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권
이 사건은 원고가 피고에게 전환사채를 명의신탁했다고 주장하며, 피고가 이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여 얻은 매도 수익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라고 청구한 사건입니다. 제1심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인용했으나, 항소심 법원은 원고가 피고에게 전환사채를 명의신탁했다고 인정하기에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아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법원은 해당 전환사채가 원고와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했던 H 측에 대한 수수료 명목으로 지급된 것으로 보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고 판단했습니다.
원고와 C은 2020년 4월경 D 주식회사의 인수·합병을 추진하며 E 주식회사와 수수료 계약을 체결하고, G, H와도 수수료 지급에 대한 합의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D는 I 주식의 인수를 추진하며 막대한 자금을 조달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2020년 7월경 원고와 C의 D 지분이 감소하고 주가가 폭락하면서 D의 최대주주 J 등과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습니다. 분쟁 해결을 위해 원고, C은 2020년 9월 18일 J과 합의하여 D 이사직에서 사임하고 I 바이오 사업 관련 권한을 이관하기로 했습니다. 이 합의의 대가로 J은 C에게 현금 10억 원을 지급하고, H의 처제인 피고(B)에게 10억 원 상당의 D 주식회사 제5회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이 사건 전환사채)를 양도했습니다. 피고는 이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여 총 192,566주를 취득했고, 이후 2020년 11월부터 2021년 1월까지 이 주식을 매도하여 총 2,444,790,610원의 이익을 얻었습니다. 원고는 피고가 이 사건 전환사채를 자신에게 명의신탁받아 처분한 것이므로, 그 수익금 중 약 19억 4천 8백만 원(1,948,075,23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원고가 D 주식회사의 경영권 분쟁 합의의 대가로 받은 전환사채를 피고에게 명의신탁했는지 여부입니다. 만약 명의신탁이 인정된다면, 피고가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여 처분한 수익은 원고에게 부당이득으로 반환되어야 합니다.
항소심 법원은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소송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전환사채를 명의신탁하였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오히려 이 전환사채는 원고와 C이 G, H에게 지급해야 할 수수료 명목으로 H의 처제인 피고에게 양도된 것으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고 보았습니다. 구체적으로, J이 원고의 요청에 따라 피고에게 전환사채를 양도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J이 원고, C과 G, H 사이의 수수료 지급 합의 등 내부 사정을 알지 못했다는 점, 원고가 G, H에게 수수료 지급 의무를 여전히 부담하고 있었다는 점, 원고가 일면식도 없는 피고에게 거액의 전환사채를 명의신탁하면서 명의신탁 약정서 등 아무런 보완 조치도 취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원고의 명의신탁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원고의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는 이유 없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이 사건은 민법상 명의신탁과 부당이득 반환 청구와 관련된 법리가 적용됩니다. 명의신탁이란 실질적인 재산의 소유자가 자신의 명의가 아닌 타인의 명의로 등기하거나 등록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 법원은 원칙적으로 부동산실명법에 따라 부동산 명의신탁을 금지하고 있으나, 주식과 같은 동산 또는 특정 채권의 명의신탁은 그 목적이나 상황에 따라 유효성을 판단합니다. 명의신탁이 유효하게 인정되는 경우,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 재산을 임의로 처분하면 명의신탁자에 대해 횡령죄 또는 민법상 부당이득 반환 의무를 지게 됩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피고에게 전환사채를 명의신탁했다고 주장하며 주식 매도 수익금 상당을 부당이득으로 돌려달라고 청구했습니다. 부당이득이란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이나 노무로 인해 이득을 얻고 이로 인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그 이득을 반환해야 하는 의무를 말합니다(민법 제741조). 그러나 법원은 원고가 명의신탁을 주장하는 데 필요한 명확한 증거(명의신탁 약정 등)가 부족하다고 보아 명의신탁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해당 전환사채는 원고와 C이 G, H에게 지급해야 할 수수료의 형태로 H의 처제인 피고에게 양도된 것으로 판단하여 원고의 부당이득 주장을 기각했습니다. 이는 명의신탁 관계의 성립을 위해서는 당사자 간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인 합의가 필수적이며, 단순히 재산이 타인 명의로 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명의신탁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법원의 입장을 보여줍니다.
만약 타인의 명의를 빌려 재산을 관리하거나 소유하려 할 경우, 반드시 명의신탁 계약서와 같은 명확한 합의 문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또한, 명의신탁의 목적과 경위, 명의대여자와 명의수탁자 간의 관계, 재산의 관리 및 수익금 처리 방식 등에 대해 객관적인 증거를 남겨야 합니다. 특히 거액의 재산을 명의신탁할 때는 명의수탁자와의 관계를 고려하여 신중하게 접근하고, 만약 명의수탁자가 재산을 임의로 처분할 경우 명의신탁 관계를 증명하기 매우 어려울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합니다. 이 사례처럼 명확한 증거 없이 단순히 제3자의 사실확인서나 정황만으로는 명의신탁 사실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복잡한 거래나 이해관계가 얽힌 상황에서는 모든 합의 내용을 서면으로 명확히 하고, 자금 흐름이나 재산의 실질적 귀속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철저히 보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