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1968년 중앙정보부에 의해 간첩사건으로 조작되어 불법 체포, 감금, 고문 등 인권침해를 당하고 유죄 판결을 받았던 E씨와 F씨 사건에 대해, 진실화해위원회의 진실규명 결정과 재심 무죄 판결 이후, 국가가 이들의 유족들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입니다. 특히 사건 발생 시점으로부터 오랜 시간이 경과하여 피해자들이 이미 사망한 후 진행된 재판이었으며, 유족들의 고유 위자료 청구권 인정 여부와 소멸시효 적용이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국가의 불법행위를 인정하고 유족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하면서도, 이미 지급된 형사보상금을 공제하고 지연손해금 기산점을 변론종결일로 정했습니다.
1968년 E씨와 F씨는 중앙정보부에 의해 이른바 'I 사건'이라는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으로 체포되어 장기간 불법 구금되고 고문과 가혹행위를 당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허위 자백이 강요되었고, 'I'이라는 반국가단체 구성 및 가입이라는 조작된 범죄사실로 기소되어 1969년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E씨는 3,689일 동안 구금되었고 출소 후에도 1987년까지 보안처분을 받았습니다. F씨는 297일 구금되었습니다. 2009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이 사건이 중앙정보부에 의해 조작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임을 진실 규명했습니다. 이후 재심이 청구되어 2019년 7월 26일 E씨와 F씨 모두에 대해 무죄가 확정되었습니다. E씨는 2019년 5월 31일에, F씨는 2014년 2월 27일에 사망하여 생전에 명예 회복을 보지 못했습니다. 이에 E씨의 배우자 A씨와 아들 B씨, F씨의 배우자 C씨와 딸 D씨는 대한민국을 상대로 불법적인 체포, 감금, 고문, 유죄 판결, 보안처분 및 사찰 등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되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이미 지급받은 형사보상금과의 관계, 그리고 원고 D과 같이 피해자가 석방된 이후에 태어난 가족 구성원의 고유 위자료 청구권 인정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국가의 과거 인권침해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 인정 여부, 유죄판결 취소 후 이루어진 보안처분의 위법성 판단, 피해자 사망 이후 유족들의 고유 위자료 청구권 인정 범위, 특히 가족관계 형성 시점에 따른 청구권 인정 여부, 장기간 경과된 국가 불법행위에 대한 소멸시효 적용 배제 여부, 위자료 액수 산정 및 형사보상금 공제 방법, 지연손해금 기산일 확정 등이 주요 쟁점입니다.
법원은 피고 대한민국이 원고들에게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으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원고 A에게 20,000,000원, 원고 B에게 7,000,000원, 원고 C에게 80,481,200원, 원고 D에게 20,320,800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으며, 각 금액에 대해 2021년 8월 18일부터 2021년 11월 10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도 지급하라고 했습니다.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고,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85%, 피고가 15% 부담하게 했습니다. 이러한 결정은 국가기관의 조직적인 인권침해 행위를 인정하고, 불법 체포·감금, 고문, 조작된 유죄 판결 및 그로 인한 피해자 및 가족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명확히 한 것입니다.
이 판결은 과거 국가기관의 불법적인 공권력 행사로 인해 발생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국가의 책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비록 오랜 시간이 흘러 피해자들이 생존하지 않더라도 그 유족들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해 국가가 배상할 의무가 있음을 인정한 중요한 사례입니다. 특히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따라 특정 과거사 사건의 소멸시효 적용을 배제하고, 장기간 지연된 배상에 대한 위자료 산정 기준을 변론종결일로 삼아 현실적인 배상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과거 국가기관에 의한 불법행위로 인해 피해를 입었거나 그 유족인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