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성향 분석 문건 작성 및 전달로 인한 해고 사건

문화방송 카메라기자였던 원고가 동료 직원들의 회사 충성도와 노조 참여도 등을 기준으로 4등급으로 분류하고 평가한 ‘카메라기자 성향분석표’ 등 문건(이른바 블랙리스트)을 작성하여 인사권자에게 전달한 행위로 인해 해고되었습니다. 원고는 이 해고가 부당하다며 무효 확인과 임금 지급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원고의 문건 작성 및 전달 행위가 회사의 복무 질서를 어지럽히고 동료들의 명예를 훼손한 중대한 비위 행위에 해당하며, 해고 처분은 정당하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주식회사 문화방송 소속 카메라기자, 문제의 성향 분석 문건을 작성하고 인사권자에게 전달한 당사자
• 피고: 주식회사 문화방송, 원고를 해고한 사용자
• 제1노조, MBC영상기자회: 피고 소속 카메라기자들이 소속된 노동조합, 문건의 존재를 폭로하고 관련자들을 검찰에 고소하여 사건의 발단이 됨
• 소외 1: 당시 피고 보도국 취재센터장(부국장), 원고로부터 성향 분석 문건이 반영된 인사안을 전달받은 인사권자

분쟁 상황

원고는 2004년 12월 20일 피고(주식회사 문화방송)에 입사하여 카메라기자로 근무했습니다. 2017년 8월 8일, 피고 소속 제1노조와 MBC영상기자회는 원고가 피고 내부에서 카메라기자들을 회사 충성도와 노조 참여도에 따라 4등급으로 분류하고 평가한 '카메라기자 성향분석표'와 '요주의인물 성향' 문건을 작성하였고, 그에 따른 인사상 불이익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이후 피고 감사국은 특별감사를 실시하여 원고가 해당 문건의 작성 및 실행에 관여했다고 판단했고, 피고 인사위원회는 2018년 5월 14일 원고를 해고하기로 의결했으며, 2018년 5월 18일 원고에게 해고 처분을 통보했습니다. 원고는 이 해고 처분이 무효라고 주장하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해고일 다음날인 2018년 5월 19일부터 복직 시까지 월 8,634,708원의 임금 지급도 청구했습니다.

핵심 쟁점

1. 피고의 원고 사내 이메일 열람 등 해고 징계 절차의 적법성 여부
2. 원고의 블랙리스트 문건 작성 및 인사권자에 전달 행위, 부당노동행위 가담, 명예훼손 등 징계 사유의 존재 여부
3. 위 징계 사유를 이유로 한 해고 처분이 징계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인지 여부

법원의 판단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즉, 피고의 원고에 대한 해고 처분은 정당하며, 원고는 복직될 수 없고 임금도 지급받을 수 없습니다.

결론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1. 징계 절차의 적법성:

• 피고 감사국이 원고의 사내 인트라넷 이메일과 계정 로그 기록을 열람한 것은 원고의 사전 동의를 받지 않았지만, 중대한 비위 행위(블랙리스트 의혹)를 규명하기 위한 정당한 이익이 있었고, 해당 이메일은 업무용으로 용도가 제한되며 사적 이용이 원칙적으로 금지된 점, 원고가 정보보호 서약서에 동의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원고의 인격권이나 사생활의 비밀을 중대하게 침해하여 해고 처분을 무효로 할 정도의 절차상 하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 이 사건 해고 처분은 법적 근거가 없는 '피고 정상화위원회'가 아닌 '피고 감사국'의 특별감사 결과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므로 절차상 하자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2. 징계 사유의 존재:

• 블랙리스트 문건 작성 및 보고(복무질서 위반): 원고가 '카메라기자 성향분석표'와 '요주의인물 성향' 문건(이른바 블랙리스트 문건)을 작성하고 이를 반영한 인사안(이 사건 인사이동안)을 인사권자에게 전달한 사실이 인정되어 복무 질서 위반 행위가 인정되었습니다. 원고가 최초 작성자로서 수정된 내용 전체에 책임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 부당노동행위 공모: '이 사건 인사이동안'에 따라 실제 인사가 이루어졌고, 원고가 부당노동행위에 공범으로 가담했다는 주장은 이를 단정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 명예훼손 및 모욕: 이 사건 문건에 '무능하고 성실한 전형', '대세에 따르는 우유부단함의 회색분자들' 등 동료들에 대한 모욕적이고 비하적인 표현이 포함되어 있었고, 원고가 이 문건을 친한 동료 2명에게 보여줬다고 스스로 인정한 점(공연성 인정), 이 사건 인사이동안에도 명예훼손 내지 모욕적인 표현이 포함되어 인사권자에게 전달된 점을 들어 명예훼손 내지 모욕에 해당하는 불법행위가 인정되었습니다.

3. 징계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

• 법원은 ① 블랙리스트 문건 작성 및 보고와 ③ 명예훼손 및 모욕 징계 사유만으로도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원고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 언론의 자유와 언론인의 독립성은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이며, 이러한 가치를 수호해야 할 언론사에서 동료를 성향에 따라 분류하고 불이익을 주려는 시도(블랙리스트 작성 및 인사권자에게 전달)는 언론의 자유 본질을 침해하는 중대한 비위 행위라고 판단했습니다.
• 따라서 피고의 원고에 대한 해고 처분은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볼 수 없어 징계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은 주로 근로기준법상 해고의 정당성, 민법상 불법행위(명예훼손 및 모욕), 그리고 회사의 징계 재량권에 대한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1. 근로기준법 제23조(해고 등의 제한): 이 조항은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등의 징벌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의 블랙리스트 문건 작성 및 전달, 그리고 동료 명예훼손 행위가 복무 질서를 문란하게 하고 언론의 자유 등 핵심 가치를 훼손한 중대한 비위 행위에 해당하므로, 이는 해고의 '정당한 이유'가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2.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원고가 작성한 문건에 동료들을 비방하고 모욕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고, 이를 타인에게 전달한 행위는 동료들의 인격적 가치를 훼손하는 불법행위(명예훼손 또는 모욕)로 인정되었습니다.

3. 형법 제307조(명예훼손) 및 제311조(모욕): 형법상 명예훼손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거나 허위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모욕은 공연히 사람을 모욕하는 경우에 성립합니다. 법원은 원고가 문건에 동료들에 대한 모욕적인 평가를 기재하고 친한 동료 2명에게 보여주었다는 점을 들어 공연성 요건을 충족하여 명예훼손 또는 모욕죄에 해당하는 불법행위가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4. 징계 재량권의 범위: 징계권자의 징계 처분은 일반적으로 재량에 맡겨져 있으나,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을 남용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위법하다고 봅니다(대법원 2002. 8. 23. 선고 2000다60890, 60906 판결 등). 해고 처분의 정당성을 판단할 때는 사용자의 사업 목적, 근로자의 비위 행위 내용과 성질, 기업 질서에 미칠 영향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대법원 2002. 5. 28. 선고 2001두10455 판결 등). 이 사건에서는 원고의 비위 행위가 언론의 자유와 언론인의 독립성이라는 핵심 가치를 훼손하는 중대한 행위였으므로, 해고 처분이 재량권 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되었습니다.

5. 사내 정보 자산 접근 및 감사: 회사의 업무용 이메일 등 전산 시스템은 그 용도가 업무용으로 제한되며 사적인 이용이 금지됩니다. 회사가 중대한 비위 행위를 조사할 목적으로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 이러한 시스템에 접근하여 자료를 열람하는 것은 직원의 인격권이나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여 징계 처분을 무효로 할 정도의 중대한 절차상 하자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참고 사항

1. 회사 업무용 자산 사용의 제한: 회사가 제공하는 업무용 이메일, 인트라넷 계정 등은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금지될 수 있습니다. 회사는 중대한 비위 행위 조사를 위해 직원의 동의 없이도 이러한 업무용 계정을 열람할 수 있으며, 이는 절차상 중대한 하자로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2. 동료 비방 및 성향 분석 문건 작성의 위험: 동료 직원의 성향이나 소속 노조 활동을 기준으로 비방하거나 분류하여 불이익을 주려는 목적의 문건을 작성하는 행위는 회사의 복무 질서에 심각한 위반이 되며, 동료의 명예를 훼손하는 불법행위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3. 명예훼손 및 모욕죄 성립 가능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적인 내용을 담은 문건을 작성하여 소수의 사람에게라도 전달하는 행위는 공연성이 인정되어 형사상 명예훼손죄나 모욕죄의 구성 요건을 충족할 수 있으며,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4. 인사권 남용 시도에 대한 중대한 책임: 비록 실제 인사가 변경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특정 의도를 가지고 인사권자에게 부당한 인사안을 제시하는 행위는 회사의 중요한 질서를 위반하는 중대한 비위 행위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5. 언론사의 특수성: 언론사는 민주주의와 공론의 장을 지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언론의 자유와 독립성을 해치는 이른바 '블랙리스트' 작성 및 전달 행위는 일반 회사보다 훨씬 더 엄격하게 보아 중대한 징계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6. 해고의 정당성 판단: 회사의 징계 처분은 징계권자의 재량에 속하지만, 비위 행위의 내용과 성질, 회사의 사업 목적, 기업 질서에 미칠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사회통념상 고용 관계를 계속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해고는 정당한 처분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