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출고 전 점검 협력업체 직원들의 근로자 지위 확인 사건

자동차 제조회사(피고)의 협력업체 소속 직원들(원고들)이 자신들의 업무가 사실상 피고의 지휘·명령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므로, 피고의 직접 근로자로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하며 근로자 지위 확인, 직접 고용 의사 표시, 미지급 임금 차액 또는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와 원고들 사이에 근로자파견 관계가 형성되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들: 자동차 제조회사의 2차 협력업체(AY, AZ, BA) 소속 근로자 44명으로, 완성차 출고 전 사전점검 및 고객 인도 지원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이 피고의 실질적인 근로자라고 주장했습니다.
• 피고: AT 주식회사. 자동차 및 그 부품의 제조·판매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회사입니다.
• 피고보조참가인: AU 주식회사. 피고와 완성차 통합 위탁 계약을 체결한 1차 협력업체로, 원고들이 소속된 2차 협력업체에 PRS 업무를 재위탁했습니다.

분쟁 상황

자동차 제조회사인 피고는 완성차 출고 전 사전점검 및 고객 인도 지원 업무를 1차 협력업체인 AU 주식회사에 위탁했습니다. AU 주식회사는 다시 이 업무를 원고들이 소속된 2차 협력업체에 재위탁했습니다. 원고들은 2차 협력업체 소속으로 피고의 출고센터에서 근무하며 완성차 점검, 수정, 고객 인도 등의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원고들은 실제로는 피고로부터 직접 업무 지시를 받고 피고의 사업에 편입되어 근무했다고 주장하며, 이는 도급 계약의 형식을 빌린 불법적인 근로자파견이라고 보아 피고에게 직접 고용을 요구했습니다.

핵심 쟁점

피고가 1차 협력업체를 통해 2차 협력업체에 재위탁한 PRS(Pre-Release Service) 업무가 실질적으로 피고의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핵심 쟁점입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법원은 원고들이 피고의 사업에 편입되어 피고로부터 상당한 지휘·명령을 받았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주요 판단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피고는 1차 협력업체인 AU 주식회사와 계약을 맺었을 뿐, 원고들이 소속된 2차 협력업체와는 어떠한 계약도 체결하지 않았습니다.
2. 원고들은 피고가 아닌 2차 협력업체의 현장 대리인으로부터 업무 지시를 받았으며, 피고가 제공한 체크시트, 매뉴얼, PDA 등은 업무 효율을 위한 정보 제공 및 협조 차원일 뿐 구체적인 작업 방법에 대한 지휘·명령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3. 원고들이 수행한 PRS 업무와 최종 점검 및 고객 지원 업무는 피고 직원이 수행하는 행정적 업무와 명확히 구분되며, 피고의 주된 업무인 자동차 생산과도 독립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4. 2차 협력업체는 원고들의 채용, 근무 시간, 업무 배치, 휴가 등 인사 및 근태 관리를 독자적으로 행사했으며, 업무 수행 결과에 따라 보수를 지급받는 등 독립적인 기업 조직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5. 원고들이 수행한 업무는 차량 점검 및 수정 작업 등 전문성과 기술성을 요구하는 작업이며, 2차 협력업체는 직원들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교육을 자체적으로 시행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피고와 원고들 사이에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근로자파견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들의 근로자 지위 확인, 직접 고용 의사 표시, 그리고 미지급 임금 또는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제2조 제1호 (정의)​

• 파견법은 '근로자파견'을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파견계약의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으로 정의합니다. 즉, 형식상으로는 도급계약이나 용역계약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파견 사업주가 고용한 근로자가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일을 하는 경우를 근로자파견으로 봅니다.

2. 대법원 판례에 따른 근로자파견 판단 기준 (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0다93707 판결 등 참조)​ 법원은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다음 다섯 가지 요소를 바탕으로 근로자파견 여부를 판단합니다.

가. 필수적인 요소 (근로자파견의 핵심 징표)​

1. 제3자의 상당한 지휘·명령: 제3자(사용사업주)가 해당 근로자에게 업무 수행 자체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여부가 중요합니다.
2. 제3자 사업으로의 실질적 편입: 해당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 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 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를 고려합니다. 이 요소는 위 1번 요소와 관련하여 사용사업주로서의 지휘·명령과 도급인의 지시를 구별하는 기준이 됩니다.

나. 보조적인 고려 요소 (도급 관계의 적극적 징표이자 근로자파견 관계의 소극적 징표)​ 3. 원고용주의 독자적인 권한 행사: 원고용주(하청업체)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 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여부. 4. 계약 목적의 구체성 및 업무의 전문성·기술성: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해당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여부. 5. 원고용주의 독립적 기업 조직 및 설비: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독립적 기업 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여부.

법원은 위 1, 2번 요소가 근로자파견을 인정하는 데 필수적이고 핵심적인 징표라고 보며, 3, 4, 5번 요소는 보완적인 고려 요소로 판단합니다. 따라서 3, 4, 5번 요소를 갖추지 못했거나 미흡하더라도 1, 2번 요소에서 근로자파견에 부합하지 않는 사정들이 현저하다면 근로자파견 관계가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문제 상황에서 근로자파견 관계를 판단할 때는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보다는 실제 근로 관계의 실질을 종합적으로 살펴보아야 합니다. 특히 다음의 사항들을 중요하게 고려합니다.

1. 지휘·명령의 주체: 실제 업무 수행에 관해 해당 근로자에게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주체가 누구인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단순히 업무 협조나 품질 관리 차원의 정보 제공은 직접적인 지휘·명령으로 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2. 사업 편입 여부: 근로자가 위탁받은 회사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어 위탁 회사 소속 근로자와 함께 하나의 작업 집단을 구성하여 공동 작업을 하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3. 원청 및 하청 업체의 독립성: 하청 업체가 근로자의 선발, 배치, 교육, 훈련, 근무 태도 점검 등 인사권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독립적인 기업 조직과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 하청 업체의 독립성이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됩니다.
4. 업무의 구별성: 하청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원청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명확히 구별되는지, 업무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한정되고 전문성 또는 기술성이 있는지 등을 살펴봐야 합니다. 이러한 요소들을 바탕으로 실제 근로 관계가 도급이 아닌 파견의 실질을 갖추었다고 판단될 경우,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직접 고용 의무 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