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형사사건 · 노동
피고인 A는 어머니로부터 음식점 D를 물려받아 운영하던 중 퇴직한 근로자 E에게 퇴직금 13,301,015원을 법정 기한 내에 지급하지 않아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으로 기소되었습니다. 하지만 A는 E의 채용 당시 어머니와 E 사이에 월급의 10%를 퇴직금 명목으로 미리 지급하고 퇴직 시 별도로 퇴직금을 청구하지 않기로 한 약정이 있었고, E이 작성한 각서와 계약서가 존재함을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정황을 종합하여 피고인에게 퇴직금 지급 의무의 존부에 대해 다툴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었다고 판단했으며, 이는 고의적인 법 위반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근로자 E은 2013년 8월 5일부터 2019년 3월 9일까지 음식점 D에서 근무하다 퇴직했습니다. E이 처음 채용될 당시 피고인의 모친과 월급 200만 원 중 10%인 20만 원을 퇴직금으로 미리 지급하고 퇴직 시 퇴직금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약정을 했으며, E은 이에 대한 각서와 계약서까지 작성하여 교부했습니다. 피고인은 2015년 3월 18일 사업자등록을 한 후 2016년 8월 3일 모친 사망 후 업소를 물려받아 E과의 고용계약을 승계하여 운영했습니다. E이 퇴직한 후 피고인은 위 약정을 근거로 퇴직금 13,301,015원을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았고, 이에 E은 2019년 3월 25일 고용노동부에 퇴직금 체불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이후 피고인은 근로감독관 조사 과정에서 퇴직금 중간정산의 무효를 알지 못했다고 진술하며 E이 작성한 각서를 제출했고, 2020년 3월 31일 E의 퇴직금채권 1/2에 해당하는 650만 원을 E의 아버지 계좌로 송금했습니다.
사용자가 근로자와 퇴직금을 월급에 포함하여 미리 지급하기로 약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대한 각서까지 작성해 주었을 경우, 해당 약정이 근로기준법상 무효임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약정을 근거로 퇴직금을 법정 기한 내에 지급하지 않은 행위에 대해 형사상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특히, 퇴직금 지급 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면 형사상 고의가 부정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 중요했습니다.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판결의 요지를 공시합니다.
법원은 피고인이 근로자 E에 대한 퇴직금 지급 의무의 존부에 관하여 다툴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피고인이 모친이 E과 체결한 근로계약을 승계하여 퇴직금 명목의 돈을 합산한 일정한 금액을 실질적으로 지급해왔고, E이 4년 동안 퇴직금 분할 약정의 효력을 문제 삼거나 퇴직 시 별도의 퇴직금 지급을 요구하지 않았던 점, 그리고 해당 업소가 근로자 1명만을 고용하는 소규모 영세업체라는 점 등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입니다. 따라서 피고인에게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죄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본 사건은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9조(퇴직금 지급) 및 제44조(벌칙) 위반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9조는 사용자가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 지급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44조는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명시합니다. 또한, 퇴직금 중간정산은 법이 정한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유효하며, 월급에 퇴직금을 분할하여 지급하는 약정은 강행법규 위반으로 원칙적으로 무효입니다. 그러나 법원은 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1539 판결 등을 인용하여, 퇴직금 지급 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다면 사용자에게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법리를 적용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모친으로부터 승계한 근로계약과 근로자가 작성한 각서 등으로 인해 퇴직금 지급 의무에 대한 오해가 있었던 점, 근로자가 오랫동안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점 등이 '다툴 만한 근거'로 인정되어 형사상 고의가 부정되었고, 이에 따라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거하여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퇴직금을 월급에 포함하여 미리 지급하거나, 퇴직금을 포기하는 약정은 원칙적으로 무효입니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상 퇴직금 중간정산은 주택 구입이나 전세금 마련 등 특별한 사유에 한해서만 허용되며, 이 경우에도 근로자의 명시적인 요구와 사용자의 승낙이 있어야 유효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법정 사유 없이 이루어진 퇴직금 사전 정산이나 포기 약정은 민사상 효력이 없어, 퇴직 시 근로자는 정당한 퇴직금 전액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판례처럼 사용자가 이러한 약정이 유효하다고 '오인'했고, 근로자가 오랫동안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으며, 사업 규모가 영세한 경우 등 특정 상황에서는 형사상 '고의'가 없다고 판단되어 무죄가 선고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하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법정 퇴직금 전액을 지급할 의무를 성실히 이행해야 합니다. 이러한 약정의 유효성을 스스로 판단하기보다는, 퇴직금 관련 법규를 정확히 숙지하고 법정 기준에 따라 퇴직금을 산정하고 지급하는 것이 분쟁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