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채무 · 행정
빚이 많은 채무자 D이 파산 직전 자신의 소유 부동산에 새로운 담보를 설정해준 계약이 채권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해행위' 또는 '편파행위'에 해당하여 취소된다고 법원이 판단한 사건입니다. D은 병원을 운영하며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보증을 받아 대출을 이용했는데, 경영 악화로 파산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파산 직전 D은 자신 소유의 부동산 일부를 매각하고, 다른 부동산에 주식회사 C를 채권자로 하는 새로운 근저당권을 설정했습니다. 신용보증기금의 소송수계인 D의 파산관재인은 이 근저당권 설정 계약이 D의 다른 채권자들에게 손해를 입히는 행위라며 계약의 '부인'을 요구했습니다. 법원은 D이 당시 채무 초과 상태였고, 새로운 담보 설정이 다른 채권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사해행위 또는 편파행위에 해당하며, 주식회사 C 또한 이를 알았다고 판단하여 근저당권 설정 계약이 부인되었음을 확인했습니다.
채무자 D은 치과를 운영했으나 2018년 5월경부터 진료 중단 및 다수의 환자들로부터 치료비 반환 요구를 받는 등 경영이 심각하게 악화되었습니다. D은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으로 약 20억 원 규모의 대출을 받았는데, 2018년 8월 9일 대출금 채무의 기한의 이익을 상실하는 등 부실이 커졌습니다. 이에 신용보증기금은 2018년 11월 15일 D의 대출금을 대신 갚아주고 D에게 구상금 채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D은 2018년 6월 27일 자신 소유의 서울 강남구 부동산을 매각하면서 그 담보를 해지하고, 대신 평택시 AM 임야에 주식회사 C를 채권자로 하는 새로운 근저당권(채권최고액 9억 6천만 원)을 설정했습니다. 이후 D은 2020년 7월 29일 파산 신청을 했고 2020년 12월 14일 파산 선고를 받았습니다. 이에 D의 파산관재인과 신용보증기금은 이 근저당권 설정 계약이 채권자들을 해하는 행위라며 계약의 '부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채무자 D이 파산 직전에 특정 은행과 맺은 부동산 근저당권 설정 계약이 다른 채권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사해행위' 또는 '편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근저당권을 설정받은 은행(피고)이 당시 채무자의 재정 악화 및 다른 채권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는지, 즉 '악의'가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기존 담보물을 변경하는 행위가 단순히 담보물 교체에 불과하여 문제가 없는지 아니면 실질적으로 새로운 담보를 제공하는 행위로서 부인 대상이 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채무자 D과 피고 주식회사 C 사이에 평택시 AM 임야 3,417m²에 관하여 2018년 6월 27일 체결된 근저당권 설정 계약이 부인되었음을 확인했습니다. 이는 D의 파산관재인인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여, 해당 계약이 채무자회생법에서 정하는 '채무자가 파산채권자를 해할 것을 알고 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것입니다.
법원은 채무자 D이 2018년 6월 27일 피고 주식회사 C와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근저당권 설정 계약을 체결할 당시 이미 채무 초과 상태였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이 계약은 채무자의 유일하게 담보 가치가 남아있던 재산에 새로운 담보를 설정하여 다른 일반 채권자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설령 사해행위가 아니더라도, 다른 채권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편파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피고 주식회사 C가 이 계약으로 인해 다른 채권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선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법원은 이 근저당권 설정 계약이 채무자회생법에 따라 부인되어 효력이 없음을 확인하였습니다. 이 판결은 채무자의 파산 절차에서 특정 채권자에게만 유리하게 재산을 처분하는 행위는 취소될 수 있음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이 사건은 주로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채무자회생법)'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채무자회생법은 채무자가 파산 직전에 특정 채권자에게만 유리하도록 재산을 처분하거나 담보를 설정하는 행위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는 모든 채권자들이 채무자의 남은 재산에서 공평하게 빚을 변제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채무자회생법 제391조 제1호 (부인의 대상이 되는 행위): 이 조항은 파산관재인이 채무자의 특정 행위를 취소하고 그로 인해 일탈된 재산을 다시 파산 재산으로 되돌릴 수 있는 '부인권'의 근거가 됩니다. '채무자가 파산채권자를 해할 것을 알고 한 행위'가 이에 해당하는데, 이는 크게 '사해행위'와 '편파행위'를 포함합니다.
수익자의 악의 추정: 부인권 행사에서 중요한 원칙 중 하나는, 채무자의 사해행위나 편파행위로 인해 이익을 얻은 채권자(수익자)가 그러한 행위가 다른 채권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악의)'고 추정된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이익을 얻은 채권자가 자신은 몰랐다고 주장하려면(선의), 스스로 그 사실을 증명해야 합니다. 피고 주식회사 C는 자신은 선의였다고 주장했지만, D의 재정 상태나 부동산 매각 및 가등기 설정 상황 등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법원은 판단하여, 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채무자가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알거나 합리적으로 의심할 수 있는 상황에서 채무자와 거래할 때는 주의해야 합니다. 특히 채무자가 재산을 처분하거나 담보를 설정하는 행위가 다른 채권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면, 향후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 있습니다. 이 사례처럼 채무자가 파산 절차에 들어가면 특정 채권자에게 유리했던 과거의 거래도 소급하여 취소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거래 상대방의 재정 상태를 면밀히 확인하고, 해당 거래가 다른 채권자들의 권리를 침해할 소지는 없는지 신중하게 검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담보물의 변경이나 교체라 하더라도, 실제로는 채무자의 총재산을 감소시키거나 특정 채권자에게만 유리하게 작용하여 다른 채권자들의 배당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형식보다는 실질적인 재산 변동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