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 수표 발행과 공사 대금 미지급 사기 사건

피고인 A는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D 주식회사) 명의로 발행한 다수의 당좌수표가 자금 부족으로 인해 지급 거절되게 하고, 동시에 회사의 어려운 재정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하수 개발 공사 계약을 맺어 공사대금 500만원 상당의 이익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피고인은 수표 발행 시 고의가 없었거나 회사 직원의 지시로 계약이 이루어졌다는 등의 주장을 펼쳤으나, 법원은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피고인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피고인 A: D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로, 여러 은행과 수표 거래 계약을 맺고 수표를 발행했으며, 지하수 개발 공사 계약을 체결한 인물입니다.
• D 주식회사: 피고인 A가 운영했던 회사로, 이 회사의 명의로 부도 수표가 발행되었고, 사기 피해가 발생한 공사 계약의 당사자입니다.
• 피해자 H: D 주식회사와 지하수 개발 공사 계약을 맺고 공사를 완료했으나, 공사 대금을 받지 못한 피해자입니다.
• I: 피고인 A로부터 수표를 받아 할인하거나 대여받았다고 진술했으나, 진술의 일관성이 부족하여 법원에서 그 주장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인물입니다.
• 수표소지인 J, K, L, M, N, O, P 등: 피고인 A가 발행한 수표를 소지하고 있다가 지급 거절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입니다.

분쟁 상황

피고인 A는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던 D 주식회사의 재정 상황이 어려워지자 다음과 같은 일들을 벌여 재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 부정수표 발행:
  • 2001년 10월 18일부터 2002년 2월 18일 사이에 피고인 명의의 당좌수표 총 18장 (액면금 합계 3,500만 원)을 발행했으나, 수표소지인들이 지급제시 기간 내에 제시했음에도 거래정지처분으로 인해 지급이 거절되었습니다.
  • 2001년 2월 21일부터 2001년 11월 29일 사이에 피고인 명의의 당좌수표 총 8장 (액면금 합계 2,500만 원)을 발행했으나, 마찬가지로 수표소지인들이 지급제시 기간 내에 제시했음에도 거래정지로 인해 지급이 거절되었습니다.
• 사기:
  • 2001년 10월 26일경, D 주식회사 사무실에서 회사 직원을 통해 피해자 H에게 "지하수 개발공사를 같은 해 11월 5일까지 해주면 대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하며 계약서를 작성했습니다.
  • 그러나 당시 D 주식회사는 연 1억 원 정도의 적자를 내고 있었고, 피고인은 제2공장 신축을 추진하면서 당좌수표 대금조차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 피고인은 피해자 H에게 공사 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속여 제2공장 신축 부지 지하수 개발공사를 완료하게 하여 공사대금 500만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피고인이 수표 발행 당시 수표금 지급이 어려울 것을 알았거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는지, 즉 부정수표단속법 위반에 대한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2. 피고인이 지하수 개발 공사 계약 당시 공사 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을 알면서도 피해자를 속여 공사를 진행하게 한 것인지, 즉 사기죄에 대한 편취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피고인 A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피고인이 발행한 수표들이 거래정지처분으로 인해 지급되지 아니하게 된 사실과, 회사의 재정 상태가 좋지 않았음에도 지하수 개발 공사 계약을 체결하여 공사 대금을 편취한 사실을 모두 인정했습니다. 피고인의 '고의가 없었다'는 주장은, 수표를 자금융통 수단으로 사용하거나 회사의 재정 악화를 예상하지 못했다는 내부적 사정에 불과하고, 사기죄에 있어서도 대표이사로서 공사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었으며 공사대금 지급 능력이나 의사가 없었음을 간접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정황(대출금 횡령 및 도피)을 들어 모두 배척되었습니다. 결국 법원은 피고인의 행위가 부정수표단속법 위반 및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령과 그에 대한 해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부정수표단속법 제1조 (목적)​: 이 법은 수표의 기능을 보장하여 유통성을 확보하고 경제 거래의 건전성을 유지함을 목적으로 합니다. 수표가 지급 수단으로서의 신뢰를 잃지 않도록, 발행인은 수표 발행 시점에 언제든지 수표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자금을 준비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2. 부정수표단속법 제2조 제2항, 제1항 (처벌 규정)​: 예금 부족 등으로 수표가 제시일에 지급되지 아니하게 될 것을 알면서도 수표를 발행한 경우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알면서'라는 것은 단순히 지급되지 않을 것이라는 결과를 확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을 넘어, 그러한 결과가 발생할 수도 있음을 예상하는 '미필적 고의'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피고인은 수표를 I에게 '대여'했거나, 회사의 재정 상태가 '갑자기 나빠졌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러한 사유를 수표 발행인의 고의를 부정하는 '정당한 믿음'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수표를 자금융통 수단으로 사용한 것은 수표의 지급수단으로서의 기능을 훼손하는 행위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3. 형법 제347조 제1항 (사기)​: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을 편취하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D 주식회사의 재정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 공사 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H에게 지하수 개발 공사를 맡겨 500만 원 상당의 이익을 취득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이 대출금을 횡령하고 도피한 정황 등을 근거로 공사 계약 당시부터 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판단하여 사기죄를 인정했습니다.
4. 형법 제37조 (경합범)​: 한 사람이 여러 개의 죄를 저지른 경우, 그 죄들을 한꺼번에 처벌하는 원칙입니다. 피고인은 부정수표단속법 위반죄와 사기죄를 동시에 저질렀으므로, 이 조항에 따라 하나의 형으로 가중하여 처벌받게 됩니다.
5. 대법원 판례의 법리 (고의 판단 기준)​: 법원은 부정수표 발행의 고의를 판단할 때, 발행인이 예금 부족 등으로 지급되지 않을 것을 예견하고 수표를 발행했는지 여부를 중요하게 봅니다. 단지 지급제시를 하지 않는다는 특약이나 발행 경위 등의 '대내적 사유'만으로는 죄책을 면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발행인이 결과를 예견하지 않았거나 수표가 지급제시되지 않으리라고 믿었던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죄책을 인정하지 않을 수 있지만,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의 주장이 그러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참고할 수 있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수표 발행 시 주의: 수표는 유통 증권으로서 그 기능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며, 수표를 발행할 때는 발행 후 언제든지 수표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자금을 융통하기 위한 수단으로 수표를 사용하거나, 다른 사람이 수표금을 지급할 것이라고 막연히 믿고 발행했다가 부도가 나면 법적 책임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2. 재정 상황 고려: 회사를 운영하면서 재정 상태가 악화되고 있다면, 대금 지급이 필요한 계약을 새로 체결할 때 신중해야 합니다. 대금 지급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계약을 체결하여 상대방에게 재산상 손해를 입힌다면 사기죄가 성립될 수 있습니다.
3. 고의의 범위: 부정수표단속법 위반의 고의는 수표 발행인이 예금 부족 등으로 인해 수표가 지급되지 아니할 것이라는 결과를 예상하고 발행할 때 성립하며, 이러한 예견은 미필적인 경우에도 인정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인해 지급 정지가 되었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4. 대표이사의 책임: 회사의 대표이사는 회사의 중요한 사업 진행 상황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직원이 계약을 체결했더라도, 그것이 대표이사가 주도하는 사업과 관련된 것이라면 대표이사도 그 사실을 알고 있거나 알 수 있었던 것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특히 대표이사가 자금을 횡령하거나 해외로 도피하는 등의 행위를 한 경우, 이는 계약 당시부터 지급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정황 증거가 됩니다.
5. 증거 자료 확보: 만약 피해를 입었다면, 계약서, 수표 사본, 입출금 거래 내역, 관련 대화 기록 등 모든 증거 자료를 철저히 확보해야 합니다. 이는 법적 주장을 뒷받침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