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신축공사 현장 근로자 추락 사망 무죄 판결

서울 성동구의 한 초등학교 신축공사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60대 근로자가 추락하여 4개월 후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검찰은 공사를 시공한 C 주식회사의 사업주 A와 현장소장 B가 안전난간 대신 충분한 강도가 없는 3줄 로프만을 설치하는 등 업무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여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업무상과실치사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사고 발생 지점에 안전난간이 설치되어 있었다는 다수의 증언과 검찰이 제출한 증거들의 신빙성 부족 등을 이유로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유족들의 배상 신청을 각하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피고인 A: C 주식회사의 사업주(대표)로서 공사현장의 안전 관리 의무가 있는 사람입니다.
• 피고인 B: C 주식회사 소속 현장소장으로서 공사현장 근로자의 안전 및 보건 사항을 관리·감독할 의무가 있는 책임자입니다.
• 피고인 C 주식회사: 서울 송파구 G에서 건설업 등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법인으로, 사고가 발생한 신축공사를 시공한 회사입니다.
• 피해자 K: 64세의 근로자로, 신축공사 현장에서 작업 중 추락하여 사망에 이른 당사자입니다.
• 배상신청인 D, E, F: 사망한 피해자 K의 유족들로, 피고인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신청했습니다.

분쟁 상황

피고인들이 시공하는 서울 성동구 I초등학교의 'J교육센터' 신축공사 현장에서 근로자 K이 3층 또는 4층에서 자재정리 작업 중 추락하여 외상성 뇌손상 등으로 약 4개월 후 사망했습니다. 검찰은 공사현장에 추락 위험이 있는 곳에 충분한 강도를 가진 안전난간을 설치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3줄 로프만을 설치하는 등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고 보고, 시공사 사업주, 현장소장, 그리고 시공 법인을 업무상과실치사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여 재판이 진행되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피고인들이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 충분한 강도를 가진 안전난간 등 방호 조치를 제대로 설치하지 않아 근로자 사망이라는 결과가 발생했는지, 그리고 피고인들의 업무상 과실과 근로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피고인 A, B, C 주식회사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배상신청인들의 배상신청을 각하했습니다.

결론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들이 사고 발생 지점에 충분한 강도를 가지지 않은 3줄 로프만을 설치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당시 현장에서 함께 일했던 다른 근로자들이 사고 지점에 철제 또는 파이프로 된 안전난간이 설치되어 있었다고 일관되게 진술한 점, 검찰이 제출한 사고 현장 사진들이 사고 후 시간이 많이 지난 시점에 촬영되었거나 사고 지점이 아닌 다른 곳의 모습이라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피고인들에게 유죄를 인정할 만한 충분한 증거가 없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은 주로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에 따라 판단되었습니다.

1. 형사소송법 제325조 (무죄판결): 형사 재판에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유죄라고 확신하기 어려운 경우, 즉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는 법원은 반드시 무죄를 선고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인들이 충분한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검찰의 주장을 입증할 만한 명확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이 조항에 따라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2. 형법 제268조 (업무상과실치사): 업무상 필요한 주의를 게을리하여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자는 처벌을 받습니다. 이 혐의가 인정되려면 피고인에게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사망 결과 발생', 그리고 '주의의무 위반과 사망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가 모두 증명되어야 합니다. 법원은 피고인들이 안전난간을 설치하지 않은 과실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보아 이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3.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업주나 안전보건관리책임자는 근로자가 위험한 장소에서 작업할 경우 추락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난간 설치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를 위반하여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해당 법률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안전난간 미설치라는 사실 자체가 증명되지 않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도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참고 사항

공사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한 경우 다음과 같은 점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1. 초기 증거 보전의 중요성: 사고 직후 현장의 상태를 정확하게 기록하고 보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시간이 지난 후에 촬영된 사진이나 작성된 보고서는 사고 당시의 상황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어 증거 능력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2. 안전 시설물 설치 및 관리 기록: 공사 현장의 안전난간, 추락 방지망 등 안전 시설물의 설치 일자, 설치 위치, 형태, 강도 등을 상세히 기록하고 정기적으로 점검 및 유지보수 내역을 남겨두어야 합니다. 이는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데 핵심적인 증거가 됩니다.
3. 목격자 진술의 확보: 사고 현장을 목격한 사람들의 진술을 신속하게 확보하고, 그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적인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4. 형사 사건에서의 증명 책임: 형사 재판에서는 피고인에게 유죄를 인정하기 위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증명'이 검사에게 요구됩니다. 따라서 피고인의 과실과 사고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으면 무죄가 선고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