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약금
원고 회사가 피고 회사의 전 대표이사가 서명했다고 주장하는 합의서를 근거로 미지급 물품 대금 및 초과 지급금의 반환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해당 합의서가 피고 회사의 적법한 대표권자에 의해 작성되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사건입니다.
원고 A 주식회사는 안면부 주름개선 등에 사용되는 'M 필러'를 생산 판매하는 회사입니다. 2019년 1월 31일 원고는 중국 회사인 G 유한공사와 'M 필러'에 대한 중국 독점등록 및 독점판매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계약에 따라 G 유한공사는 CFDA(중국의 국가식품약품감독관리총국) 등록 전에는 월 평균 1만 개 이상을 개당 65,000원에, 등록 후에는 월 평균 10만 개 이상을 개당 55,000원에 구매하기로 했습니다. G 유한공사는 이 계약 체결 후 2019년 5월 9일 피고 D 주식회사를 설립했고, G의 대표이사 H은 D의 대표이사도 겸했습니다. 이후 원고와 G 유한공사 사이에 판매 계약 관련 분쟁이 발생하자, 원고는 피고 D 주식회사와 거래를 계속하기 위해 피고의 대표이사 E을 통해 새로운 합의를 시도했습니다. 2019년 12월 16일 원고는 E으로부터 "J 주식회사 대표 및 G 대표 H은 아래 첨부 정산내용으로 24일까지 원고에게 (미지불금액 + 102,500위안) 입금을 약속합니다."라는 내용이 담긴 한국어 합의서를 전달받았습니다. 이 합의서에는 H의 서명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원고는 이 합의서에 근거하여 피고가 원고에게 초과 지급된 102,500위안을 반환하고, 이 사건 제품 공급 대금 미지급액 396,000,000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는 이 합의서가 H에 의해 적법하게 작성된 문서가 아니므로 효력이 없다고 다퉜습니다.
피고 회사의 전 대표이사 명의로 작성된 합의서의 효력 인정 여부, 즉 해당 합의서가 피고 회사의 적법한 의사표시에 따라 체결되었는지 여부가 쟁점이었습니다.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제출한 합의서가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 또는 적법하게 대리권을 부여받은 자에 의해 작성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합의서 서명에 대한 피고 측 대표의 불분명한 태도, 합의서 형식의 미비점(법인인감 부재, 주체 불분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의서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합의서에 근거한 원고의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은 계약의 유효성, 특히 법인의 대표 행위의 적법성과 관련된 민법상 법리가 적용됩니다. 법인 대표권의 행사 (민법 제59조, 제61조): 법인은 그 대표기관인 대표이사를 통해 대외적으로 법률행위를 합니다. 대표이사는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재판상 또는 재판 외의 모든 행위를 할 권한을 가집니다. 그러나 이 권한은 법인의 정관이나 이사회 결의 등에 의해 제한될 수 있으며, 대외적인 거래에서는 법인을 대표하는 행위임을 명확히 하고 법인인감 등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합의서에 피고 회사의 법인인감이 찍혀있지 않고, H이 G 대표이사의 자격인지 피고 대표이사의 자격인지도 불분명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대표권 행사의 적법성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계약의 성립 (민법 제105조): 계약은 당사자들의 의사표시의 합치, 즉 서로 동의하는 내용이 있어야 성립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합의서 내용에 대한 H의 의사가 명확하게 합치되지 않았다고 법원은 판단했습니다. 원고는 H의 모호한 답변을 긍정적인 서명으로 이해했지만,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대리행위의 효력 (민법 제114조): 대리인이 그 권한 내에서 본인을 위한 것임을 표시하고 한 의사표시는 직접 본인에게 효력이 발생합니다. 그러나 대리권이 없거나, 대리권의 범위 내에서 본인을 위하는 것임을 표시하지 않은 경우에는 본인에게 효력이 미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 측 대표자가 합의서에 직접 서명하지 않았다는 점, H의 서명이 피고 회사를 대표하는 것인지 불분명하다는 점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표현대리 (민법 제126조): 만약 대리권이 없는 자가 타인의 대리인으로 계약을 체결했더라도, 본인이 마치 대리권이 있는 것처럼 외관을 만들었거나 대리인이 대리권의 범위를 넘어서 행위한 경우, 거래 상대방이 그 외관을 믿은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합의서의 조잡한 형식과 H의 불명확한 태도 등으로 인해 상대방인 원고가 대리권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이러한 법리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법원은 이 사건 합의서가 피고 회사에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유효한 문서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계약 체결 시에는 법인의 대표권 확인과 문서의 정식 절차 준수가 매우 중요함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계약 주체 명확화: 상대방이 법인인 경우, 계약 또는 합의서 작성 시 반드시 법인의 정당한 대표자(대표이사 등)가 서명하고 법인인감을 날인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개인 자격의 서명만으로는 법인의 책임을 묻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대표권 확인: 대리인이 서명하는 경우, 그 대리인이 법인을 대표할 적법한 대리권을 가지고 있는지 위임장 등 명확한 서류를 통해 확인해야 합니다. 단순히 "누가 대신 서명할 수 없다"는 모호한 답변을 긍정적인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계약 형식의 중요성: 중요한 계약이나 합의서는 그 내용뿐만 아니라 형식적인 요건(법인인감, 간인 등)을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조잡하게 작성된 문서는 나중에 효력을 다툴 빌미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의사 확인의 철저함: 계약 내용이나 합의서의 효력에 대해 조금이라도 의문이 있다면, 직접 상대방 대표에게 명확하게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모호한 답변이나 간접적인 정황만으로 유효성을 판단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증빙 자료 확보: 계약의 내용이나 합의에 이르게 된 경위, 당사자의 의사 확인 과정 등을 문자메시지, 이메일, 회의록 등으로 기록하고 증빙 자료를 남겨두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