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공사 불법 하도급 과징금 취소 판결

원고 A 주식회사가 아파트 건물 외부 균열보수 및 재도장, 옥상방수공사를 도급받아 진행하던 중, 일부 공사를 발주자의 서면 승낙 없이 동일한 업종의 주식회사 B에 하도급하였다는 이유로 피고 서울특별시 송파구청장으로부터 총 13,295,000원의 과징금 부과 처분을 받았습니다. 원고는 이 처분의 취소를 청구하였고, 법원은 D 공사 부분은 하도급 계약 체결일로부터 5년의 제척기간이 도과하여 위법하고, E 공사 부분은 발주자로부터 공사품질 향상을 위한 서면 승낙을 받았으므로 하도급 제한의 예외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아 총 과징금 부과 처분 중 4,395,000원 부분을 취소하고, D 공사 부분은 이미 제척기간 도과로 취소 결정된 셈이 되어 원고의 청구를 인용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주식회사: 도장공사업, 미장·방수·조적공사업을 전문공사 업종으로 등록한 건설업자로, 아파트 외부 균열보수 및 재도장, 방수공사를 도급받아 일부를 B에 하도급한 당사자입니다.
• 피고 서울특별시 송파구청장: 원고 A 주식회사에 건설산업기본법 위반으로 과징금을 부과한 행정청입니다.
• 주식회사 B: 미장·방수공사업, 도장공사업을 전문공사 업종으로 등록한 건설업자로, 원고로부터 D 및 E 아파트 공사의 일부를 하도급받은 회사입니다.
• D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D 공사의 발주자입니다.
• E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E 공사의 발주자입니다.

분쟁 상황

1. 원고 A 주식회사는 2015년 4월 30일 D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로부터 '건물 외부 균열보수 및 재도장, 옥상방수공사'를 236,500,000원에 도급받았고, 다음 날인 2015년 5월 1일 주식회사 B와 D 공사 중 외부 균열보수 및 재도장공사를 148,500,000원에 하도급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2. 또한 원고는 2016년 2월 1일 E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로부터 '아파트 크랙보수 및 재도장, 방수공사'를 448,250,000원에 도급받았으며, 2016년 2월 26일 B와 E 공사 중 균열보수 및 보수면 도장공사를 55,000,000원에 하도급 계약을 맺었습니다.
3. 2019년 9월 30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원고가 2015년부터 2016년까지 동일 업종의 B에 다수 공사를 하도급했다는 공익신고가 접수되었음을 이유로 피고에게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여부 검토를 요청했습니다.
4. 피고는 2019년 10월 1일 원고에게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했고, 원고는 69건의 자료를 제출했습니다.
5. 피고는 2020년 6월 29일 원고에게 발주자 승낙 없이 동일 업종에 하도급했다는 사유로 과징금 13,295,000원(D 공사 8,900,000원 + E 공사 4,395,000원)을 부과했습니다.
6. 이에 원고는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1. 원고가 도급받은 공사 중 일부를 동일한 업종에 해당하는 건설업자(B)에게 발주자의 승낙 없이 하도급한 것이 구 건설산업기본법 제29조 제2항 본문을 위반한 것인지 여부입니다.
2. E 공사 부분 하도급에 대해 발주자의 서면 승낙이 있었으므로, 구 건설산업기본법 제29조 제2항 단서의 하도급 제한 예외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3. D 공사 부분에 대한 과징금 부과처분이 위반행위 종료일로부터 5년의 제척기간을 도과하여 위법한지 여부입니다. 특히 '위반행위 종료일'을 언제로 볼 것인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1. 제1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합니다.
2. 피고가 2020년 6월 29일 원고에게 한 과징금 13,295,000원의 부과처분 중 4,395,000원(E 공사 부분)을 취소합니다.
3. 피고의 항소를 기각합니다.
4.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합니다.

결과적으로, 원고에게 부과된 총 13,295,000원의 과징금 중 E 공사 부분 4,395,000원이 취소되었고, D 공사 부분 8,900,000원은 제척기간 도과로 이미 취소된 것이므로, 과징금 전액이 취소되는 결과가 되었습니다.

결론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과징금 부과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첫째, E 공사 하도급의 경우, E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이 입주자대표회장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하도급 승인확인서(갑 제7호증)를 작성해 준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관리사무소장이 공동주택의 운영·관리·유지·보수·개량 등의 업무를 집행할 권한이 있고, 공사품질 향상(특허공법 사용)을 위한 하도급이므로 구 건설산업기본법 제29조 제2항 단서의 발주자 서면 승낙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비록 발주자 명의의 직인이 아니더라도 실질적인 권한 위임과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했습니다.

둘째, D 공사 하도급에 대한 과징금 부과처분은 제척기간을 도과하여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구 건설산업기본법 제84조의2 제2호에 따른 '위반행위 종료일'은 하도급계약을 체결한 날로 보아야 한다고 보았는데, 이는 법률 문언과 체계에 부합하며, 건설업자의 법적 지위 안정과 처분청의 과도한 부담 방지를 위한 제척기간 도입 취지에 맞다는 것입니다. D 공사의 하도급 계약은 2015년 5월 1일 체결되었고, 과징금 부과처분은 2020년 6월 29일에 이루어져 5년의 제척기간이 경과했으므로 위법하다고 판시했습니다.

다만, 원고가 D 공사 및 E 공사 중 균열보수 및 도장공사를 B에 하도급한 것이 '동일한 업종의 건설업자에게 하도급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여졌습니다. 법원은 건설산업기본법령상 전문공사 공종은 실질적인 공사의 성격을 고려하여 건설업종 분류에 따라 판단해야 하며, 원고와 B 모두 미장·방수공사 및 도장공사를 등록한 업자이므로 동일 업종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원고가 하도급한 공사가 도급받은 주된 공사의 부대공사에 불과하다는 원고의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구 건설산업기본법 (2018. 12. 18. 법률 제159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9조 제2항 본문 (하도급 제한)​:

   • '수급인은 그가 도급받은 건설공사의 일부를 동일한 업종에 해당하는 건설업자에게 하도급할 수 없다'고 규정합니다.
   • 적용: 이 사건에서 원고와 주식회사 B 모두 미장·방수공사 및 도장공사를 전문공사 업종으로 등록한 건설업자였습니다. 법원은 건물 외부 균열보수공사, 옥상방수공사, 도장공사 등이 모두 구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별표 1]에서 정한 미장공사, 방수공사, 도장공사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원고가 이 공사들을 B에 하도급한 것은 동일 업종에 해당하는 건설업자에게 하도급한 것으로, 이 조항을 위반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주된 공사와 부대 공사를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등록된 업종이 같은지 여부입니다.

2. 구 건설산업기본법 제29조 제2항 단서 (하도급 제한의 예외)​:

   • '다만, 발주자가 공사품질이나 시공상 능률을 높이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여 서면으로 승낙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합니다.
   • 적용: E 공사 하도급의 경우, E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이 입주자대표회장으로부터 위임을 받아 하도급 승인확인서를 작성해 주었습니다. 이 승인확인서에는 '외벽의 심각한 균열로 인해 공사품질 향상을 위해 특허공법으로 시공'한다는 하도급 사유가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법원은 공동주택관리법 제64조 제2항 제1호에 따라 관리사무소장이 입주자대표회의의 의결 업무를 집행할 수 있고, 입주자대표회장의 위임 사실이 인정되며, 공사품질 향상이라는 목적도 타당하다고 보아, 이 서면 승낙이 위 하도급 제한의 예외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3. 구 건설산업기본법 제84조의2 제2호 (과징금 제척기간)​:

   • '국토교통부장관은 제82조(영업정지 등의 처분) 위반의 경우 위반행위 종료일부터 5년이 지난 경우에는 과징금의 부과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합니다.
   • 적용: 이 조항에 따라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제척기간의 기산점인 '위반행위 종료일'을 언제로 볼 것인지가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하도급'의 정의(제2조 제12호: 도급받은 건설공사의 전부 또는 일부를 다시 도급하기 위하여 수급인이 제3자와 체결하는 계약)와 제척기간 도입 취지를 고려하여, 위반행위 종료일은 '하도급계약 체결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D 공사의 하도급 계약일(2015년 5월 1일)로부터 5년이 경과한 시점(2020년 5월 1일) 이후에 부과된 과징금 처분(2020년 6월 29일)은 제척기간을 도과하여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형사사건의 공소시효 기산점에 관한 대법원 판례(2003도8153 판결)의 법리가 준용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참고 사항

1. 하도급 시 발주자 서면 승낙 필수: 건설업자는 도급받은 건설공사 중 일부를 동일한 업종의 다른 건설업자에게 하도급할 경우, 반드시 발주자로부터 공사품질이나 시공상 능률을 높이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서면 승낙을 받아야 합니다. 이때, 서면 승낙은 발주자 명의로 명확히 작성되고 날인되어야 하며, 그 필요성이 구체적으로 명시되는 것이 좋습니다. 공동주택의 경우 관리사무소장이 입주자대표회의의 명확한 위임을 받아 서면 승낙을 할 수 있으나, 위임의 범위와 내용이 명확해야 합니다.
2. '동일 업종' 판단의 중요성: 구 건설산업기본법상 하도급 제한 규정에서 '동일 업종'의 판단은 단순히 계약서상의 주된 공종 명칭보다는 실제 공사의 성격과 건설업종 분류(예: 미장·방수·조적공사, 도장공사)를 기준으로 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주된 공사와 부대 공사 여부와 관계없이 건설업 등록 업종이 같다면 동일 업종 하도급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3. 과징금 제척기간의 기산점: 불법 하도급에 대한 과징금 부과 처분은 '위반행위 종료일'로부터 5년이 지나면 할 수 없습니다. 이 위반행위 종료일은 일반적으로 '하도급계약을 체결한 날'로 해석됩니다. 따라서 하도급 계약 체결 시점을 정확히 확인하고, 계약 체결 후 5년이 경과하면 해당 하도급 위반에 대한 과징금 처분은 어려울 수 있습니다. 공사 준공일이 아닌 계약 체결일이라는 점을 명확히 알아두어야 합니다.
4. 문서 관리 및 소명 자료 준비: 하도급 관련 분쟁 발생 시, 하도급 계약서, 발주자 승낙 서류, 공사 실적 신고서 등 모든 관련 문서를 철저히 보관해야 합니다. 또한, 행정청의 처분에 대한 이의 제기나 소송 과정에서 늦게 제출된 서류라도 그 진정성(사후 조작이 아님)과 내용의 신뢰성이 인정된다면 증거로 채택될 수 있으므로, 관련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