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기
이 사건은 피고인 A가 피해자 G에게 상가 호실을 임대하면서 '업종 제한이 없다'고 말해 임대보증금 5,000만 원을 편취한 사기 혐의로 기소된 사건입니다. 원심은 피고인에게 유죄를 인정하여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임대차 계약 당시 상가 호실에 업종 제한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피해자를 속이려 한 '편취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해자 G는 광주시 B 상가 건물에 치과를 개업하기 위해 피고인 A 소유의 C호, D호(이 사건 호실)를 임대하려 했습니다. 당시 같은 건물 2층에 이미 치과가 입점해 있었기에,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이 사건 호실에서 치과 개업이 법적으로 문제없는지 물었습니다. 이에 피고인은 2018년 1월 26일경 공인중개사 사무소에서 "상가에 얼마든지 중복된 업종이 입점하여 운영 가능하다. 남편이 변호사이므로 법률적 검토가 다 되어 있으니 안심하고 입점하여도 좋다"는 취지로 답변했습니다. 이후 피해자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치과 개설을 준비하던 중, 2018년 2월 9일경 같은 건물 H호에서 치과를 운영하는 I으로부터 '이 사건 건물이 동일 업종으로 임대차가 불가한 건물'이라며 치과 개설 중단 요구 및 법적 조치를 예고하는 문자를 받게 됩니다. 피해자는 피고인의 말을 믿고 업종 제한 규약이 없다고 반박했으나, H호 소유자 L 등이 법원에 치과 영업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피고인이 이 사건 호실을 2004년 2월 5일 동업자 J과 함께 분양받을 당시 분양계약서에 진료 과목이 '안과'로 지정되어 있었고 피고인이 직접 서명 날인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피고인은 자신이 분양 계약서 내용을 몰랐고, 동업자 J이 계약서를 관리하다가 동업 해지 후 반환하지 않아 업종 제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피고인이 상가 호실을 임대할 당시 '업종 제한이 없다'고 말한 것이 피해자를 기망한 행위인지, 즉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였습니다. 특히 피고인이 임대할 호실에 실제 업종 제한(안과 지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는지, 알지 못했다면 최소한 그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피해자를 속이려 한 미필적 고의라도 있었는지에 대한 판단이 중요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을 받아들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상가 호실을 임대할 당시 업종 제한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속이려 한 편취의 고의가 있었다고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이 임대차 계약 당시 상가 호실의 업종 제한(안과 지정) 사실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다고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피고인이 해당 사실을 알지 못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하기에도 여러 정황상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피고인이 분양 계약서를 보관하지 못했고, 다른 호실의 업종 제한 약정이 자신에게 효력이 없다고 판단할 여지가 있었으며, 관련 가처분 사건 항고심에서 업종 제한이 인정되자마자 임대보증금 5,000만 원 전액을 피해자에게 반환한 점 등이 고려되어 사기죄의 핵심 요소인 기망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아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본 사건에서 적용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상가 점포를 임차하거나 분양받을 때는 계약서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여 업종 제한 약정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의원이나 약국 등 특정 전문 분야의 경우, 독점적 영업권 보장을 위해 업종 제한이 설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구두로 '업종 제한이 없다'는 말을 들었더라도, 반드시 서면 계약서에 해당 내용이 명시되어 있는지 확인하거나, 추가적인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부동산 중개인을 통해 계약을 진행하는 경우에도, 중개인의 설명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스스로 계약 내용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건물 내 동일 업종으로 인한 분쟁 발생 가능성이 제기된다면,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관련 분양 계약서나 관리 규약 등을 직접 확인하여 해당 업종 제한의 효력 여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만약 임대인이 업종 제한 사실을 숨기고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는 의심이 든다면, 대화 녹음이나 문자메시지, 내용증명 등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본 판례에서 보듯이 임대인의 '기망의 고의'는 쉽게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상가 건물에서 이미 비슷한 업종이 영업 중인 경우, 나중에 들어가는 임차인은 선점한 업종과의 분쟁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계약을 진행해야 합니다. 단순히 '먼저 들어섰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점포의 동일 업종 영업을 막을 수는 없으나, 분양 계약상의 업종 제한 약정은 다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