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약금
산업용 저장 용기 제조업체인 원고가 산업기계 제조업체인 피고의 발주를 받아 사일로 제작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나 납기일을 지키지 못하여 납기 연장과 추가 제작비 1억 원의 지급을 요청했습니다. 피고는 새로운 납기일을 준수하고 추가 비용 증빙 자료를 제출하는 것을 조건으로 1억 원 증액을 제안하는 이른바 ‘추가 약정’을 했지만 원고는 납기를 지키지 못하고 증빙 자료도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원고는 추가 약정에 따른 대금 1억 1천만 원(부가가치세 포함)을 피고에게 청구했고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인 A사는 피고인 B사로부터 4억 7,500만 원(부가가치세 별도)에 사일로 4세트 제작 공급 계약을 2016년 10월 26일 체결했으며 납기일은 2017년 1월 25일이었습니다. 원고는 납기일 직전 납기일 재협의를 요청했고 이후 자재비 미지급 및 출고 저지 등의 문제를 들어 납기 연장과 함께 1억 원 정도를 계약금액으로 증액해 줄 것을 피고에게 요구했습니다. 이에 원고와 피고는 2017년 2월 14일 만나 논의했고 2017년 2월 20일 피고는 새로운 납기일을 2017년 2월 22일과 2017년 2월 23일로 연기하고 원고가 이를 준수할 경우 당초 계약대금에서 1억 원을 증액하며 투입된 모든 금액을 정리하여 증빙자료와 함께 제출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습니다. 원고는 이후 사일로를 인도했지만 추가 약정에 따른 대금 1억 1천만 원(부가가치세 포함)이 지급되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가 원고에게 1억 원을 추가 지급하기로 한 약정이 무조건적인 것인지 아니면 특정 조건을 충족해야만 효력이 발생하는 정지조건부 약정인지 여부와 원고가 해당 조건을 충족했음을 입증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결정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 추가 약정이 원고가 새로운 납기일을 준수하고 추가 제작 비용에 대한 증빙 자료를 제출하는 것을 ‘정지조건’으로 하여 피고에게 채무를 발생시키는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또한 정지조건부 법률행위에서 조건이 성취되었음을 입증할 책임은 해당 권리를 취득하고자 하는 원고에게 있다고 보았으며 원고가 이 조건 성취를 입증할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으므로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은 민법상의 ‘정지조건부 법률행위’와 관련된 ‘입증책임’의 원칙이 적용되었습니다.
정지조건부 법률행위: 법률행위의 효력이 장래에 불확실한 사실 즉 조건의 성취 여부에 따라 발생하도록 정해진 행위입니다. 즉 조건이 성취되기 전에는 법률행위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다가 조건이 성취되면 그때부터 효력이 발생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가 추가 금액을 지급하겠다는 약정이 원고가 새로운 납기일을 지키고 추가 비용 증빙을 제출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입증책임: 어떤 사실이 존재함을 주장하는 당사자가 그 사실의 존재를 증명해야 할 의무를 말합니다. 정지조건부 법률행위의 경우 조건이 성취되었다는 사실은 해당 조건의 성취로 인해 권리를 얻으려는 당사자 즉 이 사건에서는 추가 대금을 받고자 했던 원고에게 입증할 책임이 있습니다(대법원 1983. 4. 12. 선고 81다카692 판결 참조).
조건부 계약을 체결할 때는 조건의 내용과 조건이 성취되었을 때의 효력을 명확하게 문서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정지조건’처럼 특정 조건이 충족되어야만 계약의 효력이 발생하는 경우 계약 당사자 중 해당 조건의 성취로 권리를 얻으려는 측은 그 조건이 성취되었음을 입증할 책임이 있습니다. 따라서 납기 준수, 증빙 자료 제출 등과 같은 조건이 있다면 이를 철저히 이행하고 관련된 증거(날짜 기록, 서류, 이메일 등)를 확실히 보관해야 합니다. 구두 약정보다는 모든 합의 내용 특히 변경된 계약 조건이나 추가 비용에 대한 합의는 반드시 서면으로 남겨두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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