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원고는 피고 병원에서 우측 발목 내고정기 제거 수술을 받던 중 척추마취 과정에서의 의료상 과실로 마미증후군, 유착성 지주막염, 척수경색 등 심각한 후유증이 발생하여 양쪽 하지마비, 보행 장애, 신경인성 방광 및 장 등의 영구적인 장애를 앓게 되었습니다. 이에 원고는 피고 병원의 의료상 과실과 설명의무 위반을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하였고, 법원은 척추마취 과정에서의 과실과 후유증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여 피고에게 총 1,551,314,697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선고하였습니다. 다만, 수술 후 진단 및 처치 과정에서의 과실이나 설명의무 위반은 인정하지 않았고, 피고의 책임은 80%로 제한되었습니다.
원고는 2015년 발목 골절로 피고 병원에서 내고정술을 받았고, 2017년 2월 23일 내고정기 제거 수술을 위해 척추마취를 받았습니다. 마취 중 원고는 심한 통증을 느꼈고, 수술 중 움직임이 발생하여 전신마취로 전환되었습니다. 수술 직후 원고는 다리 통증, 머리 통증, 배뇨 장애, 양측 하지의 근력 및 감각 저하 증상을 호소했습니다. 며칠간 경과 관찰 후 마미증후군 진단이 내려졌고, 이후 뇌 CT, MRI 검사에서 뇌수두증, 유착성 지주막염 및 척수경색이 확인되었습니다. 현재 원고는 양쪽 하지마비, 보행 장애, 신경인성 방광 및 장 등의 영구적인 후유장애를 앓고 있습니다. 원고는 이러한 후유증이 피고 병원 의료진의 척추마취 시술상 과실, 수술 후 진단 및 처치 지연 과실,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피고 병원 의료진의 척추마취 과정에서의 의료상 주의의무 위반 여부 및 그로 인한 원고의 후유증 발생 간의 인과관계 인정 여부, 피고 병원 의료진의 수술 후 경과관찰, 진단 및 처치 과정에서의 과실 인정 여부, 피고 병원 의료진의 설명의무 위반 인정 여부, 인정될 경우 피고의 손해배상 책임 범위.
피고는 원고에게 1,551,314,697원 및 이에 대하여 2017년 2월 23일부터 2019년 10월 16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2/5, 피고가 나머지를 부담하도록 결정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 병원 의료진이 척추마취 과정에서 신경 손상의 개연성, 마취 차단 높이 미평가, 국소마취제 분포 문제 등으로 인해 의료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과실로 인해 원고에게 마미증후군, 유착성 지주막염, 척수경색 등 영구적인 후유증이 발생했다고 보아 인과관계를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수술 후 진단 및 처치 과정에서의 과실이나 설명의무 위반은 증거 부족과 의사의 진료 재량 범위 등을 고려하여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손해의 공평한 분담을 위해 피고의 손해배상 책임을 80%로 제한하여, 최종적으로 15억 5천만원이 넘는 금액을 원고에게 지급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의료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의 발생을 판단하는 데 있어, 의료상 주의의무 위반 및 인과관계 추정의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의료상 주의의무 위반 및 인과관계 추정의 법리: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요구하므로, 환자 측이 의료상 과실과 손해 발생 간의 인과관계를 의학적으로 완벽히 입증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따라서 환자 측이 '일반인의 상식에 기반한 의료상 과실이 있는 행위'를 입증하고, '그 결과와 일련의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점(즉, 환자에게 의료행위 이전에 해당 결과의 원인이 될 만한 건강상의 결함이 없었다는 점)을 증명한 경우, 의료행위를 한 측이 '그 결과가 의료상 과실이 아닌 전혀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이라는 반증을 하지 못하면 의료상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05. 9. 30. 선고 2004다52576 판결). 특히 문제가 없던 환자에게 수술 직후 해당 장애가 발생했다면, 수술 과정에서의 의료상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해 장애가 발생했음을 추정할 수 있는 개연성이 있는 간접사실들을 입증함으로써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11. 7. 14. 선고 2009다54638 판결). 이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가 마취주사 시 심한 통증을 느낀 점, 수술 직후 다리 통증 및 하지 감각 이상을 호소한 점, 마취 차단 높이 미평가, 국소마취제 분포 문제 가능성, 마미증후군 및 유착성 지주막염이 척추마취의 부작용으로 발생했을 것이라는 감정 의견 등을 종합하여 의료진의 척추마취 과정에서의 과실과 원고의 후유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했습니다.
의사의 진료 재량 범위: 의사는 환자의 상황, 당시 의료 수준, 자신의 지식과 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 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범위의 재량을 가집니다. 그 선택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한 특정 진료 방법의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해서 바로 과실이 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2다45185 판결 등). 이 사건에서는 법원이 수술 후 진단 및 처치 지연 과실과 설명의무 위반 주장을 기각하면서, 마미증후군 등은 뚜렷하고 획기적인 치료방법이 없어 대증적 치료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조기 진단 및 처치가 현재의 결과에 유의미한 차이를 만들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 유착성 지주막염은 초기에 MRI에서 이상 소견을 보이지 않을 수 있어 조기 진단이 어렵다는 점 등을 그 근거로 삼았습니다.
책임 제한의 법리: 손해배상 사건에서 법원은 손해의 공평하고 타당한 분담을 위해 원고의 내원 경위, 수술 당시 건강 상태, 수술의 난이도와 위험 정도, 의료진의 수술 후 노력, 후유증 발생 확률, 피해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가해자의 책임을 일정 부분 제한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의 손해배상 책임을 80%로 제한했습니다.
수술 전 마취를 포함한 모든 의료행위에 대해 예상될 수 있는 부작용과 합병증에 대한 설명을 의료진으로부터 충분히 듣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드물지만 심각한 후유증의 가능성까지 인지해야 합니다. 수술 중 또는 직후 마취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 같거나 예상치 못한 통증, 감각 이상, 운동 능력 저하 등 이상 증상이 발생하면 즉시 의료진에게 상세히 알려야 합니다. 이러한 정보는 의료 기록에 남겨져 추후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수술 후 몸의 변화나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시기, 증상 내용, 의료진에게 알린 내용 등을 상세히 기록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는 향후 치료 방향이나 문제 발생 시 원인 규명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본인의 진료기록, 수술 기록, 검사 결과 등을 사본으로 확보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의료 분쟁 발생 시 중요한 증거 자료가 됩니다. 마취 관련 신경 손상은 마취통증의학과, 신경외과, 재활의학과, 비뇨기과 등 여러 과의 협진이 필요할 수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다양한 전문의의 의견을 구하고 치료를 모색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