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살인 · 노동
엘리베이터 설치 공사 현장에서 안전관리책임자가 추락 위험이 있는 개구부에 안전난간이 제거된 사실을 알고도 아무런 조치 없이 근로자에게 작업을 지시하거나 방치하여 근로자가 추락 사망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안전관리책임자인 현장소장 A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그 소속 회사인 B 주식회사에 벌금 6,000,000원을 선고했습니다.
피고인 A은 엘리베이터 설치 현장소장 겸 안전관리책임자로서, 서울 서대문구 신축 건물 8층 엘리베이터 설치 장소 바로 옆 외부창호 설치용 개구부에 당초 설치되어 있던 안전난간이 제거되어 추락 위험성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은 건물 골조공사 업체나 건축주에게 추락 방지용 안전 장치 설치를 전혀 요구하지 않았고, 안전 장치가 설치되기 전에 피해자 F(40세)에게 해당 구역을 통해 상층부로 이동하며 현장 확인 작업을 하도록 했습니다. 결국 피해자 F는 2020년 9월 16일 오전 11시 9분경 주계단을 통해 8층까지 이동하여 현장을 살펴보던 중, 엘리베이터 홀 부분의 개구부 쪽으로 중심을 잃고 떨어져 오전 11시 32분경 머리 등을 다쳐 사망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엘리베이터 설치 공사 현장에서 안전관리책임자와 사업주가 추락 위험이 있는 개구부에 대한 안전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발생한 사망 사고에 대한 업무상 과실치사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책임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피고인 A에게 징역 6월,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1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합니다. 피고인 B 주식회사에게 벌금 6,000,000원을 선고하고,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했습니다.
법원은 안전관리책임자인 피고인 A이 추락 위험이 있는 외부창호 설치용 개구부에 안전난간이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않아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게 된 과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피고인 B 주식회사는 사용인인 A의 업무상 위반 행위에 대한 책임이 인정되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처벌받았습니다.
이 사건은 형법 제268조의 '업무상 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함께 적용되었습니다. '업무상 과실치사'는 업무상 주의의무를 게을리하여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 적용되는 조항입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 A은 엘리베이터 설치 현장소장으로서 근로자의 안전을 책임질 '업무상 주의의무'를 가지고 있었으나, 추락 위험이 있는 개구부에 안전난간이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의무를 위반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제3항 제1호는 '사업주는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며, 이에 따라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43조에서는 추락 위험이 있는 개구부 등에 '안전난간, 울타리 또는 덮개' 등의 방호 조치를 충분한 강도로 설치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피고인 B 주식회사는 피고인 A이 회사의 업무와 관련하여 이러한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안전 조치 의무를 위반했으므로, 산업안전보건법 제173조 및 제167조 제1항에 따라 사업주로서의 책임을 지게 됩니다. 법원은 사업주가 안전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작업이 이루어질 것을 미필적으로 인식하고 이를 방치한 경우에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성립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즉, 명시적으로 작업을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위험을 알고 방치한 것만으로도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건설 현장에서는 다양한 공정이 동시에 진행되므로, 자신이 맡은 공사의 작업 환경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의 안전 상태까지 항상 점검해야 합니다. 특히 추락 위험이 있는 개구부나 통로 끝에는 반드시 안전난간, 울타리, 덮개 등 방호 조치를 설치해야 합니다. 기존에 설치되어 있던 안전 시설이 제거된 것을 발견했다면, 자신의 담당이 아니더라도 즉시 해당 공사 관계자나 건축주에게 시정을 요구하고, 안전 조치가 완료될 때까지 근로자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해야 합니다. 현장 관리자는 근로자에게 작업을 지시할 때 반드시 안전한 작업 환경이 확보되었는지 확인해야 하며, 근로자 스스로 안전 위험을 인지했더라도 관리자가 이를 방치했다면 법적 책임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원청과 하청 모두 안전 관리 책임이 있으며, 하청업체의 작업 현장이라도 원청은 안전 관리를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이 사건처럼 사망과 같은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단순히 사고의 경위뿐 아니라 안전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책임이 엄중하게 추궁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