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교량 건설 공동사업 물품대금 미지급 사건

주식회사 A는 볼리비아 교량 건설 사업을 위해 피고 B 주식회사와 C 주식회사가 공동으로 설립한 조인트벤처 'E'에 자재를 납품했습니다. A는 자재를 납품했음에도 불구하고 대금 일부를 받지 못했다며, 약 25억 9천만 원의 미지급 자재대금과 컨설팅 수수료를 'E'의 구성원인 피고들에게 연대하여 청구했습니다. 피고들은 'E'가 독립적인 법인격이 있어 자신들에게 연대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며, 이미 변제했거나 상계할 채권이 있다고 항변했습니다. 법원은 'E'가 법인격 없는 공동수급체(조합)에 불과하다고 보고 피고들에게 연대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으나, 원고의 청구금액 중 피고들의 변제 및 상계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최종적으로 2억 5천 8백여만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도록 판결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주식회사 A: 볼리비아 교량 건설 사업에 자재를 납품한 업체 (원고)
• B 주식회사, C 주식회사: 볼리비아 교량 건설 사업을 위한 공동수급체 'E'의 구성원 (피고)

분쟁 상황

주식회사 A는 2014년 4월 25일 볼리비아 도로청과 'F 교량 건설 공사' 발주계약을 체결한 'E'라는 조인트벤처와 자재납품계약을 맺었습니다. 'E'는 G 주식회사(이후 피고 B 주식회사로 상호 변경)와 피고 C 주식회사가 함께 구성한 공동수급체였습니다. 원고 A는 계약에 따라 자재를 납품했으나, 2016년 8월 31일 'E'가 자재납품계약을 해지하면서 상당한 대금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A는 미지급 자재대금 1,125,391,209원과 볼리비아 컨설팅업체 수수료 1,471,800,000원 등 총 2,597,191,209원 및 지연손해금을 'E'의 구성원인 피고 B, C에게 연대하여 청구했습니다. 피고들은 'E'가 독립적인 사업자등록과 영업허가를 가지고 세금 납부 및 재무제표를 별도로 작성했으므로 법인격을 가진 회사이며, 자신들에게 연대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피고들은 'E'가 원고의 요청에 따라 원납품업체 등에 500,157,682원을 직접 지급했고, 이 사건 기성청구에 따른 기성금 명목으로 원고에게 79,000,000원을 지급했으며, 계약 해지 이후에도 직불합의에 따라 원납품업체에 206,066,860원을 추가로 지급하는 등 상당한 금액을 변제했다고 항변했습니다. 나아가 피고들은 'E'가 원고를 대신하여 운송업체와 통관업체에 제20항차 내지 제25항차 운송비 및 통관료 명목으로 377,866,593원을 지급했으므로, 이 구상금 채권으로 원고의 자재대금채권과 상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원고는 피고들이 계약 해지 후 임의로 지급한 금액은 변제 효력이 없으며, 이행보증금을 수령했으므로 구상금 채권도 소멸했다고 반박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쟁점들을 검토하여 판결을 내렸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볼리비아 현지에서 사업자등록을 마치고 영업허가증을 발급받은 조인트벤처 'E'가 독립적인 법인격을 가지는지 여부와, 법인격이 없다면 그 구성원인 피고들이 'E'의 채무에 대해 연대책임을 지는지 여부였습니다. 둘째, 원고가 주장하는 미지급 자재대금의 정확한 범위는 얼마인지, 그리고 피고들이 원고 대신 원납품업체에 직접 지급한 금액이 변제로 효력을 가지는지 여부였습니다. 셋째, 피고들이 주장하는 운송비 및 통관료 지급에 따른 구상금채권으로 원고의 자재대금채권을 상계할 수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특히 이행보증금 수령이 구상금 채권 소멸에 어떤 영향을 미 미치는지도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항소심 법원은 제1심 판결을 변경하여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1.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258,860,714원 및 이에 대하여 2018년 11월 2일부터 2022년 1월 19일까지는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 중 90%는 원고가, 나머지 10%는 피고들이 각 부담한다.
4. 위 지급 명령은 가집행할 수 있다.

결론

재판부는 원고 주식회사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피고 B 주식회사와 C 주식회사가 연대하여 미지급 자재대금 일부와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원고가 원래 청구했던 금액보다는 상당히 감축된 금액이 인정되었지만, 조인트벤처의 채무에 대한 구성원들의 연대책임을 인정하는 법원칙이 재확인된 사례입니다. 이는 조인트벤처의 법인격 유무와 채무 책임 관계를 명확히 하는 중요한 판결입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 판결에는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1. 민법상 조합의 책임: 판결문에서 'E'와 같은 공동수급체는 기본적으로 민법상의 조합 성질을 가진다고 보았습니다. 민법상 조합은 공동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계약관계이며, 각 조합원은 조합의 채무에 대해 연대하여 책임을 부담하게 됩니다. 이는 공동사업으로 인한 채무가 발생했을 때, 조합원들이 각자의 지분이나 출자액과 관계없이 전체 채무에 대해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원칙을 말합니다.
2. 상법 제530조의10 (분할합병으로 인한 권리·의무의 승계 예외)​: 이 조항은 회사의 분할합병 시, 분할로 인해 설립되거나 존속하는 회사가 분할하는 회사의 권리와 의무를 포괄적으로 승계한다고 규정합니다. 그러나 이 판결에서는 공동수급체의 구성원 지위는 그 성질상 일신전속적인 권리·의무에 해당하므로, 다른 구성원의 동의가 없는 한 회사의 분할합병으로 인한 포괄승계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G 주식회사의 분할에도 불구하고 공동수급체 'E'의 구성원 지위는 분할신설회사인 H 주식회사로 승계되지 않고, 상호를 변경한 B 주식회사에 잔존한다고 보았습니다.
3. 변제와 상계: '변제'는 채무의 내용을 실현함으로써 채무를 소멸시키는 행위를 말하며, '상계'는 채권자와 채무자가 서로 동종의 채권을 가지고 있는 경우 그 채무를 대등액만큼 소멸시키는 행위입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들이 원고의 요청에 따라 원납품업체에 자재대금을 직접 지급한 행위는 원고의 채무에 대한 '변제'로 인정되었습니다. 또한, 계약이 해지된 이후에도 원고가 이미 이행에 착수한 부분에 대해서는 직불합의의 효력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아, 피고들의 원납품업체 직불액을 변제로 인정했습니다. 피고들이 원고 대신 지급한 운송비 및 통관료에 대한 '구상금채권'은 피고들의 '자동채권'이 되어 원고의 자재대금채권과 대등액에서 '상계'되었습니다.
4. 이행보증금의 처리: 이행보증금은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발생하는 손해를 담보하기 위해 설정하는 금액입니다. 피고들이 한국산업은행으로부터 이행보증금을 수령한 경우, 그 보증금에 포함된 운송비 및 통관료에 해당하는 금액만큼은 피고들의 원고에 대한 구상금채권이 소멸한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이행보증금 약정이 손해배상액에 갈음하기로 하는 합의(손해배상액의 예정)는 아니라고 판단하여, 실제 손해액이 이행보증금을 초과하는 경우 추가 청구가 가능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습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1. 공동사업 계약 시 법적 성격 명확화: 해외 사업에서 조인트벤처(공동수급체)를 구성할 경우, 해당 조직이 법인격을 가지는지 아니면 단순한 민법상 조합에 해당하는지 현지 법령과 국내 법령을 모두 고려하여 계약서에 명확히 규정해야 합니다. 이는 각 구성원의 책임 범위와 방식(연대책임 여부 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2. 계약 당사자 및 책임 범위 확인: 계약 체결 시 상대방이 조인트벤처와 같은 공동수급체라면, 그 구성원이 누구인지, 각 구성원이 채무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책임을 지는지(연대책임, 지분 책임 등)를 반드시 확인하고 계약서에 명시해야 합니다.
3. 물품 대금 지급 조건 상세 명시: 자재 납품 수량, 단가, 기성금 청구 및 지급 방식, 대금 공제 사유 및 범위 등을 계약서에 상세하게 명시하여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해야 합니다.
4. 직불 합의의 효력 범위 설정: 원납품업체에 대한 직불 합의가 있을 경우, 해당 합의의 적용 범위(자재비, 운송비, 노무비 등)와 계약 해지 후에도 효력이 유지되는지 여부를 명확히 약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5. 증빙 자료 철저히 보관: 자재 납품 내역, 대금 지급 및 수령 내역, 직불 요청 및 처리 내역, 추가 공사 및 자재 납품 증빙 등 모든 거래 기록과 관련 서류를 꼼꼼하게 보관해야 합니다. 실제 납품 수량과 지급받은 대금 간의 차이 발생 시 입증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6. 회사 분할 시 지위 승계 여부 확인: 공동수급체 구성원 중 어느 한 회사가 분할될 경우, 공동수급체 구성원으로서의 지위가 분할신설회사로 승계되는지, 아니면 존속회사에 남는지 여부를 해당 법리와 계약 내용을 통해 확인해야 합니다. 공동수급체 지위는 원칙적으로 일신전속적인 성격이 있어 포괄승계가 어렵다는 법원 판단을 참고해야 합니다.
7. 이행보증금 약정의 성격 이해: 이행보증금이 위약벌의 성격을 가지는지, 아니면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실제 손해액과의 관계에서 보증금의 처리 방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계약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고 실제 손해액과 이행보증금 수령액의 관계를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