록 미리 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