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 노동
대한건축사협회의 회원들이자 대한여성건축사회 임원 및 회원인 원고들이 대한여성건축사회의 사단법인 설립을 추진하자, 대한건축사협회는 이를 정관 위반 행위로 보아 원고들에게 제명 및 경고 징계처분을 내렸습니다. 이에 원고들은 징계처분이 무효임을 확인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하였고 법원은 원고들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1994년경 설립된 비법인사단 '대한여성건축사회'의 임원 및 회원인 원고들은 2018년 5월 24일 정기총회에서 대한여성건축사회를 사단법인으로 설립하는 안건을 통과시키고, 국토교통부에 사단법인 설립허가 신청서를 제출하는 등 사단법인 설립 업무를 추진했습니다. 이에 대한건축사협회 시·도 회장들은 2019년 4월 11일 이러한 행위가 협회 정관에 반한다며 강력한 징계를 요청했습니다. 대한건축사협회는 2019년 7월 8일 중앙윤리위원회를 개최하여 사단법인 설립을 주도한 원고 A, B, C에게는 제명 징계처분을, 발기인·이사·감사 직을 맡은 원고 D 외 14인에게는 경고 징계처분을 의결하고, 2019년 8월 27일 징계처분을 통보했습니다. 원고들은 이에 반발하여 징계처분이 무효임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대한건축사협회 회원들이 별도의 여성건축사 모임을 사단법인으로 설립 추진한 행위가 협회 정관상 징계사유(협회 명예 보전, 회원 품위 보전 및 단결 의무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또한, 징계처분의 무효 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지, 징계 재량권의 일탈·남용 여부도 다투어졌습니다.
법원은 피고가 2019년 8월 27일 원고 A, B, C에 대하여 내린 각 제명 징계처분 및 원고 D 외 14인에 대하여 내린 각 경고 징계처분이 모두 무효임을 확인하며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했습니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원고들의 사단법인 설립 추진 행위가 헌법상 결사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로 보장되는 정당한 행위이며, 피고 협회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회원의 품위 및 단결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대한여성건축사회가 피고와 설립 근거, 목적, 회원 구성이 본질적으로 달라 별개로 독자 운영되어 왔고, 사단법인 설립이 피고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거나 운영에 지장을 초래한다고 볼 수 없으며, 피고 회원 간의 갈등이나 단결 저해로도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징계 사유 자체가 존재하지 않아 징계처분은 무효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본 사건에서 언급된 건축사법 제18조 제1항은 건축사 자격시험에 합격한 사람이 건축사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국토교통부장관에게 등록해야 한다는 규정입니다. 피고 대한건축사협회는 이 규정을 근거로 원고들이 협회에 가입하지 않아도 건축사업무를 수행할 수 있으므로 징계처분의 무효 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협회 회원으로서 누릴 수 있는 다양한 권리(사업 참여, 임원 선출권, 저작권 보호, 자료 제공 등)가 박탈되거나 정지될 수 있는 징계처분은 원고들의 법적 지위에 불안을 초래하므로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이 사건 판결의 핵심 법리는 헌법상 보장되는 '결사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입니다. 법원은 협회 정관이나 윤리 규약이 회원의 징계 사유를 규정하더라도, 회원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방식으로 자의적으로 해석하거나 적용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즉, 회원이 다른 단체를 설립하거나 활동하는 자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장되어야 하며, 이러한 행위가 기존 단체의 설립 목적을 해치거나 존립을 위태롭게 하지 않는 한 징계 사유로 삼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만약 소속된 단체나 협회 내에서 다른 목적을 가진 별도의 단체를 설립하거나 활동을 추진할 경우, 해당 행위가 헌법이 보장하는 결사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의 범주에 해당하는지 고려해야 합니다. 단체의 징계 사유는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하며, 단순히 단체 내 의견 차이나 정책 방향과 다른 활동이라는 이유만으로 징계 사유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새로 설립하려는 단체의 목적, 성격, 활동 내용이 기존 단체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거나 핵심 운영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경우가 아니라면, 해당 행위가 기존 단체의 '명예 보전', '품위 보전', '단결 의무' 위반으로 간주되기 어렵습니다. 또한, 회원들이 단체 활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권리와 혜택이 중대하다면, 징계처분 무효 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