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금전문제
자산운용사 B는 독일 헤리티지 사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설정하고 투자중개업자 A에게 위탁판매를 제안했습니다. A는 B가 제공한 상품제안서를 바탕으로 이 펀드를 투자자들에게 판매했으나, 해당 사업이 부실하여 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 결정에 따라 A는 투자자들에게 총 124억 7천만 원의 투자원금을 반환하였고, 이에 A는 B에게 부당이득 반환 또는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부당이득 반환 청구는 기각했지만, B가 상품제안서에 부실 정보를 기재하여 계약을 위반했다고 보아 A에게 투자원금의 90%인 112억 2천 3백만 원을 손해배상하도록 판결했습니다.
피고 B 주식회사는 독일 헤리티지 사업에 브릿지론 형태로 투자하는 펀드를 설정하고, 원고 A 주식회사에 위탁판매를 제안하며 상품제안서를 제공했습니다. 이 제안서에는 헤리티지 사업 시행사의 사업 역량, 신용도, 재무건전성, 펀드의 수수료 구조, 투자금 회수를 위한 안전성 확보 장치 등에 대한 정보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원고 A 주식회사는 이 제안서를 신뢰하여 2017년 6월부터 7월까지 총 124억 7천만 원 상당의 펀드 수익증권을 판매했습니다. 그러나 헤리티지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여 펀드 만기 도래 시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조사를 통해 해당 상품 제안서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확인하고, 2022년 11월에 원고를 포함한 판매회사들에게 투자자들에게 투자금 전액을 반환하라는 분쟁조정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에 원고 A 주식회사는 2023년 2월 23일까지 투자자들에게 투자원금 상당액을 모두 반환한 뒤, 피고 B 주식회사에게 부실한 상품제안서 제공으로 인한 착오 취소(부당이득 반환) 또는 계약 위반 및 불법행위(손해배상), 혹은 공동불법행위(구상금)를 이유로 투자원금 상당액의 반환을 청구했습니다. 피고 B 주식회사와 피고보조참가인 C 주식회사는 원고의 착오가 아니었거나 원고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었고, 취소권 행사 제척기간이 도과했으며, 피고에게 현존하는 이익이 없으므로 반환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손해배상 책임이 없거나, 설령 인정되더라도 원고의 과실을 참작하여 책임이 제한되어야 한다고 맞섰습니다.
피고 자산운용사가 제공한 펀드 상품제안서의 부실 기재로 인해 위탁판매계약을 체결한 원고 판매회사의 착오가 인정되는지, 피고의 계약 위반 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는지, 그리고 그 책임의 범위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원고 A 주식회사의 주위적 청구(부당이득 반환 청구)와 나머지 예비적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하지만 제1예비적 청구(손해배상 청구) 중 일부를 인용하여, 피고 B 주식회사는 원고 A 주식회사에게 11,223,000,000원 및 이에 대한 2023년 2월 23일부터 2025년 9월 19일까지는 연 6%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자산운용사 B는 상품제안서에 부실한 정보를 기재함으로써 펀드 판매회사 A에게 발생한 손해에 대해 90%의 책임이 인정되어 약 112억 원을 배상하게 되었습니다. 법원은 A의 착오 취소를 인정했지만, 투자금이 지시된 대로 사용되었으므로 부당이득 반환은 기각하고, 대신 B의 계약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본 사건은 민법상의 착오로 인한 계약 취소 및 손해배상 책임과 자본시장법상의 자산운용사 및 판매회사의 투자자 보호 의무가 주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민법 제109조 (착오로 인한 의사표시): 법률행위의 내용에 중요 부분의 착오가 있을 때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습니다. 특히, 동기의 착오(행위를 하게 된 배경이나 이유에 대한 착오)는 당사자 사이에 그 동기를 의사표시의 내용으로 삼기로 합의했거나, 상대방에 의해 그 동기가 유발된 경우에 취소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피고 자산운용사가 제공한 상품제안서의 부실 기재로 인해 원고 판매회사가 사업의 위험성을 잘못 판단한 것은 '피고에 의해 유발된 중요 부분의 착오'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민법 제146조 (취소권의 소멸): 취소권은 추인(취소할 수 있는 행위를 유효하게 하는 것)할 수 있는 날로부터 3년 이내, 또는 법률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 이내에 행사해야 합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원고가 착오 사실을 완전히 알게 된 시점을 금융감독원의 조사 결과 및 분쟁조정 결정이 나온 시점으로 보아, 제척기간이 도과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원고는 피고의 상품제안서 부실 기재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계약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주로 인정했습니다.
구 간접투자자산 운용업법 제4조 제2항, 제56조 제1항 (자산운용사의 투자자 보호 의무): 자산운용사는 투자신탁 상품에 대한 정보를 1차적으로 생산하고 유통시키는 자로서, 운용자산에 관한 정보의 진위 및 투자신탁의 수익구조, 위험 요인 등을 합리적으로 조사하여 올바른 정보를 판매회사와 투자자에게 제공해야 할 의무를 가집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 자산운용사가 상품제안서의 기초 자료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부실한 정보를 제공한 것은 이러한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판매회사의 책임 범위: 판매회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산운용사로부터 받은 투자설명서 등의 내용을 투자자에게 설명하면 되고, 그 내용이 진실한지를 독립적으로 확인할 의무는 없습니다. 다만, 판매회사가 투자 상품의 설정을 실질적으로 주도한 경우에는 운용사와 동일한 투자자 보호 의무를 부담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 판매회사가 상품의 설정을 주도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피고가 제공한 원본 보고서 등 일부 자료를 통해 시행사의 신용 한도를 알 수 있었던 점이 책임 제한의 근거 중 하나로 고려되었습니다.
펀드와 같은 금융투자 상품에 투자하거나 판매할 때는 상품제안서나 투자설명서의 내용을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상품의 기초가 되는 사업의 시행사 역량, 신용 및 재무 상태, 전체 수수료 구조, 투자금 회수를 위한 안전장치 등에 대한 정보가 사실과 일치하는지 주의 깊게 검토해야 합니다. 자산운용사는 투자 상품에 대한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1차적 책임이 있으므로, 이 정보를 합리적으로 조사하고 진실하게 제공할 의무를 가집니다. 판매회사 역시 자산운용사로부터 제공받은 정보를 단순히 전달하는 것을 넘어, 상품의 중요 부분에 대한 최소한의 검증 노력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본 사례에서는 운용사의 책임이 더 크게 인정되었으나, 판매회사의 책임도 일부 인정되어 손해배상액이 90%로 제한되었습니다. 만약 금융투자 상품 판매 계약 시 분쟁이 발생한다면, 계약서 내에 정보 제공 주체의 책임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는 조항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사건의 계약서에는 운용사가 판매회사를 면책시킨다는 조항이 손해배상 책임 인정의 중요한 근거가 되었습니다. 또한, 금융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 결정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