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난치성 뇌전증을 앓던 미성년 환자가 피고 병원에서 기능적 대뇌반구절제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후 환자는 급성 수두증, 뇌부종, 저산소성 뇌손상 등 합병증을 겪게 되었고, 결국 지속성 식물인간 상태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환자의 법정대리인인 부모는 병원의 진료 방법 선택상 과실, 수술 술기상 과실, 수술 후 합병증 진단 및 치료 지체 과실, 설명의무 위반 등을 주장하며 피고 병원 법인에 8억 6천만 원이 넘는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피고 병원 의료진의 의료 행위가 당시 의료 수준과 재량 범위 내에서 적절했으며, 수술 과정이나 합병증 관리에도 과실이 없었고, 설명의무 또한 충실히 이행되었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원고는 출생 시부터 뇌병변과 뇌성마비 진단을 받았고, 생후 1세경부터 경련이 관찰되어 약물치료를 받아왔습니다. 2002년 6월 이후 임상적 경련은 없었으나 뇌파 검사상 간질파가 지속적으로 관찰되어 난치성 뇌전증으로 진단되었고, 발달 장애가 진행될 가능성 때문에 2014년 5월 피고 병원에서 기능적 대뇌반구절제술(1차 뇌경막하 전극 삽입술, 2차 좌측 기능적 대뇌반구절제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후 원고는 구토, 두통 증상을 보였고, 의식 저하 및 강직성 간대발작이 발생하여 급성 수두증 진단 하에 뇌실외배액술을 시행했습니다. 이후 뇌염 의심 증상 및 저산소성 뇌손상이 발생하여 치료를 지속했으나, 결국 지속성 식물인간 상태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에 원고 측은 수술 및 사후 관리에 의료 과실이 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환자 측은 피고 병원 의료진이 ① 난치성 뇌전증에 대한 수술적 치료의 적절성을 제대로 판단하지 않고 무리하게 수술을 시행한 진료방법 선택상 과실, ② 1차 및 2차 수술 과정에서 과다 출혈 등을 유발한 술기상 과실, ③ 수술 후 발생한 수두증, 뇌부종, 뇌염 등 합병증에 대한 진단 및 치료를 지체한 과실, ④ 수술의 선택성, 부작용 및 위험성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환자와 보호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설명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병원 의료진이 난치성 뇌전증 환자에게 수술적 치료를 권유하고 시행한 것이 의사로서 선택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이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1차 및 2차 수술 중 발생한 출혈량이 통상적인 대수술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범위 내였고, 수술 후 수두증, 뇌부종, 뇌염 등에 대한 진단 및 치료도 지체 없이 적절하게 이루어졌다고 판단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수술 전 환자의 부모에게 수술의 필요성, 과정, 예상되는 합병증과 위험성, 대체 치료방법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받았으므로 설명의무 위반도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따라서 피고 병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과실이나 설명의무 위반이 없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의료 과실 여부를 판단하는 주요 법리인 '의사의 주의의무 및 진료방법 선택의 재량', '의료행위 합병증과 과실 추정', '설명의무'가 적용되었습니다.
의사의 주의의무 및 진료방법 선택의 재량: 의사는 진료를 함에 있어 환자의 상황과 당시의 의료수준, 자신의 지식 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 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범위의 재량을 가집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가 약물치료에도 불구하고 뇌파 검사상 간질파가 지속되는 '난치성 간질'로 진단받았고, 우측 사지 운동기능을 보존하면서 이상 뇌파 발생 부위만 절제해야 하는 특수한 상황이었으므로, 피고 병원 의료진이 기능적 대뇌반구절제술을 권유하고 시행한 것은 의사의 재량 범위 내에 있는 합리적인 선택이었다고 보았습니다.
의료행위 합병증과 과실 추정: 의료행위로 인해 후유장해가 발생하더라도, 그 후유장해가 당시 의료 수준에서 최선의 조치를 다했음에도 해당 의료행위 과정의 합병증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거나 그 합병증으로 인해 2차적으로 발생될 수 있는 것이라면,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합병증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사정이 없는 한, 후유장해 발생 사실만으로 의료 과실이 있었다고 추정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3다27442 판결 등 참조). 법원은 1차 수술 중 발생한 600cc의 출혈량과 2차 수술 중 발생한 1,050cc의 출혈량이 신경외과적 대수술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범위였고, 급성 수두증, 뇌부종, 뇌염 및 저산소성 뇌손상 또한 기능적 대뇌반구절제술 후 발생 가능한 합병증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의료진이 증상 발생 시 즉각적으로 MRI/CT 검사 및 뇌실외배액술, 항생제/항바이러스제 투여, 뇌관류압 상승 치료 등을 시행하며 적절히 대처했으므로, 술기상 과실이나 진단 및 치료 지체 과실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설명의무: 의료진은 환자(또는 법정대리인)에게 질병의 증상, 진단 및 치료방법의 내용과 그 필요성,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부작용, 후유증 등) 및 대체 치료방법의 내용 등에 관하여 충분히 설명하여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법원은 피고 병원 의료진이 2014년 5월 12일 1차 및 2차 수술 전에 원고의 법정대리인인 부 B에게 뇌전증 수술의 필요성, 과정(뇌 속 전극 삽입 및 뇌파 검사, 병터 제거술 등), 예상되는 합병증(출혈, 감염, 뇌압 상승, 뇌출혈, 뇌부종, 편마비, 사망 가능성 등), 합병증 발생률(5~10%), 그리고 약물조절 등 대체 치료 방법 및 수술을 시행하지 않을 경우 발생 가능한 결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수술 동의를 받았으므로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난치성 뇌전증은 약물치료로 발작이 조절되지 않을 경우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으며, 특히 소아의 경우 뇌 손상 및 발달 장애 예방을 위해 조기 수술이 권장될 수 있습니다. 기능적 대뇌반구절제술과 같은 복잡한 뇌 수술은 뇌부종, 두개강내 출혈, 수두증, 감염, 신경학적 장애 등 여러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합병증의 발생은 수술 자체의 위험성으로, 반드시 의료 과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의사는 환자의 상황과 당시 의료수준을 고려하여 적절한 진료 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재량권을 가집니다. 진료의 결과가 좋지 않다고 해서 모든 경우에 의료 과실이 있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의료 행위 후 후유장해가 발생했더라도, 그것이 당시 의료 수준에서 최선을 다했음에도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의 범위 내에 있다면, 그 사실만으로 의료 과실이 있었다고 추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수술 전 의료진은 환자 또는 보호자에게 수술의 필요성, 수술 과정, 발생 가능한 합병증, 부작용, 그리고 다른 치료 방법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이는 환자의 자기결정권과 직결되므로, 수술 동의서의 내용과 설명 과정이 중요합니다. 수술 후에는 환자의 상태를 면밀히 관찰하고, 이상 징후 발생 시 신속하고 적절한 진단 및 치료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의료진이 이러한 조치를 지체 없이 취했다면, 합병증 발생 자체가 과실로 인정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