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오랜 역사를 가진 한 종중에서 종중 회장 선출 방식을 두고 소종중들 간에 갈등이 발생했습니다. 종중 규약에 따르면 회장 후보는 네 개의 소종중이 돌아가면서 추천하는 윤번제 방식인데, 특정 소종중의 차례에서 내부 문제와 종중 전체의 분쟁으로 인해 회장 후보 추천 및 선출이 지연되었습니다. 이에 임시 회장 직무대행자가 소집한 이사회에서 원래 윤번제 순서가 아닌 다른 소종중이 추천한 후보를 총회에 올리기로 결의하자, 해당 윤번제 순번 소종중을 포함한 종원들이 이 이사회 결의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습니다. 법원은 종중 규약상 회장 후보 추천 권한은 2년이 지났다고 해서 자동으로 상실되거나 다음 순번으로 넘어가지 않으며, 해당 소종중의 후보 추천 지위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직무대행자가 통상 업무가 아닌 중요한 이사회 결의를 법원의 허가 없이 진행한 것은 무효라고 보아, 이사회 결의의 효력을 본안 소송 확정 시까지 정지하라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I씨 종중은 시조 J의 22세손 K를 중시조로 하는 종중이며, L, M, N, O 4개의 소종중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종중 규약은 2012년부터 O 소종중 추천 후보를 회장으로 선출하고, 2013년부터는 장자순위(L, M, N, O)에 따라 각 소종중에서 추천한 후보를 윤번제로 선출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규약에 따라 2012년 O, 20132014년 L, 20152016년 M 소종중(P)에서 회장을 선출했습니다. 다음 순번은 N 소종중이었으나, N 소종중 내부의 결의 절차 하자 및 종중 내부 분쟁으로 인해 N 소종중 소속 채권자 A가 회장으로 선출되지 못했습니다. 이후 전임 회장 P 등의 임기가 2016년 12월 31일 만료되었음에도 계속 업무를 수행하자, 종원들이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여 2017년 7월 26일 P 등의 직무가 정지되고, 변호사가 직무대행자로 선임되었습니다. 여러 차례 직무대행자가 교체된 후 변호사 R가 직무대행을 맡게 되었고, 회장 선출 총회가 계속 지연되고 소종중 간 회장 선출 방법에 대한 의견 대립이 심화되자, R는 2021년 5월 3일 이사회를 개최하여 소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소위원회에서는 N 소종중 제시안과 L 소종중 제시안을 이사회에 상정하여 표결에 붙이기로 했고, R는 2021년 10월 28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이를 안건으로 상정했습니다. 이 이사회에서 참석 이사 11명 중 L 제시안이 7표, N 제시안이 2표, 무효 2표로 L 제시안이 채택되었고, 2021년 12월 13일 회장 후보 선출을 위한 임시총회를 개최하기로 의결했습니다. 채권자들은 이 이사회 결의가 종중 규약의 윤번제 원칙에 위반되며, 규약 개정 절차 없이 규약을 변경한 것과 같고, 직무대행자가 법원의 허가 없이 통상 업무가 아닌 결의를 한 것이어서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습니다.
종중 규약상 윤번제에 따른 회장 후보 추천권이 소종중의 사정으로 일정 기간 추천이 지연되었을 경우 자동으로 다음 순번으로 넘어가는지 여부와 종중 회장 직무대행자가 소집한 이사회 결의가 종중의 통상적인 사무에 해당하는지 여부 및 법원의 허가 없이 이루어진 결의의 효력
법원은 이사회 결의의 효력을 결의 무효확인 청구사건의 본안 판결 확정 시까지 정지한다고 결정했습니다. 소송 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채무자 보조참가인이, 나머지 부분은 채무자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종중의 회장 선출 과정에서 규약의 해석과 절차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특히 윤번제와 같은 특정 순서에 따른 권한 부여 방식의 경우, 단순히 시간이 경과했다고 해서 그 권한이 자동으로 소멸하거나 이전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또한 종중의 직무대행자가 통상적인 사무가 아닌 중요한 결의를 할 때에는 반드시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법리적 원칙을 재확인하여,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된 결정은 효력이 없음을 밝혔습니다. 이는 종중 내부의 분쟁 시에도 규약과 법률적 절차를 준수해야 함을 일깨우는 중요한 선례가 됩니다.
이 사건은 주로 종중 규약의 해석과 종중 직무대행자의 권한 범위, 그리고 이사회 결의의 효력과 관련된 법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종중의 규약은 그 종중 구성원의 권리 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규약의 내용은 명확하게 해석되어야 하며, 불분명할 경우 종중의 전통과 목적에 부합하게 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회장의 임기 개시 시점과 후임자 선출 지연 시 회장 후보 추천권한의 지속 여부를 규약의 문언과 현실적 상황을 고려하여 "신임 회장이 선출된 때로부터 진행한다"고 해석하고 "N 소종중은 윤번제에 따라 여전히 채무자 회장 후보를 추천할 지위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에 의해 선임된 직무대행자는 종중의 통상적인 사무에 속하는 행위만을 할 수 있습니다. 통상 사무는 종중의 존립과 운영에 필요한 일상적이고 경미한 업무를 의미합니다. 종중 회장 선출 방식을 실질적으로 변경하는 것과 같이 종중의 근본적인 조직이나 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결정은 통상 사무로 볼 수 없습니다.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0. 2. 11. 선고 99두2949 판결, 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다70395 판결 등)에서도 직무대행자는 법원의 허가 없이 종중의 조직을 변경하거나 본질에 해당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고 일관되게 판시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 이사회 결의는 윤번제 원칙을 벗어나 특정 소종중의 후보를 채택하는 내용이었으므로 통상 사무가 아니며, 직무대행자가 법원의 허가 없이 이를 진행한 것은 소집권한 없는 자에 의한 결의로서 효력이 없다고 판단되었습니다. 가처분은 본안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의 권리를 보전하기 위한 임시적인 조치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신청인에게 권리가 존재한다는 점(피보전권리)과 그 권리를 보전할 필요성(보전의 필요성)이 소명되어야 합니다. 법원은 이사회 결의가 규약에 반하고 절차상 하자가 있어 효력이 없으므로 채권자들에게 이사회 결의의 효력 정지를 구할 피보전권리가 인정되며, 분쟁의 경위와 이사회 결의가 종중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할 때 보전의 필요성도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종중 활동 시에는 종중 규약의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철저히 준수해야 합니다. 규약에 명시된 절차나 원칙에 어긋나는 결정은 추후 법적 분쟁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윤번제처럼 특정 순서에 따라 권한이 부여되는 경우, 단순히 기간이 경과했다고 해서 그 권한이 자동으로 소멸하거나 다음 순번으로 넘어간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해당 규약의 전체적인 취지와 종중의 현실적 상황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해석해야 합니다. 회장 등의 직무대행자가 선임된 경우, 직무대행자의 권한 범위는 법원의 결정에 따릅니다. 특히 종중의 중요 사무, 예를 들어 회장 선출 방식 변경이나 규약에 준하는 중대한 결정은 통상 사무가 아니므로, 직무대행자는 반드시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허가 없는 중대 결의는 무효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종중 내부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관련된 이사회 회의록, 총회 기록, 서신, 의견서 등 모든 증거 자료를 체계적으로 보관해야 합니다. 이는 추후 법적 절차 진행 시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종중 규약을 변경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면, 반드시 규약이 정한 적법한 절차(예: 총회 결의)를 거쳐야 합니다. 임시 이사회 등을 통해 규약과 실질적으로 다른 결정을 하는 것은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