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설립된 특별조사위원회에서 조사관으로 근무했던 원고들이, 피고 대한민국 소속 일부 고위공직자들이 위원회 활동을 방해하여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며 위자료를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고위공직자들의 일부 행위가 직권남용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행위와 원고들이 주장하는 정신적 손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세월호 선체조사 및 미수습자 수습 등에 관한 특별법'(이하 'AE법')에 따라 특별조사위원회가 구성되었고, 원고들은 이 위원회에서 조사관으로 임용되었습니다. 그런데 피고 대한민국 소속 일부 고위공직자들(해수부 장관, 청와대 비서관 등)이 위원회 설립 준비 및 활동 전반에 걸쳐 ▲파견 공무원 일괄 복귀, ▲위원회 직제·예산 대폭 축소, ▲위원회 활동기간 관련 법령질의 철회, ▲위원회 비판 문건 작성 지시, ▲위원회 동향 파악 및 보고 지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위원회 활동을 방해했습니다. 이들 고위공직자들은 이러한 행위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기소되어 유죄 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이에 원고들은 이 고위공직자들의 행위가 자신들의 위원회 활동을 방해하여 정신적 고통을 주었다며, 대한민국을 상대로 각 2,000만 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피고 대한민국 소속 고위공직자들의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 방해 행위가 위법한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이로 인해 위원회 조사관이었던 원고들이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특히 형사사건에서 유죄가 인정된 행위가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발생시키는지, 그리고 그 행위와 원고들의 정신적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가 핵심적으로 다루어졌습니다.
제1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원고 X의 부대항소 및 나머지 원고들의 항소도 모두 기각했습니다. 소송 총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즉, 원고들의 청구는 최종적으로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려면 위법한 행위와 손해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며, 가해행위의 존재, 위법성, 손해 발생, 인과관계 모두 원고가 증명해야 한다는 법리를 들었습니다.
개별 행위와 관련하여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파견 공무원 일괄 복귀 행위: 이 행위는 위원회 설립 준비 단계에서 이루어졌고, 이로 인해 위원회 설립 후 조사관이 된 원고들에게 직접적인 정신적 손해를 입혔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형사사건에서도 고의 입증이 부족하다는 판단이 있었습니다.
위원회 직제·예산 축소 행위: 해수부의 직무권한에 속하는 행위이며, 관련 공직자들의 행위가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위법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단순히 직제·예산이 축소된 것만으로 원고들에게 정신적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습니다.
위원회 활동기간 관련 법령질의 철회 행위: 법령해석 요청 및 철회는 중앙행정기관장의 자율적 판단 영역으로 보이며, 관련 공직자의 행위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공무원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러한 행위만으로 원고들의 위원회 활동이 구체적으로 방해되거나 정신적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기는 부족하다고 봤습니다.
각 문건 작성 행위 (현안 대응방안, 특별조사위원회 비판): 이 또한 관련 공직자들에게 고유한 권한과 역할이 부여되었다고 볼 사정이 없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해수부의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위법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행위만으로 원고들에게 정신적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습니다.
추진경위 및 대응방안 문건 작성 행위와 위원회 동향파악 및 보고 행위 (형사 유죄 인정 부분): '추진경위 및 대응방안 문건 작성'은 원고들이 조사관으로 근무를 시작하기 전의 행위였고, 이로 인해 위원회 설립이 지연되거나 원고들이 활동을 개시하는 데 지장을 받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위원회 동향파악 및 보고' 행위로 인해 원고들이 내부 감시를 우려하여 자료 보안을 강화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이는 위원회 조사관으로서 관련 자료 보안에 유의할 통상적인 의무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이로 인해 원고들의 활동이 실제로 방해되거나 정신적 손해가 발생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고위공직자들의 불법행위로 인해 원고들이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리와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민법 제750조): 타인에게 고의 또는 과실로 위법하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불법행위가 성립하려면 '위법한 행위'와 '피해자가 입은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상당인과관계는 일반적인 결과 발생의 개연성, 주의의무를 부과하는 법령 및 행동규범의 목적과 보호법익, 가해행위의 태양, 피침해이익의 성질 및 피해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
입증책임의 원칙: 불법행위에서 고의·과실에 기한 가해행위의 존재 및 그로 인한 손해 발생에 대한 입증책임은 손해배상을 주장하는 원고에게 있습니다. 따라서 원고들은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가해행위, 위법성, 손해 발생, 가해행위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모두 증명해야 하며, 손해액의 범위 또한 원칙적으로 피해자인 원고들이 입증해야 합니다 (대법원 2022. 9. 16. 선고 2017다247589 판결, 대법원 2002. 2. 26. 선고 2001다73879 판결, 대법원 1994. 3. 11. 선고 93다57100 판결 등 참조).
공무원의 직무권한과 직권남용: 공무원의 행위가 직권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해당 공무원에게 부여된 직무권한의 범위, 행위의 목적과 경위, 법령상 의무 유무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특히,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실무 담당자에게 그 직무집행을 보조하는 사실행위를 하도록 한 것이 곧바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보았습니다.
공무원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시에는 다음 사항을 고려해야 합니다.
인과관계의 명확한 입증: 불법행위와 손해 발생 사이에 직접적이고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음을 구체적으로 증명해야 합니다. 단순히 가해 행위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정신적 손해의 구체적 증명: 위자료 청구의 경우, 해당 행위로 인해 발생한 정신적 고통이나 피해가 객관적으로 입증될 수 있도록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추상적인 고통 주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행위 시점과 피해 시점의 연관성: 가해 행위가 피해자가 특정 직위에 있었던 시점 또는 그 직무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시점에 발생했는지 여부가 중요하게 고려될 수 있습니다. 피해자가 해당 직위에 임명되기 전의 행위는 직접적인 손해로 인정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형사 유죄와 민사 책임의 차이: 형사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된 행위라 할지라도,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려면 민사법상 불법행위 요건(고의 또는 과실, 위법성, 손해, 인과관계)이 별도로 충족되고 입증되어야 합니다.
공무원의 직무권한 범위: 공무원의 직무 수행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행위가 직권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관련 법령과 행위의 목적, 태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되므로, 모든 직무 관련 부적절한 행위가 곧바로 불법행위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