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권
신탁회사가 담보 신탁된 부동산의 명도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 즉 명도소송 관련 법률 비용, 강제집행으로 반출된 물품 보관료 및 폐기 비용 등을 우선수익자인 대출기관에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신탁계약의 조항들을 종합하여 우선수익자도 신탁사무 처리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신탁회사가 물품 보관료 관련 소송에서 선관주의 의무를 위반하여 발생한 변호사 비용은 우선수익자에게 청구할 수 없다고 보아, 일부 청구만을 인용했습니다.
2014년, 소외인들은 피고 B로부터 42억 원을 대출받기 위해 자신들 소유의 주택을 원고 A 주식회사에 담보 신탁했습니다. 대출금 상환이 어려워지자, 2016년 8월 피고 B는 원고 A에 해당 부동산의 공매를 요청했습니다. 이후 부동산에 무단 임차인이 점유하고 있음이 확인되자, 2017년 2월 피고 B의 요청으로 원고 A는 법무법인 L에 명도소송을 위임하고 점유이전금지가처분 및 명도단행가처분 신청을 진행했습니다. 명도단행가처분 결정에 따라 2017년 7월 부동산 인도집행이 실시되었고, 이 과정에서 반출된 물품들을 보관하기 위해 원고 A 명의로 보관 계약이 체결되었습니다. 2017년 8월, 원고 A는 부동산 매매 잔금을 수령하여 정산을 완료하고 피고 B에게 4,183,954,519원의 수익금을 지급하며 신탁등기를 종료했습니다. 그러나 물품 보관 업체 X은 원고 A에게 보관료 지급을 청구했고, 원고 A는 피고 B에게 비용 부담을 요청했으나 피고 B는 원고 A의 과실을 주장하며 거부했습니다. 결국 원고 A는 X으로부터 지급명령을 받았고, 이에 이의신청을 제기하여 소송이 진행(전 소송사건)되었습니다. 전 소송사건에서 원고 A는 X에게 60,146,508원 및 이자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고, 이 판결은 2019년 10월 확정되었습니다. 원고 A는 이 과정에서 발생한 전 소송사건 변호사비용, X에게 지급한 판결원리금, 추가 보관료, 그리고 남은 물품의 폐기처리비용 등 총 77,221,627원을 피고 B에게 신탁사무처리비용으로 상환해달라고 청구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신탁계약에서 신탁사무 처리에 필요한 비용을 위탁자만이 부담하는지, 아니면 우선수익자인 피고도 부담해야 하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신탁계약 종료 이후 인지된 비용에 대해서도 우선수익자가 상환 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신탁회사가 명도 관련 소송 및 물품 보관 과정에서 수탁자로서의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선관주의 의무)를 위반했는지, 그로 인해 비용이 확대된 부분에 대한 상환 청구가 제한되어야 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피고가 원고에게 71,721,627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2019년 11월 23일부터 2021년 6월 18일까지는 연 6%,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이는 원고가 청구한 77,221,627원 중 전 소송 사건의 변호사비용 5,500,000원을 제외한 금액입니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10%, 피고가 나머지를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신탁법의 일반 원칙과 이 사건 신탁계약의 여러 조항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우선수익자인 피고가 신탁사무 처리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신탁계약의 특약사항에서 비용 부담 주체에 대해 위탁자 또는 우선수익자임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신탁 종료 이후 예상 비용을 예치하도록 한 규정은 해지정산금 부족 시 비용 정산을 제외한다는 의미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원고가 지출한 명도단행가처분, 인도집행, 물품 보관 및 폐기 비용은 신탁사무 처리 비용으로 인정되었습니다. 그러나 물품 보관료 관련 소송(전 소송사건)의 변호사비용에 대해서는 원고가 보관료 지급 채무를 알고 있었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불필요하게 이의신청을 제기하여 비용을 발생시킨 점이 수탁자로서의 선관주의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아, 해당 변호사비용 5,500,000원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물품폐기처리비용 및 보관료 증액 부분에 대해서는 원고의 과실이 없다고 보아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신탁법의 규정과 신탁계약의 내용을 중심으로 판단되었습니다.
1. 신탁법 제46조 (수탁자의 비용상환청구권) 및 신탁법 제42조 제4항: 신탁법 제46조 제1항부터 제4항까지는 수탁자가 신탁사무 처리에 필요한 비용을 신탁재산에서 지출하거나 상환받을 수 있고, 수익자에게 그가 얻은 이익의 범위에서 비용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규정들은 임의규정이므로 신탁행위로 달리 정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신탁계약의 여러 조항을 분석한 결과, 피고(우선수익자)가 비용 부담을 하지 않기로 정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오히려 신탁계약 제15조 제1항 및 제4항에서 우선수익자가 신탁사무 처리 비용을 대납한 경우 이를 공제·수취할 수 있다고 약정한 점, 특약사항 제4조 제3항에서 신탁부동산 관련 손해배상 전 협의 대상을 위탁자 또는 우선수익자로 약정한 점 등을 종합하여 우선수익자인 피고도 비용 부담의 주체임을 전제하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신탁법 제42조 제4항에 따라 피고는 원고에게 신탁사무 처리 비용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2. 신탁법 제32조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 및 제33조 (충실의무): 수탁자(신탁회사)는 신탁의 본지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신탁사무를 처리해야 하는 의무(선관주의 의무)와 신탁의 이익을 위하여 신탁사무를 처리해야 하는 충실의무를 부담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가 물품 보관료 지급명령에 불필요하게 이의신청을 제기하여 전 소송사건의 변호사 비용을 발생시킨 것은 수탁자로서의 선관주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보아, 해당 변호사 비용에 대한 피고의 상환 의무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신탁회사가 신탁사무를 처리할 때 법적 절차와 비용 발생에 대한 신중한 판단이 요구됨을 보여줍니다.
3. 민사소송법 제90조 (소송대리권의 범위): 민사소송법 제90조는 본안소송의 소송대리권 범위에 강제집행, 가압류·가처분 등의 소송행위도 포함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 소송위임계약의 내용과 취지를 해석할 때 이 조항의 정신을 고려하여, 명도소송 위임에 명도단행가처분 신청 및 인도집행에 관한 소송행위, 그리고 인도집행 과정에서 반출된 물품 처리 및 보관 계약 체결 대리권한까지 묵시적으로 수여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소송대리인이 사건 해결을 위해 필요한 부수적 절차도 수행할 수 있다는 일반적인 법리에 부합하는 해석입니다.
신탁계약을 체결할 때는 신탁부동산의 관리, 처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비용(예: 명도 비용, 소송 비용, 물품 보관 및 폐기 비용 등)의 부담 주체와 분담 비율을 계약서에 최대한 명확하게 명시해야 합니다. 특히 무단 점유나 물품 보관과 같은 예상치 못한 상황 발생 시의 처리 절차와 비용 정산 방안을 구체적으로 포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탁자(신탁회사)는 신탁사무를 처리할 때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를 다해야 합니다. 불필요한 소송이나 비용 증액을 초래할 수 있는 결정은 신중하게 내리고, 우선수익자(대출기관)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과 충분히 협의하여 기록을 남겨야 합니다. 신탁 관련 소송 진행 시, 소송대리인의 위임 범위와 권한을 명확히 하고, 강제집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수적인 문제(물품 처리 등)에 대한 위임 여부와 비용 부담 주체를 사전에 서면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신탁 재산 처분 후 신탁이 종료되었더라도, 그 과정에서 발생했거나 예상되는 미확정 비용이 있다면 정산금을 지급하기 전에 충분한 예치금을 확보하거나 정산 조건에 포함시키는 것이 분쟁을 예방하는 방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