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노동
E대학교 학생 두 명이 캠퍼스 내에서 진행된 청소노동자 노조의 시위 소음으로 인해 학습권이 침해되었다며, 노조 간부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된 사건입니다. 학생들은 시위가 불법 미신고 집회이며 소음이 학습에 지장을 주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시위가 정당한 쟁의행위였고 소음 피해가 학습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정도에 이르지 않았으며, 노조 간부 개인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E대학교 캠퍼스에서 청소·경비 등 시설관리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이 소속된 F노동조합 H 분회는 임금 인상과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단체교섭이 결렬되자 2022년 3월부터 8월까지 약 5개월간 점심시간을 이용해 총무처 인근 및 학생회관 앞에서 시위를 진행했습니다. 이 시위에서는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확성기를 이용해 민중가요를 틀고 꽹과리를 치는 등 소음이 발생했습니다. E대학교 재학생인 원고 A는 J관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는 중 시위 소음으로 방해를 받았고 휴학생인 선정자 D는 도서관 등 학내 시설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시위를 주도한 노조 간부들을 상대로 총 3,971,237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시위)가 미신고 집회였다는 이유만으로 불법행위가 되는지, 시위 소음이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여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만큼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한도(수인한도)를 넘는지, 그리고 쟁의행위를 주도한 노조 간부 개인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가 이 사건의 주요 쟁점입니다.
법원은 원고 A와 선정자 D의 피고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 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학생들의 학습 활동에 불편이 초래된 사정은 인정하지만 피고들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만큼 학습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가 성립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구체적인 판단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시위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상 미신고 집회였다고 해도 그 이유만으로 곧바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며 정당한 쟁의행위의 경우 민사상 책임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소음 피해가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한도를 넘었는지 별도로 판단해야 합니다. 둘째, 이 사건 시위는 근로조건 향상을 위한 정당한 쟁의행위로 보였습니다. 단체교섭 주체에 의해 진행되었고 합법적인 절차를 거쳤으며 폭력이나 파괴 없이 피케팅, 구호 제창, 확성기 사용 등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셋째, 시위로 발생한 소음의 정도가 쟁의행위를 위법하다고 판단할 정도로 심각하거나 학생들의 학습권을 직접적·구체적으로 침해하는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원고들이 측정한 소음도는 집시법상의 측정 방법을 준수했다고 보기 어렵고 경찰이 측정한 소음은 63.3데시벨 전후로 특별한 제한 조치가 필요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또한 시위 장소는 강의실과 상당한 거리가 있었고 점심시간에 1시간 미만으로 진행되었으며 학생들의 민원 이후에는 시위 장소를 변경하는 등 소음 방해를 줄이려는 노력도 있었습니다. 넷째, 피고들이 단순한 노조 간부라는 이유만으로 개인적인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하려면 이들이 불법 쟁의행위나 소음 발생을 주도적으로 기획하거나 지시·지도했다는 구체적인 주장과 증명이 필요했으나 원고들은 이에 대한 충분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은 평화적인 집회 및 시위를 보장하면서도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사전 신고 등의 절차를 규정합니다. 그러나 법원은 시위가 미신고였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한다고 보지 않습니다. 미신고 집회라도 그 내용이 정당한 쟁의행위에 해당하면 민사적 책임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르면 쟁의행위는 근로조건 향상을 위한 교섭이 결렬되었을 때 정당한 목적, 주체, 절차, 수단 및 방법을 갖춘 경우 정당성이 인정됩니다. 이 사건에서는 시위의 목적, 절차, 수단이 폭력이나 파괴를 동반하지 않아 정당한 쟁의행위로 인정되었습니다. ‘민법 제750조’에 따른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여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 성립하며 가해자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시위로 인한 소음 피해가 사회 통념상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수인한도)를 넘어서 원고들의 학습권을 침해했다고 보기에 부족했습니다. 소음의 정도, 시위 장소와 시간, 피고들의 노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 노동조합의 활동에 대해 개인적인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해당 개인이 불법행위를 주도하거나 구체적으로 지시·기획했다는 점이 입증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간부라는 직책만으로는 개인적인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시위로 인해 소음 등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될 경우 경찰 신고 등을 통해 객관적인 사실 관계와 피해 정도를 기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소음 피해의 경우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시행령 등에서 정한 소음 측정 기준과 방법에 따라 객관적인 방식으로 소음도를 측정하고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라 정당한 목적, 절차, 수단과 방법을 갖춘 경우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쟁의행위가 단순히 불편을 초래한다는 이유만으로 불법으로 단정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측은 자신의 권리가 침해되었고 그 침해가 위법하며 침해로 인해 구체적인 손해가 발생했다는 점을 명확히 입증해야 합니다. 특히 소음과 같은 환경 침해의 경우 그 피해가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한도를 넘어섰다는 점을 구체적인 증거로 제시해야 합니다. 단체의 행위에 대해 그 구성원 개인에게 책임을 묻고자 할 때는 해당 개인이 그 행위를 주도하거나 구체적으로 지시하는 등 직접적인 불법성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개별적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단순한 소속이나 직책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